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 전성시대 열렸다! 패션 브랜드 경쟁력은?

트렌드랩506 (mindy@trendlab506.com)
25.03.13 ∙ 조회수 8,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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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세계는 지금 대대적인 오프라인 유통 구조조정 중이다. 미국의 쇼핑몰 가운데 70%가 구조조정에 있다고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 예전만큼 오프라인 유통에서 효율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서울 성수동이나 익선동, 더현대서울이나 롯데월드몰과 같은 곳들은 사람의 물결에 휩쓸려 다닌다고 할 정도로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요즘 뜨는 곳들을 더 뜨겁게 달구는 콘텐츠는 바로 팝업스토어다.


트렌드랩506에서는 지난 4개월간 서울·경인 지역에 거주하는 2030 소비자 400명의 팝업스토어 경험, 팝업과 유통 전문가들과 함께한 인사이트 토크, 그리고 기업들의 실제 팝업스토어 운영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약 100개의 팝업스토어가 운영되고 있다. 성수동 소식을 전하는 ‘성수교과서’에서는 5월 3주 차에 성수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팝업스토어가 54개라고 알려준다. 성수동뿐만 아니라 상시 팝업이 운영되는 전국의 쇼핑몰과 백화점 외에 익선동, 도산공원, 심지어 최근에는 발길이 뜸해진 가로수길까지 주요 상권 중 팝업스토어가 열리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팝업은 이제 유통의 뉴노멀이다. 이렇게 너 나 할 것 없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다 보니 ‘이제 식상하다’거나 ‘팝업스토어는 끝물’이라는 이야기도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정말 팝업스토어는 지고 있는 트렌드일까? 그렇다면 팝업 말고 다른 어떤 대안이 있을까?  


팝업스토어 운영 비용은 만만치 않다. 얼마전 성수동에 놀이동산을 열었다고 평가를 받은 모 주류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는 35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고 한다. 또 다른 식품 브랜드에서는 10억원의 예산으로 훌륭하게 팝업스토어를 치러냈다고 평가를 받기도 했다. 10억원이면 웬만한 작은 매장 하나는 임대하고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인데, 불과 한 달 남짓한 팝업스토어에 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전문가도 많다. 팝업스토어의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30초의 광고를 TV에서 집행하기 위한 예산과 비교한다면 셈법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1회 광고에 대략 1000만원 내외의 광고비가 발생하니 10억은 100번 정도의 광고를 TV에 태우는 예산이다. 과거에는 10억원의 예산이 있다면 TV를 통해 전국적으로 방송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TV 콘텐츠도 모두 유튜브에서 보는 요즘 100번의 TV 광고는 의미 있는 브랜드 노출을 담보하지 않는다.



팝업스토어 전성시대 열렸다! 패션 브랜드 경쟁력은?  1455-Image100번의 TV광고보다 효율적인 팝업스토어?


낮은 노출도뿐만 아니라 30초 광고로 특정 브랜드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쉽지 않다. 브랜드가 몇 안 되던 과거에는 브랜드 이름을 기억시키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고객에게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모든 것이 다 있는 풍요의 시대를 넘어 넘쳐나는 시대에 ‘브랜드에 대한 강렬한 인상’은 좀 더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을 통해서만 전달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이런 ‘브랜드 경험’을 주는 것은 보통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몰입감 있고, 다채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팝업스토어는 어쩌면 가장 가성비 높은 마케팅 도구일 수 있다.


그렇다면 패션산업에서는 몰입감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잘 활용하고 있을까? 2023년 5월부터 1년간 ‘성수교과서’에서 정리한 주차별 성수동 팝업스토어를 다시 분석해 보면, 놀랍게도 4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 바로 패션이다. 반면 소비자들에게 다시 방문하고 싶은 팝업스토어를 물어봤을 때에는 패션산업이 19.2%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패션 팝업스토어는 왜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까?


팝업스토어 관련 전문가들은 패션산업의 팝업스토어가 가장 밋밋하고 재미없다고 이야기한다. 또 판매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여전히 일반 고객과의 접점보다는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그들만의 이벤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한다. 물론 팝업스토어는 ‘스토어’가 붙은 만큼 판매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 조사와 다른 산업의 사례를 통해 패션산업의 팝업스토어들이 강화해야 하는 요소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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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브랜드 경험, 가성비 최고


팝업스토어의 성공지표를 무엇으로 삼고 있을까? 대부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얼마나 많이 SNS에 포스팅했는지를 핵심성과지표(KPI)로 삼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오픈런과 웨이팅이 마치 팝업의 성공지표인 듯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실망한 팝업스토어는 ‘대기시간이 긴 것에 비해 콘텐츠가 별로’이거나 ‘시간을 내서 찾아갔는데, 콘텐츠가 별로 없을 때’라는 응답이 가장 많다. 고객 입장에서는 팝업 방문을 목표로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브랜드에 대한 경험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다림의 시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또 요즘 이벤트를 미끼로 한 방문객의 SNS 포스팅은 팝업스토어를 나서는 순간 삭제되기 일쑤다. 


그렇다면 팝업스토어에서 어떤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필요할까? 가장 적은 수가 운영됐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다시 가고 싶은 팝업 콘텐츠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주목받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팬덤’을 근간에 두고 운영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만족도 측면에서도 제일 높은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설계한 팝업을 잘 살펴보면 평소 브랜드에 관심 있는 열혈 고객을 넘어 팝업스토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중심에 놓고 기획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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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성수동에서 열렸던 ‘세븐틴 스트리트 인 성수’는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팝업스토어로 누적 방문자 수가 10만명에 달했다. 단 6일 동안 짧게 진행된 팝업은 새롭게 출시되는 앨범 콘셉트와 비슷한 페스티벌 무드로 디자인됐을 뿐만 아니라 매장 내에서는 새롭게 발매되는 음원을 들어볼 수 있는 리스닝룸, 세븐틴 멤버들이 직접 쓴 손글씨 메모 등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세븐틴 스트리트 운영 후 팝업에 설치됐던 포토존과 동일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콘셉트 포토를 공개해 그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은근한 동지의식을 자극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팝업스토어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6주에 걸친 앨범 홍보 과정 중 하나로 기획돼 팝업과 온라인 티저를 연계하고 방문객들이 만든 UCC를 활용해 바이럴을 더 길게 끌고 가는 전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팝업스토어를 독립된 일회성 마케팅 활동으로 인식하지만, 정말 소비자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낸 성공적인 팝업스토어는 대부분 큰 마케팅 캠페인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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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산업 팝업 수 최다, 기대치는 최하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의 경험을 더 길게 연장하고, 브랜드에 대한 열망을 강화하는 도구로 굿즈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특별히 기획된 굿즈는 고객을 팝업스토어로 불러들이는 주요한 유인책 역할을 하고, 팝업을 방문한 사람들을 묶어 주는 징표의 역할을 한다. 팝업 기간 판매되거나 혹은 이벤트를 통해 획득한 굿즈는 종종 희귀템이 돼 당근이나 번개장터의 이슈템이 된다.


이러한 굿즈는 판매하고 나눠 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소장하고 싶은 아이템이 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작년 성수동 버버리 팝업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당시 버버리는 성수동을 버버리 스트리트로 만들었다고 할 정도의 강렬한 팝업 콘텐츠를 준비했고, ‘블랙키위’ 보고에 의하면 2023년 10~11월 기간 중 네이버 검색량이 3만7000건 이상 될 정도로 정말 핫했다.


그런데 문제는 성수동의 세 곳에서 나누어 진행된 팝업을 모두 방문하면 받을 수 있는 머그컵 굿즈였다. 다들 받고 싶어 하던 굿즈였는데 의외로 당근마켓에서 2만원 이하로 거래됐고, 팝업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팔리지 않은 상태로 매물로 남아 있다. 소비자들에게 열망을 판매하는 럭셔리 브랜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충분히 잘 설계된 굿즈 제품이었는지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열망과 애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요즘, 팝업스토어만 한 접점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큰 고민 없이 남들이 하기 때문에 나도 하는 ‘콘셉트 없는 팝업스토어’는 소비자들에게 피로도만 높여 오히려 브랜드를 넘어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소비자들에게 ‘패션산업은 원래 지루하고 재미없어’라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우리가 이제까지 쌓아 놓은 열망의 힘은 사라지고 바로 가격 경쟁의 지옥으로 추락하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사 제공 : 트랜드랩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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