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다운 가격 폭등, 식물성·그래핀·리사이클 ‘대체 충전재’ 급부상
기후, 경제, 공급과 수요 등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려 천연 구스 · 덕 다운 가격 변동의 폭이 크고 예측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이 ‘대체 충전재’다. 버진 다운(Virgin Down)을 대신할 식물성, 그래핀, 리사이클 등 대체 충전재 마켓을 살펴봤다.

버진 다운을 대신하는 ‘대체 충전재’가 부상하고 있다. 이는 천연 다운 가격이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 고공행진했기 때문이다. 가격 변화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원료 부족 현상과 함께 중국 내수 브랜드의 수요 증가로 인한 것이었다.
중국은 전 세계 다운 생산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다운을 소비하기보다는 공급자 입장에 가까웠다. 최근 중국 내 기후 변화 등 다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수요자로 돌아서면서 전 세계 다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소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수 시장의 사용량 변화가 가격 변동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다운이라는 원료 특성에 있다. 다운은 오리 · 거위를 사육해 식용으로 소비하기 위해 키우며 그 부산물로 생겨난다. 중국이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오리 · 거위에 대한 소비는 줄어들고 돼지고기와 소고기 소비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사육하는 전체 개체 수가 줄어들게 되면서 원모 수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50년 노하우 ‘TP’ 신클라우드 공급 확대
이러한 상황 속 최근 대체 충전재가 부상하면서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식물성, 그래핀, 리사이클 등 천연 다운 못지않은 성능을 가진 데다 환경 및 윤리적 요소, 가격까지 다 잡아 팔방미인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 최초 다운 전문 기업 TP(대표 임석원, 구 태평양물산)는 50년 이상 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온 충전재 분야에서 합성 충전재 ‘신클라우드(SynCloud)’와 리사이클 충전재 ‘프라우덴(PRAUDEN)’ 중심으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TP는 가볍고 부드러운 보온 충전재 ‘신클라우드(SynCloud)’ 시리즈로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대표 제품 ‘신클라우드 바이오’는 100% 생분해되는 폴리에스터 충전재로, PLA(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대비 3.8배 긴 수명을 자랑한다.
‘신클라우드 케이폭 바이오’는 케이폭 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천연 셀룰로오스 섬유와 생분해성 폴리에스터인 바이오를 결합해 만든 친환경 충전재로 다운 대비 80% 저렴한 가격에 615의 높은 필파워를 갖고 있다. 천연 다운 대체재로 국내외 브랜드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 전년대비 공급량이 1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사이클 ‘프라우덴’ 공급량 5배 증가
이 외에도 프리미엄 마이크로파이버를 사용해 부드럽고 보온성과 복원성이 뛰어난 충전재 ‘신클라우드 L’과 옥수수 등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재생 순환성 소재인 ‘소로나(Sorona)’를 기반으로 만든 충전재 ‘신클라우드 소로나’는 뛰어난 보온성과 합리적인 가격이 특징이다. 자라, H&M, 언더아머, 캘빈클라인, 스파이더, 블랙야크 등 전 세계 200여 개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으며 2025년 공급량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사이클에 초점을 맞춘 프라우덴 라인도 주목할 만하다. ‘프라우덴 리사이클 다운’은 한국에서 버려진 의류와 침구에서 다운을 수집해 새 상품과 동일한 수준의 품질로 만든 리사이클 다운이다. ‘프라우덴 그린필’은 버려지는 폐의류에서 수집 · 가공해 만들어진 리사이클 다운과 일회용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생산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구성한 다운 기반 혼합 충전재다. 합리적인 가격과 보온성, 친환경성을 두루 갖춰 2019년 출시 이후 공급량이 5배 이상 증가했다.
합성 충전재 및 기타 신소재 충전재는 다운의 대체재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독립적인 시장으로 더욱 확장하고 있다. TP 관계자는 “TP는 다운과 합성 충전재에 대한 생산 기술력과 전문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전문적인 R&D 투자로 품질, 가격, 지속가능성을 모두 충족하는 경쟁력 있는 신소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도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를 선도하며, 혁신적인 충전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플로라 다운 / 그래핀 패딩
신주원, 울다운 등 ‘하이브리드 다운’ 인기
‘디보 다운’을 전개하고 있는 신주원(대표 이관우)은 천연 다운과 친환경 충전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다운’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울과 다운을 결합해 개발한 ‘디보 울 다운’과 ‘디보 HD 울 다운’을 선보였다.
울과 다운, 옥수수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전분을 원료로 만든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을 결합해 만든 울 다운은 기존 천연 다운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흡습성, 빠른 건조 능력, 형태 유지 능력을 가진 신소재로 현재 다양한 브랜드들에서 활용하면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작년에는 ‘플로라 다운’ ‘그래핀 패딩’ 등 대체 충전재를 새롭게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플로라 다운은 천연 비건 섬유인 케이폭(KAPOK)과 다운의 기술적 융합으로 개발한 지속 가능한 하이브리드 신소재다. 경량성 · 통기성 · 복원력이 뛰어나고, 인체에 무해하며 100% 생분해되는 환경친화적인 소재다.
아웃도어~아동복, 국내 120개 브랜드 협력
‘그래핀 패딩(GRAPHENE PADDING)’은 차세대 친환경 고성능 소재로, 옥수수 속대의 셀룰로오스에서 유래한 바이오매스 그래핀을 사용해 만들었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강한 내구성을 지녔으며 경량성과 높은 열전도성으로 빠르게 따뜻해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주원이 전개하고 있는 대체 충전재는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다. 방한성 · 통기성, 쾌적한 착용감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등산복과 겨울 스포츠 의류 등 아웃도어 의류뿐만 아니라 사계절용 이불 · 베개 · 매트리스 패드 등의 침구류 등 여러 카테고리 아이템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120여 개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으며 다양한 천연 소재를 다운과 접목해 만들 수 있는 충전재를 개발하기 위해서 힘쓰고 있다.
신주원 관계자는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천연소재 위주의 다양한 R&D 연구와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신주원이 전개하는 대체 충전재는 자연적으로 생분해가 가능한 자연친화적 소재로 지속가능성이라는 트렌드를 따르면서 기능적으로도 우수한 소재의 연구 개발을 통해 다운 시장과 신소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일찍 뛰어든 다음앤큐큐, 라인업 지속 확대
국내에서 프리미엄 다운을 공급하고 있는 다음앤큐큐(대표 이우홍)도 대체 충전재의 중요성을 깨닫고 일찍부터 개발에 열을 올렸다. 2011년 ‘실키론(SILKYLON)’ 다운으로 시작해 2013년 발수 다운 ‘DWR’, 2015년 발열 다운 ‘DHE’, 2017년 복합기능성 다운, 2020년 ‘씬구스(THINGOOSE)’ 등 다양하게 선보였다.
최근에는 2023년 출시한 ‘에코 플럼핑 다운’에 충전 성능을 더 높이기 위한 기능성 충전재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에코 플럼핑 다운은 천연 다운과 폴리 소재로 만든 다운 대체 충전재 ‘스너그라이트필’을 더즌테크 기술로 결합해 만든다. 블렌딩 다운임에도 세탁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다운 뭉침 현상을 방지해 필파워와 보온력을 유지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나 내구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다운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에코 플럼핑 다운은 천연 다운 대비 약 30% 가격 절감 효과가 있다. 구스 80:20 기준으로 천연 다운의 필파워는 600~650이며, 에코 플럼핑 구스 80:20은 500~550 필파워를 가지고 있다. 브랜드에서는 원가를 절감하면서도 구스와 유사한 퀄리티를 갖는 에코 플럼핑 구스 다운을 선호하고 있다.
울 · 그래핀 등 에코 플럼핑 시리즈화 나선다
올해 다음앤큐큐는 에코 플럼핑 시리즈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더즌 테크 기술을 응용해 ‘그래핀 다운’ ‘울 다운’ ‘에어로겔 다운’ 등 다양한 기능성 충전재를 선보여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생각이다.
충전재 라인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케이폭 웹, 실크 웹, 캐시미어 다운, 씬구스 등 다양한 기능성 충전재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라인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앤큐큐는 작년 국내에서 대체 다운을 10톤가량 판매했으며, 2025년도에는 LF, 신원, 밀레, 형지 등과 예약이 확정된 상태로 30톤 이상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다음앤큐큐 관계자는 “기후변화와 중국 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원자재 수급과 가격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좀 더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대체 충전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향후 다운과 대체 충전재가 공존하는 시장 구조는 유지되겠지만 기술 발전과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대체 충전재가 점진적으로 다운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PCK, 3가지 대체 충전재 ‘새바람’
글로벌 다운 충전재 전문 기업 퍼시픽코스트코리아(대표 이윤철, 이하 PCK)도 대체 다운 시장에서 꾸준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울트라 클러스터’ ‘마이크로맥스’ ‘그래핀 다운’ 세 가지 대체 충전재를 바탕으로 전개하며 국내외 파트너사들에 좋은 평을 받고 있다.
2023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울트라 클러스트와 마이크로맥스는 천연 다운과 유사한 인공 충전재다. 울트라 클러스트는 세탁 후 뭉침 현상이 발생하는 폴리에스터 다운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PCK가 개발했다. 볼 형태의 섬유 충전재 중 가장 다운 클러스터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 오랜 시간 압축된 후에도 본래의 탄성을 유지하는 압축 저항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풍부한 미세 공기층을 함유하고 있어 보온성도 우수하다.
폴리에스테르를 기반으로 한 초경량 방한 소재 마이크로맥스는 균일한 극세사가 미세 공기층을 만들어 오리털에 버금가는 보온성을 유지하며, 가볍고 부드러워 착용감이 우수하다. 특히 습기에 취약한 천연 다운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소재로 일반 다운보다 2배 이상 건조가 빠르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키즈 브랜드에서 선호도가 매우 높다.

퍼시픽코스트코리아 해외 현지 공장
브랜드 맞춤 혼용률 ‘커스터마이징’ 인기
작년 선보인 신소재 그래핀과 다운을 결합한 그래핀 다운(GRAPHENE DOWN)도 인기를 얻고 있다. 열 보전력이 높고 항균 · 방취가 탁월한 워셔블 다운으로 일반 다운 대비 40% 저렴하다. 최근 기존 그레이 컬러에서 벗어난 화이트 컬러 개발에 성공해 패션 업체들의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PCK의 차별점은 혼용률이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이다. 아웃도어와 캐주얼 등 각 카테고리에서는 선호하는 가격대와 구성비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기존 시장에서는 혼용비가 일괄적으로 고정된 스펙의 대체 충전재를 선보였으나 생각을 뒤집어 브랜드가 원하는 충전재 종류와 구성비를 주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덕분에 PCK에서 전개하는 대표 대체 충전재들은 현재 해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파트너가 10곳이었으나 올해는 30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PCK는 2023년부터 다운 대체 충전재 영업을 시작해 첫해는 200톤, 작년에는 600톤을 공급했다. 올해는 공급량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윤철 PCK 대표 “커지는 대체 충전재, 개발 집중”
PCK는 중국, 대만, 베트남, 미얀마 등 모두 4곳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 공장은 신규 아이템 개발을 주력으로 하며 이렇게 개발된 충전재는 중국에서 대량생산한다. 베트남과 미얀마는 현지에서 빠른 속도로 공급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윤철 PCK 대표는 “가격 논리로 접근하면 반드시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이 등장해 무한경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PCK는 커스텀이 가능한 대체 충전재 등 남들과 다른 콘셉트로 차별화를 두려고 한다. 대체 충전재가 생겨나면서 다운 시장의 파이가 조금씩 커지고 있어 PCK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1년에 1~2개 대체 충전재를 꾸준히 개발해 업계에서 영향력을 넓혀 가겠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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