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광철 l 국제패션디자인학교 교수 겸 에코그램 부사장 '벤치마킹 성공 경험 축적 통해'
벤치마킹은 단순히 남의 것을 카피하는 모방이 아니라 면밀히 분석하고 비교해 나의 콘셉트와 시장 상황에 맞게 적용해 성공 경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벤치마킹 과정을 통해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는 국내 패션 중고 거래 스타트업이 있다. 중고 의류 플랫폼인 미국의 ‘스레드업(Thredup)’을 벤치마킹한 ‘차란’과 중고 거래 소셜 마켓 플랫폼인 영국의 ‘디팝(DEPOP)’을 벤치마킹한 ‘후르츠패밀리’다.
스레드업과 차란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한 리커머스 플랫폼 ‘스레드업’은 2009년 제임스 라인하트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경영학을 공부할 때 자신의 옷장에 입지 않은 옷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중고 의류 구매자와 판매자를 위한 마켓 플레이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스레드업의 초기 버전 웹사이트는 의류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줬지만 실제 재고는 구매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자 라인하트는 판매자가 중고 의류를 택배로 보내면 회사에서 보관, 검사, 배송, 가격 측정 등을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미국의 스레드업을 벤치마킹한 김혜성 대표 역시 집에서 입지 않은 옷들을 대신 팔아주는 서비스로 2022년 1월 패션 리커머스 플랫폼 ‘차란’을 창업했다.
차란은 앱을 통해 수거 신청을 하면 수거부터 클리닝, 촬영, 상품 정보 게재, 배송까지 전 과정을 대행한다. 또한 제품을 신속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자체 검수 시스템을 마련하고 2300㎡(약 700평) 규모의 검수 센터인 차란팩토리를 조성하고 물류시스템을 갖췄다.
차란은 현재 누적 이용자 수 40만명을 돌파했고 2024년 4월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해 총 누적 투자금은 154억원이 됐다. 투자 금액은 서플라이 체인 구축과 관리 역량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디팝과 후르츠패밀리
2011년 기업가 사이먼 베커만은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했다. 원래는 젊은 창작자들이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로 구상했지만 결국 P2P 리세일 플랫폼 ‘디팝’으로 발전했다.
디팝은 디지털 세대를 위한 중고 쇼핑을 재정의하고 1990년대와 Y2K패션의 트렌드를 이끌면서 독특한 패션을 사고, 팔고, 발견하는 소셜 마켓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이뿐만 아니라 미래의 패션 스타와 트렌드를 찾고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플랫폼으로 확장해 현재 30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영국의 ‘디팝’에서 영감을 받아 2019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패션 중고 거래 플랫폼 ‘후르츠패밀리’는 MZ고객을 타깃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팬덤이 만들어지면서 판매와 구매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의 장이 활성화돼 고객 유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후르츠패밀리는 2024년 월 방문자 수가 120만명(11월 기준)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전년대비 3배 성장했다. 2022년 KB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사로부터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에 탄력을 받았다.
벤치마킹은 스타트업이나 신생기업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자사의 사업 모델을 면밀히 비교·분석하고 자신의 위치를 잘 파악함으로써 성장 로드맵을 잘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이를 개선해 성공의 문턱을 향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