김영순·강효문·방미애... 열정과 낭만 가득 패션 디렉터들 지금은?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5.04.10 ∙ 조회수 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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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 방미애 · 강효문 등 패션 마켓에서 수십 년간 활약하며 ‘이름이 곧 브랜드’였던 패션 디렉터들이 지금은 어떤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패션산업의 성장기와 성숙기를 넘나들며 맹활약했던 이들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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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왼쪽부터 김영순, 강효문, 방미애, 김규희 디렉터


여성복 데코의 전설 김영순, 디자이너 출신 여성 사업부장 롤모델 한경애, 나이키에서 스와로브스키까지 수입 패션의 대모 강효문 등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들은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분명한 건 30여 년의 세월 동안 패션업계를 주름잡은 이들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감각과 실력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1984년 데코에 입사해 21년간 재직한 김영순 씨는 현재 밸류메이커스컨설팅 수장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1961년생, 60대 중반에 접어든 김 대표는 그동안 패션계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패션 컨설턴트로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고 있다. 


2020년 설립한 밸류메이커스컨설팅은 지엠아이(오일릴리), 세정, 티비에이치글로벌, 롯데홈쇼핑 등의 컨설팅을 맡아 성과를 냈으며, 현재도 롯데홈쇼핑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가까이 롯데홈쇼핑 CDO(고문)로 근무한 적 있는 김 대표는 이 회사의 패션 브랜드 포트폴리오 정비와 신규 브랜드 론칭 작업의 전략과 실행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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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밸류메이커스컨설팅 대표


‘데코의 전설’ 김영순 대표, 패션 컨설턴트로


김 대표는 “내가 생각하는 패션업의 본질은 브랜딩과 수익”이라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이 같은 시각을 기본으로 비즈니스를 업데이트하는 것이기 때문에 패션 현장의 연장선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사의 아이덴티티 재정립, 기획 프로세스 개선, 마케팅 방향성 제안, 수익구조를 위한 전략 설계 등 현장과 실무에서 필요한 컨설팅에 핵심을 두고 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점을 보강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을 추천한다”라며 “삶과 일에서 자기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길 바란다. 패션 디렉터이지만 비즈니스 코디네이터 역할이 나의 강점이다. 이 강점을 기반으로 1984년부터 40년간 일하고 있다”라고 전한다.


앞으로도 김 대표는 도움이 필요한 후배들에게 진정성 있는 조언자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수많은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귀감이 됐던 그는 국민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데코에 입사해 데코 디자인실장 이사를 걸쳐 상무까지 오르며 21년간 재직했다. 디자이너가 한 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는 경우가 드물고 임원을 지낸 사례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김영순 대표의 영향력은 컸다.


“패션업의 본질은 브랜딩과 수익” 컨설팅 핵심


이후 김 대표는 LF 상무로 옮겨 여성복 사업부를 디렉팅한 데 이어 LF 전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전무)로도 활동했다. 이어서 성창인터패션에 합류해 ‘앤클라인뉴욕’ 디자인 경영을 주도한 다음, 롯데홈쇼핑에 새 둥지를 틀고 홈쇼핑 MD들의 역량과 전문성 강화에 힘쓰면서, PB에 강력한 힘을 불어넣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모든 필드에서의 경험이 밸류메이커스컨설팅의 밑거름이 돼 패션 컨설턴트로서도 인정받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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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패션 대모 강효문, ‘아유스페이스’ CD 맡아


30년 넘게 수입 패션계를 쥐락펴락 했던 강효문 씨는 올해 2월 복합문화공간 '아유 스페이스(AYU SPAC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새출발 했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아유 스페이스는 독창적인 건축, 조경, 예술 문화에 기반을 둔 공간으로서 다양한 행사와 공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강 CD는 자연과 함께하는 기획과 연출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자연 속 예술 문화 체험을 하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스와로브스키 지사장을 끝으로 패션계에서 은퇴한 강 CD는 아우 스페이스에 합류하기 전 양평에서 5년간 전원생활을 했다. 잠시 현업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살면서 각박했던 도시 생활 대신 느림의 삶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올 초 아유 스페이스와 함께 화게 되면서 자연 속 예술 문화 체험이라는 새로운 일들을 통해 커리어를 다시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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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문 아유스페이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여러 브랜딩 작업에서 콘텐츠 개발까지 척척


강 CD는 “오랜 기간 패션업계에 몸담으면서 여러 브랜딩 작업, 마케팅 홍보 및 행사, 콘텐츠 개발 등을 해왔기 때문에 여기서 하는 일이 동떨어진 게 아니라 연관성을 갖는다”라면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얻어 행사를 유치하고 진행하는 것들이 그때 해 왔던 경험이 발판이 됐기에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유 스페이스에서 패션쇼, 요가 수련, 반려견 및 유기견 행사 등을 유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한다.


나이키코리아 상품기획총괄 상무,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사업부 상무, 스와로브스키 한국소비재부문 총괄 지사장 등을 거친 강 CD는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즐거웠고, 그때의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에 감사하다”라며 “패션계에서 열심히 일하는 후배들도 목표를 세워 동기부여하면서도 ‘워크 & 밸런스’를 추구해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앞으로는 작년부터 진행해 온 천안 유성농장 안에 ‘동물 장례식장’과 농장의 전체 마스터 플랜(반려견 숙박, 카페, 놀이터 등)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매일 자연 속에서 흙을 만지고 느리게 생각하며 걷고, 나눔의 생활을 통해 마음이 좀 더 풍성해지는 삶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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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애 CD, 복합공간 ‘모스가든’ 디렉터 새출발


한섬의 ‘타임’과 삼성물산패션의 ‘빈폴’ 등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패션 디렉터 방미애 씨는 현재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공간과 제품을 기획 및 생산하는 ‘모스가든 디자인 컴퍼니’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한 마디로 라이스타일을 프로듀싱하는 일이다.


방 CD는 “모스가든 디자인 컴퍼니는 그동안 패션업계에서 해 왔던 일들과 업무 연결성이 매우 높다”라며 “차별화된 스토리텔링과 콘셉트의 브랜딩 작업을 기본으로 소비자와 트렌드 이해, 시대에 맞는 마케팅과 홍보, 고객 경험 중심의 공간 기획 등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모스가든의 브랜딩은 물론 비즈니스 볼륨 확대를 위한 제품 개발 등도 그의 손길이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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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애 모스가든디자인컴퍼니 디렉터


패션업계에서 여성복부터 남성복, 캐주얼, 아웃도어, 골프웨어까지 다양한 복종을 넘나들며 디렉터로서 명성을 쌓았던 방 CD는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다. 그는 “오랜 시간 패션 디렉터로 지내면서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게 현재의 나에게 큰 자산이 됐다”라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현장에 참여하고 있고 지금의 새로운 일을 감동스럽게 여긴다”라고 말했다.


여성복 ~ 골프웨어 주저하지 않는 도전, 큰 자산으로


사실 패션에서 영역은 정해져 있지 않고, 한계도 없다.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패션이고, 의식주에 패션이 빠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방 CD의 새로운 도전은 패션계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이너 후배들도 위로 올라갈수록 버거워지고 어려운 일에 직면하게 되겠지만 변화의 파도를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방 CD는 “점점 더 예측이 어려워지는 시대이니, 직접적으로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지식에만 함몰되지 말고,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지내면 좋은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패션마켓 전방위 디렉터로 명성을 떨친 방 CD는 한섬(타임, 랑방스포츠), 삼성물산패션(빈폴)과 더불어 코오롱FnC부문(코오롱스포츠), 세정(브루노바피캐주얼), 맥케이슨 등에서 활동했다. 그녀만큼 다양하게 디자인 영역을 넘나든 CD가 있을까. 그렇기에 현재까지 패션계에서 방 CD의 커리어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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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차 여성복 디자이너 김규희, 작가로 변신


“현재는 작가명 마담규(madamekyou)로 불려요.” 23년간 여성복 업계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한 김규희 씨는 현재 다양한 전시와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한 페인팅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작가와 작업 세계가 맞는 브랜드들의 브랜딩과 비주얼을 컨설팅한다. 대표적으로 다년간 함께하고 있는 마비스코리아와 브레드&워크 등이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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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희 마담규스튜디오 대표 겸 작가


경빈 ‘지센’을 시작으로 시선인터내셔널 ‘미샤’, LF ‘질스튜어트뉴욕’ 등에서 상품 디렉팅을 맡았던 그는 “작가로서의 일 역시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과정 속에서 필요한 영감을 받아 자기만의 색으로 표현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이라며 “패션업계에서 기획하고 디자인해 실제 제품을 만들어내던 방법들과 닮아 있다”라고 말한다.


덧붙여 “작가로서 나만의 색깔을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서도 그동안 디자이너로서 살아왔던 몸에 밴 습성이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브랜드들과 협업하거나 비주얼 컨설팅을 할 때도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결과물을 좀 더 효율적이며 실질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게 큰 장점이라는 것.

 

작가명 ‘마담규’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앞으로도 김 작가는 지금처럼 꾸준하게 페인팅 작업을 해 나아갈 계획이다. 그 작업을 통해 개인이나 브랜드에 좋은 영감과 영향을 주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됐다. 패션계 후배들에게는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라는 말을 전한다”라며 “매우 당연하고 흔하디흔한 조언이지만 23년 동안 패션업계에서 일하며 느낀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나 디렉터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하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좋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 신경 써야 할 일도 많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러한 과정들이 모이면 현재 하고 있는 일뿐만 아니라 미래의 일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결과로 나올 것으로 그는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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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진심’ 한경애 부사장, 에버랜드 새 둥지


한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부사장 겸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직책을 맡았던 한경애 씨는 현재 에버랜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코오롱, 쌍방울, 쌈지 등을 거쳐 2005년 다시 코오롱에 입사한 한 부사장은 이곳에서 20여년 간 활동하며 수많은 성과를 냈다. 남성복 디렉터 출신답게 ‘시리즈’ ‘헨리코튼’ 등의 기획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으며 2012년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를 론칭하고 10년간 이 브랜드를 국내 대표 환경친화적인 브랜드로 키운 주역으로서 주목받았다.


환경에 대해 진심 어린 관심과 지속가능패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시대에 맞는 디렉터 역할을 충분히 했다. 또 코오롱FnC를 퇴임하기 직전까지는 ‘코오롱스포츠’를 맡아 아웃도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리노베이션을 단행해 50년 된 이 브랜드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녀가 맡았던 ‘에피그램’ 역시 자연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로서 ‘지역 상생’까지 도모해 가치 있는 업적을 많이 세웠다. 한 부사장이 <패션비즈>와 마지막으로 한 인터뷰(2022년 10월호)에서의 멘트가 인상 깊다.


“나는 패션 마켓에서 오랜 기간 일해 왔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름대로 리딩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소비 문화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옷으로 행동할 수 있는 점을 알려주고 패션은 소비만이 아닌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겠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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