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조 단위' 패션 기업 10개사, 순위가 바뀐다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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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패션기업 10개사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순위가 바뀌고 있다. 현재 패션 시장의 대세인 스포츠·아웃도어를 전개하는 곳은 격차를 벌리며 상위권에 올랐으나, 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들은 매출이나 영업이익률에서 밀리며 대조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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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는 경기 불황, 소비 침체, 이상 기후 등 3가지 악재의 영향을 받아 매출 외형이 성장한 패션 기업을 찾기 힘들었다. 사실 누가 타격을 덜 받았느냐의 싸움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패션 마켓을 움직이는 ‘조 단위’ 파워 컴퍼니 10개사의 순위가 매겨졌다(아래 도표 참조). 

 

결론적으로 현재 패션 마켓의 대세인 스포츠·아웃도어 전문 및 글로벌 마켓을 공략한 기업들이 톱3를 차지했다. 또한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침체로 갓성비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회사도 경쟁력을 유지했다. 이러한 흐름에 탑승하지 못한 기업들은 침체에 침체를 거듭했다. 정치권 불안까지 가세하면서 역대급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패션 기업들은 올해 이를 만회하기 위한 비상체제에 접어들었다. 

 

톱3는 작년과 동일하게 흔들림이 없었다. ‘5조대’ 이랜드월드(대표 조동주), ‘4조대’ 영원무역홀딩스(대표 성래은)와 휠라홀딩스(대표 윤근창)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견고한 실적을 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글로벌 스포츠 또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주력으로 전개하는 오너 중심 전문기업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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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무역홀딩스·F&F 영업이익률 최고 높아

 

이랜드-뉴발란스, 영원-노스페이스, 휠라-휠라·타이틀리스트·FJ 등이 패션 트렌드의 흐름을 타고 급성장하면서 빅 컴퍼니에 안착했다. 여기에 '디스커버리'와 'MLB'를 전개하는 F&F(대표 김창수)까지 더하면 스포츠·아웃도어 기업의 파워풀한 행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들 기업은 해외로 영토를 넓혀 글로벌 마켓을 공략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재 이랜드는 중국 매출이 2조대, 영원무역홀딩스는 가먼트 수출 매출이 3조대, 휠라홀딩스도 글로벌 무대에서 3조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F&F도 중국 매출이 1조를 넘어서는 등 기업 매출의 50% 이상을 글로벌에서 올리고 있다. 

 

이들 빅 컴퍼니 중에서는 창업 이래 50년 흑자경영으로 알려진 영원무역홀딩스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4조 클럽’의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률도 20%대를 유지하며 명실공히 알짜 중의 알짜로 손꼽힌다. 최근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OEM 수출 비중이 큰 기업으로서 영업이익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도적이다. 

 

F&F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영업이익률은 23.8%로서 빼어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성장률이 더디면서 실적이 떨어지긴 했지만, 올해는 MLB 리뉴얼 효과와 디스커버리의 활발한 출점 등이 중국 매출 상승세를 주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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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삼성 LF 한섬 SI 코오롱 정통 5개사, 뒷걸음질 

 

이랜드월드는 1조 규모의 뉴발란스가 직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 적어도 매출 5000억이 증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상황은 뒤집혔다. 이랜드는 미국 뉴발란스와 라이선스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최대 5년까지는 매출 규모가 유효할 전망이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매출 상승 속도도 무섭다. 6월 회계결산인 이 회사는 2024년 1조5079억원을 올렸으며, 관계사인 에이션패션과 가나안을 포함하면 2조5000억대가 된다. 이는 국내 패션 기업 순위 No.4로서 훌쩍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신성통상은 경기불황 속 가성비 마켓이 떠오르면서 ‘탑텐’과 ‘폴햄’으로 가파른 성장을 일궈냈다. 특히 토종 단일 브랜드로서 최대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탑텐은 작년 9500억원(추정치)으로 마감했고, 올해 1조 돌파를 자신한다.   

 

한편 정통적으로 패션 대기업으로 분류되던 삼성물산패션(대표 이준서, 2조40억), LF(대표 오규식·김상균, 1조9578억), 한섬(대표 김민덕, 1조4835억),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윌리엄김, 1조3086억),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 3분기 누적 8311억)은 소비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최근 몇 년간 스포츠와 아웃도어룩이 일상화되면서 포멀한 여성복·남성복 수요가 급감한 점과 수입 컨템퍼러리·신명품 매출도 꺾이면서 수입 비즈니스에 힘을 쏟은 이들 기업의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게다가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바잉 단가가 올라가며 수익성은 더 낮아지는 추세다. 

 

LF를 제외한 4개 패션 대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대비 마이너스 실적을 냈으며, 영업이익률이 평균 5%대에 머물러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 LF도 패션부문 매출은 감소했지만 코람코 금융 부문 실적 호조로 손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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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한 한섬의 '시스템'  


영업이익률 평균 5%대... ‘글로벌’ 성장 돌파구 

 

삼성물산패션은 지난해 3년 연속 ‘2조 클럽’에 진입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이 회사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빈폴’ ‘갤럭시’ ‘에잇세컨즈’ ‘구호’ 등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동남아 중심의 해외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준지’는 프랑스·중국 등 전 세계 주요 백화점과 편집숍으로 확장해 해외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겠다고 전한다. 

 

한섬은 2030년 연매출 2조 달성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자체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해외패션 포트폴리오 확대, 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 확장 등 3가지 중장기 성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시스템’이 2019년 이후 파리패션위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타임’은 2023년 글로벌 컬렉션 ‘더타임’을 발표하고 지난해 2월부터 패션파리위크에서 선보였다. 올해 시스템과 타임은 파리 현지 백화점 단독 매장 입점 등 유통망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사 브랜드 리브랜딩과 메가 브랜드 육성, 포트폴리오 효율화 전략을 제시했다. 더불어 코스메틱 브랜드를 중심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규 M&A와 라이선스 사업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진다고 전했다. 

 

LF는 '던스트'와 '헤지스' 등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코오롱FnC는 일본 이토추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코오롱스포츠의 일본 진출을 본격화했다. 또 골프웨어 지포어는 해외 본사와 중국·일본과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아시아 시장까지 확장하고 있다. 

 

올해 패션 대기업들이 자체 브랜드를 키워 글로벌 시장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느냐가 기업 순위 변동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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