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명선 l 기빙플러스 ESG위원장 '지속가능한 패션산업 생태계 구축'
최근 국회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진행됐다. ‘의류 소각 금지, 순환경제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주제였다. 법무법인 더함과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가 주관한 이 토론회에는 환경부를 비롯한 한국패션협회, 지속가능패션이니셔티브, 파타고니아코리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탄소중립위원회 국회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토론회에서 김보미 변호사는 “이미 프랑스의 순환경제를 위한 낭비방지법(AGEC법)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의류 폐기물 문제, 특히 의류 재고 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스코틀랜드 등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재고 폐기 금지와 함께 이를 위반할 시 벌금 및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벨기에 등 일부 국가는 재고를 폐기하지 않고 기부하거나 재활용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이 외 호주에서는 민간단체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재고 관리를 촉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해외의 법제화 움직임과 제도 운영 사례 등을 발표했다.
박영수 한국패션협회 상무는 “우리나라의 패션기업은 99%가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패션 제품에 들어가는 수많은 소재와 부자재를 선별해 폐기하는 시스템은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의류 순환을 위한 순환경제 시스템과 관련한 정책이 부재하다. 적극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기업도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관리 등 여러 가지 난제가 있는 것도 현실적 문제다”라고 피력했다.
국내 폐섬유 · 폐의류 발생량 규모는 막대하다. 환경부에서 지난 2022년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에 용역을 줘 ‘품목별 재활용 제도 개선 방안, 2023년 8월’을 보고받았다.
연구팀은 1년간 생활계에서만 47만여 톤의 폐섬유가 발생한다고 했다. 전국에 약 10만개에 이르는 의류수거함이 있지만 생활계 폐섬유의 66%가 소각됐고, 22%가 매립됐으며, 재사용·재활용은 11%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기업에서 판매되지 않은 의류 재고의 소각과 매립 또한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폐기물법 관리에 있어서 폐의류 코드 인지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국내에도 생산자에게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가 있지만, 적용 대상에서 의류는 빠져 있다. 의류 재고 폐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민․관협의 적극적인 협업이 절실하다.
김성배 국민대 교수는 “수출된 재고 의류의 경우 90% 이상이 해당 국가의 쓰레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의미에서 본다면 가장 시급한 것은 적정량을 생산하면서 기업의 이윤도 추구하고, 노동자의 삶도 개선하며 환경을 지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매년 1000억벌 넘는 옷이 만들어지고 팔리지 않은 옷은 폐기된다. 자라와 H&M 같은 패스트패션을 넘어 쉬인 · 테무 · 알리 등 울트라 패스트패션의 등장과 함께 더 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게 현실이다.
재활용과 EPR 시스템화, 기부물품의 가치화 등 지속가능한 패션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구축이 절실하다. 패션 재고 처리에 관한 법적 근거를 하루빨리 마련해 실질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재고 폐기 행위를 멈추고 순환 경제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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