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패션 시리즈] 론칭 13년 차 '래코드' 업사이클링 리딩
<패션비즈>가 패션 시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이면서도 실현하기 어려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관련된 연재를 시작한다.
그동안 <패션비즈>는 브랜드나 기업이 보여주는 재무적 정량 지표나 트렌드를 끌어내는 마케팅 파워와 그것을 성공시키는 사람들에 주목해 패션 시장을 조명해 왔다. 올해부터는 작게라도 지속가능한 패션 시장을 이룩하기 위해 천천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브랜드와 기업, 사람을 찾아 이들의 철학과 지향점을 공유하려 한다.
세 번째 주인공은 재고를 업사이클링하고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매 시즌 창의적인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컨셔스 브랜드 ‘래코드’다.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가 생소했던 당시 리사이클 의류를 내놓으면서 10년이 넘는 기간 국내는 물론 글로벌까지 K-패션의 지속가능성을 전파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에서 전개하는 ‘래코드(RE;CODE)’다.
래코드는 2012년도에 론칭한 컨셔스 패션 브랜드로,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들의 재고를 어떻게 하면 소각하지 않고 패션 회사다운 방식으로 스토리를 더해 살려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폐기물을 소재로 의류와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분야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손꼽히는 만큼, 컬렉션은 물론 마케팅과 사회 공헌 등 운영 전반에서 지속가능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기준 되살린 재고 누적 의류 수 ‘3만3010점’, 지속가능 문화를 전파하는 리테이블 워크숍 참여자 수 ‘2만3580명’, 수선·리폼 의뢰 수 ‘2556건’, 협업 · 파트너십 ‘155회’ 등의 기록을 써내리며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되살린 의류 ‘3만점’ 버려진 재고를 컬렉션으로
래코드는 패션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고’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기법과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컨셔스하고 유니크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팔리지 않아 소각 대상으로 분류된 재고 의류을 선별해 수작업으로 해체한 후 재조합하는 작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창의적인 컬렉션을 제작하는 ‘클로스 투 클로스(Clothes to clothes)’ 방식의 업사이클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또한 래코드의 강점이다.
래코드는 ‘디스 이즈 낫 저스트 패션(This is not just fashion)’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단순히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브랜드의 시작이 선택받지 못한 제품과 재료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 만큼 소비를 넘어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과 소통 창구를 통해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업사이클링되는 의류에는 20개 이상의 코오롱FnC 소속 브랜드에서 발생하는 3년 차 재고가 쓰이고 있다. 의류가 소각되기 전 래코드 담당자들이 컬렉션으로 활용해 볼 만한 재고를 찾으러 시즌마다 2차 아울렛으로 떠나는 것이 기획의 첫 시작이다.
‘협업 140건’ 나이키부터 BTS · 시몬스 · 현대차까지
재고를 선별할 때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퀄리티의 소재를 까다롭게 선별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선택된 재고들은 창의적인 디자인 해석을 바탕으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친환경 브랜드임에도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래코드 아틀리에 장인과 디자이너의 단단한 협업이 주효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컬렉션 제작에 있어 재고의 수량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나, 아틀리에 장인의 수작업으로 진행되기에 제작과 결과물은 희소가치를 지닌다.
래코드는 그동안 패션은 물론 타 업계 간 컬래버레이션, 사회적 약자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연대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올 4월 기준 독립 디자이너를 포함해 총 140건 이상의 협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나이키’ ‘지용킴’ ‘라코스테’ ‘타미진스’ 등과의 협업으로 재고 솔루션을 확대했으며, ‘방탄소년단’ ‘SM엔터테인먼트’ ‘현대 아이오닉’ ‘기아 EV6’ 등 엔터와 자동차까지 협업 경계를 넓혔다.
런던 · 밀라노 등 사업 초부터 글로벌 광폭 행보
자회사 재고뿐만 아니라 협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다른 브랜드들의 재고를 새롭게 활용하기도 하고 에어백, 카시트, 밀리터리 소재 등 산업자재를 사용해 의류 및 액세서리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까지도 ‘시몬스’ ‘슬로우베드’ 등 매트리스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지속가능 유니폼 디자인, KT의 현장 작업복 등 업사이클링과 관련된 다양한 협업 활동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에서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론칭 초인 2014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 화이트쇼와 파리 캡슐쇼에 참가하며 해외에서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안드레아크루’와 2018 F/W 파리패션위크에 참여하는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런던패션위크 ‘포지티브 패션’ 쇼케이스, 홍콩 K11 뮤제아 백화점 입점, 방콕 KBEE 한류 박람회 워크숍 등을 통해 현지 고객들과 활발히 소통했고 2023년에는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푸오리살로네 어워드’가 선정하는 지속가능 부문을 수상하며 글로벌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리사이클링의 새바람, 의류 리폼 서비스 ‘MOL’
글로벌 확장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고객 접점을 강화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도 속속 선보였다. 현재 래코드는 청담 플래그십스토어, 이태원 시리즈 코너 스토어, 솟솟리버스 제주 스토어 등 다양한 매장에서 브랜드를 제안하고 있다. 특히 청담 스튜디오에서는 의류 리폼 서비스 ‘MOL’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MOL은 개인 리폼 맞춤 서비스로, 세월이 지나 취향이 바뀌고 입지 않는 옷을 개인의 니즈에 맞게 다시 디자인해 줘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구매한 지 5년 이상 된 의류만 취급하고, 원본 옷의 디자인 의도를 존중하며 개인 취향을 고려한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래코드 관계자는 “래코드는 옷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이야기를 담는 매개체로 인식해 유니크하고 희소성 있는 컬렉션을 제안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윤리적 소비와 환경 문제를 중요한 가치로 두고 다양한 지속가능 행보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타이틀을 지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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