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트럼프 2.0시대 고래와 새우등'
트럼프 2기의 서바이벌 게임은 시작됐다.
트럼프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와 무역의 태생적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비교우위’ 이론 같은 것은 엿 바꿔 먹은 지 오래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철저한 미국우선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구시대 유물로 여겼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라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의 관세 장벽을 높여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제품을 막고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관세는 반도체와 철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패션 산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미국의 패션 산업은 섬유 등 중국의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으며, EU를 포함한 다른 나라도 중국으로부터 의류 원자재를 공급받고 있다.
관세 전쟁은 패션 브랜드 제품 가격에 악영향을 끼치며, 결국 소비자에게 인상분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미·중 분쟁은 중국 내 의류 공장의 생산 흐름에도 영향을 끼쳐서,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트럼프 1기 시절 이미 관세의 위력을 실감한 미국 패션 사업체들은 중국 생산 라인에서 벗어나 공급처 다각화를 꾀했지만 아직도 소재, 원사, 염색 등은 중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아닌 새로운 공급망을 개발하려면 생산 능력, 품질 관리, 배송 관리 등이 쉽지 않다. 또한 미국에서 일하는 패션 근로자의 일자리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중국도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전면전에 나설 기세다.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중국 내 제조 라인을 베트남 등지로 옮기는 고육지책까지 취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의 대외무역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EU와도 중국은 부딪히고 있다.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완제품 원가도 출렁이게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패션 제품의 시장 정책에 적잖은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18개월 만에 극적으로 중국과 합의한 트럼프 1기 때의 무역전쟁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멕시코와 캐나다 등 동맹국들에도 추가 관세를 퍼부으면서 더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무역 세계대전의 장기전 및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미국은 중국의 직배송 소액 물품에 면세 혜택을 제공하던 ‘De Minimis Tax Exemption’ 규정을 폐지하고, 바이든 시절부터 줄기차게 문제 삼은 쉬인과 테무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PLA)에 따른 제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쉬인과 테무에 대한 강력 제재를 취하면서 한국 의류 OEM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쉬인과 테무의 미국 내 점유율이 떨어진다면 월마트 · 타깃 · 갭 등 기존 미국 브랜드들은 반격에 나설 것이며, 연쇄적으로 한세실업 등 국내 제조업체들에 대한 주문은 증가할 전망이다. 그만큼 한국 OEM 기업들의 높은 생산 품질과 공급망의 안정성이 돋보일 것이다. 다만 고환율 및 한국산에 대한 보편 관세로 인해, 대미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 수출/공급처의 다변화와 함께 협상이 필요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들의 무역전쟁은 우리에게 분명 위기다. 하지만 우리는 2010년부터 트럼프의 몽니를 이미 경험했고 멋지게 이겨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난다. 이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헤쳐 나가길 바란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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