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만든 '무신사' 혼용률 전수 검사로 패션 업계 관성 탈바꿈
지난해 말 패션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패딩 혼용률 허위 기재 사건’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슈의 중심에 섰던 패션 플랫폼 무신사를 둘러싼 대외 평판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기에는 입점 브랜드 관리 부실에 대한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으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 빠르고 투명한 조치에 나선 덕분에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12월 입점 브랜드의 혼용률 이슈가 불거진 이후 뉴스룸 ‘안전거래’ 페이지를 통해 총 16건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특히 올 1월부터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다운 · 캐시미어 관련 상품 7968개에 대한 전수 검사에 나선 이후부터 대외 소통을 늘려 가고 있다. 무신사는 올해 매주 1건 이상 새로운 공지를 발표하면서 ‘안전 거래 정책 소개’ ‘허위 · 과장 광고 제재 현황’ ‘다운 · 캐시미어 전수 조사 경과’ 등의 내용을 전달했다.
그 결과, 입점 브랜드 중 다운과 캐시미어 상품의 소재 혼용률을 허위 또는 과장 광고한 상품에 대한 제재 내역 게시물만 10건에 달했다. 작년 말 패딩 점퍼를 중심으로 터진 온라인 브랜드들을 비롯해 이랜드월드의 ‘후아유’, 신세계톰보이의 ‘보브’와 ‘지컷’, 롯데지에프알의 ‘나이스클랍’ 등 패션 대기업까지 충전재 혼용률 문제가 발견되며 해당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운 등 전수 검사 통해 80개 이상 브랜드 적발
이에 전문가들은 고객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패션 업계의 신뢰 제고를 위해 유통 플랫폼들이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통 업계에서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업체는 무신사로, 1월 초 전체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겨울철 인기 소재인 다운과 캐시미어 상품에 대해 전수 검사를 발표했고 현재까지 80개 이상의 브랜드의 문제 상품을 적발했다.
무신사는 입점사 측에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발급받은 시험성적서 제출을 의무화했는데, 실제 고객에게 광고한 소재 혼용률과 성적서상의 수치가 다른 경우 예외 없이 판매 정지 조치를 취했다. 또한 직접 투자한 브랜드가 고의로 시험성적서를 허위 제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무신사의 행보는 최근 들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한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무신사 관련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왔지만, 전수 검사를 본보기로 시늉만 할 줄 알았는데 제재를 강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무신사 이어 롯데쇼핑 등 전수 조사 착수 ‘속속’
혼용률 이슈가 장기화되며 무신사의 조치를 뒤따르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2월부터 백화점, 아울렛, 홈쇼핑 등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된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소재 혼용률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공인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판매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그룹의 패션기업 신세계톰보이 또한 직접 전개하는 브랜드 ‘보브’와 ‘지컷’에서 구스다운으로 표기된 상품에 덕다운이 쓰인 것을 자체 검수로 확인해 모두 판매 중지 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픈마켓 중심의 일부 이커머스 기업들이 여전히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수 검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비용이 발생하고, 입점 브랜드 상품 판매가 중단된다면 매출 손실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중국 C-커머스 업체들까지 가세하며 경쟁이 과열된 상황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신사가 문제 상품을 계속해서 적발하면서 다른 플랫폼들은 본인들의 상품 관리 체계에 대한 부실이 드러날까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무신사가 드러내지 않았다면 문제의 원인조차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속된 혼용률 논란에 공정위도 본격 대응
패션 업계의 혼용률 허위 광고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법 ·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도 해당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표시광고법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패션 업계 혼용률 이슈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2월 업계를 대상으로 자료 제출 요청을 통한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과정에서 공정위는 무신사를 통해 입점 브랜드 제재 현황 등의 자료를 전달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플랫폼들이 체계적인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성실히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무신사를 시작으로 다른 플랫폼들도 빠르고 적극적인 자세로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반에 입점 브랜드들에서 혼용률 이슈가 터졌을 때 가장 많은 비판을 받던 무신사가 선제적인 조치로 현재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전화위복’의 대표적 사례”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입점 브랜드 및 판매 상품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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