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756만점' 쏟아지는 짝퉁 논란...브랜드 IP 보호 방안은?
짝퉁 및 무단 판매 행위가 브랜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끝없이 나오는 이른바 ‘짝퉁 논란’으로 패션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각종 가품이 쏟아져 나오고 해외 직구 사이트는 물론 대형 유통사 및 국내 패션·거래 플랫폼에서도 짝퉁 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패션 업계 전반에서 가품 문제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국내 짝퉁 시장의 규모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9~2023년 지식재산권 침해로 세관에 적발된 수입품 규모는 2조902억원에 달했고, 같은 기간 위조 상품으로 적발돼 압수된 물품도 756만점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의류’로 총 67만점이 적발됐고 화장품류(18만1782점), 장신구류(6만1672점), 가방류(4만3039점)가 그 뒤를 이었다. 형사입건 사례도 2019년 104명에서 2023년 356명으로 5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과 SNS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가품 유통’이 급증했다. 특허청의 국내 온라인 위조 상품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2020년 13만7382건이던 위조상품 유통 단속 건수가 지난해 27만248건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명품 보복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마트까지 퍼진 ‘스투시 짝퉁 논란’ 일파만파
가품 문제가 줄지 않고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러한 가품 의류가 대형 유통사까지 유입돼 고객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마트(대표 한채양)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이하 트레이더스)에서 ‘스투시’의 짝퉁 제품이 나온 것이다.
한 유튜버는 트레이더스에서 정가 17만9000원의 스투시 맨투맨을 9만9000원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상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리셀 플랫폼 ‘크림’과 한국명품감정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양측 모두에게 가품 판정을 받았다. 해당 가품은 지난해 11월부터 트레이더스 미입점 협력 업체에서 판매한 ‘병행 수입 상품’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병행 수입이 낳은 부작용으로 판단했다. 통상적인 인증 절차를 거쳤음에도 짝퉁 제품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유통 채널이 직매입해 명품 판매하는 경우 판매 전 여러 기관의 감정을 통해 가품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협력업체를 통한 경우 수입신고필증, 거래 계약서 등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서류를 받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가품 유입 가능성도 크다.
솔드아웃·크림 등 거래 플랫폼 가품 유통 장기화
지난 1월에는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 사에서 유통된 ‘크록스’의 위조 상품이 발견됐다. 특허청은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 A사를 통해 크록스 제품을 유통한 판매처 16곳의 제품을 구매해 상표권 침해 여부를 확인한 결과 모든 제품이 100% 위조 상품으로 판별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솔드아웃’과 ‘크림’ 등 한정판 리셀 플랫폼의 가품 유통 문제도 장기화되고 있다. ‘나이키’ 운동화와 ‘피어오브갓’ 셔츠 등 다수의 제품을 두고 정가품 판정 시비를 벌여온 솔드아웃과 크림의 가품 공방이 지난해에도 이어진 것이다.
작년 4월 한 고객이 크림에서 어그의 ‘클래식 울트라 미니 부츠 체스트넛’ 제품을 구매한 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1개월 후 솔드아웃에 되팔려 했지만, 솔드아웃 측으로부터 해당 제품이 가품 판정과 함께 ‘검사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서 문제가 제기됐다.
겨울철 어그 제품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크림에서 어그의 제품을 병행 수입하는 판매업자들이 많아졌고, 이중 일부가 가품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문제가 심화되자 어그의 미국 본사 데커스아웃도어는 크림에 “가품 판매자들을 제지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사진 = 패션비즈
알리·테무, 최근 3년간 짝퉁 적발 5531건
중국 이커머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방품 규모는 더욱 심각하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 ‘쉬인’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공략이 가속화된 가운데, 이에 따른 짝퉁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특허청이 공개한 최근 3년간 ‘온라인 플랫폼별 위조 상품 적발 현황’을 보면 올해 알리와 테무에서 짝퉁 제품만 무려 5531건이 적발됐다.
지난 8월 기준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견된 가품은 총 19만1767건, 국내 업체 피해 추산액은 114억3000만원에 달했다. 이중 알리가 5443건, 테무 88건, 쿠팡 1276건, 11번가 714건, G마켓 2032건, 인터파크 372건, 옥션 1632건, 번개장터 862건을 차지했다. C커머스에서 발견된 짝퉁 제품 수가 국내 플랫폼에서의 합산 건수를 넘은 것으로 보아, 국내 시장에 ‘중국발 짝퉁’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악의적 의도로 수백억원을 챙긴 사례도 나왔다. 지난 1월 중국에서 200억원 상당의 짝퉁 제품 1만점을 제작해 밀반입한 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가품을 판매한 유통업자가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적발된 전자상거래 업체 대표는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중국 거래처에서 ‘SA급’ 짝퉁을 제작한 뒤 정품의 10분의 1가격으로 판매해 7억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패션 업계, 전문 협회 설립해 '짝퉁 근절' 나서
가품 논란이 연일 도마위에 오르는 가운데, 국내 곳곳에서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플랫폼을 포함한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강화된 규제를 통해 짝퉁 유입 차단에 나섰고, 패션 업계에서는 민간 협회 및 유관 공공기관을 통해 가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허청 또한 짝퉁 판매 단속 확대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도 강화에 힘쓰는 한편, 국회에서도 법‧제도적 규제 장치와 관련된 개정안이 지속해서 발의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짝퉁 근절’을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한국패션산업협회(회장 성래은)은 지난해 6월 지식재산권 침해 방지를 골자로 한 ‘패션IP센터(FIPC)’를 출범해 6개월 간 국내 IP 침해 사례 약 5300건을 잡아내고,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지원 사업인 ‘K-브랜드 분쟁 대응 전략 사업’을 통해 중국 내 위조 상품 약 3만점을 압수했다.
또한 한국 패션 브랜드들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민간 협력단체도 설립됐다. 브랜드지식재산권보호협회(협회장 김훈도)가 그 주인공으로, 이 협회는 지난해 6월 출범해 ‘위조품 유통 모니터링’ 지식재산권 보호 관련 법무지원’ 등을 중점적으로 진행하며 위조품 유통 근절에 힘쓰고 있다.
“일일이 조사 가능할까?” 플랫폼 업계 비상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짝퉁 방지를 위한 방안을 속속히 내놓고 있다. 특히 무신사는 2023년 7월 플랫폼 최초로 변리사 등 전문위원들로 구성한 지식재산권 보호위원회를 선보이며 플랫폼 내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재권 침해 및 디자인 도용 신고를 할 수 있는 ‘무신사 안전거래센터’ 홈페이지를 별도 개설하고, 혼용률 조작 등 세 번 적발되면 퇴출하는 ‘삼진아웃제'를 운영해 정품 보호와 디자인 카피 방지에 힘쓰고 있다.
에이블리는 디자인 모방 및 이미지 무단 사용을 적발하기 위해 AI 기반 자동 모니터링과 추가 인력을 통한 수동 모니터링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문제 발생 시 판매자에게 페널티를 부과하고 누적되면 상품 노출 중단, 퇴점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타 이커머스 플랫폼도 짝퉁 판매 방지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쿠팡도 첨단 AI 기술과 전 과정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짝퉁 제품을 차단하고, 네이버는 자사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위조 상품 판매 적발 시 판매금 정산을 ‘12개월’까지 보류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다만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실질적 처벌 방안 및 유통 차단은 아직까지 모호한 현실이다. C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일부 상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고, 가품 거래 또한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초저가’에 매력을 느낀 이용자들의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가품 논란을 빚었던 쉬인의 성수동 팝업스토어
사진=패션비즈
특허청, 상표·디자인권 침해 손해배상 2배->5배
그동안 지식재산 침해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식재산에 제 값을 지불하는 것보다 침해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짝퉁 시장 확대 및 C커머스 공습까지 맞물리면서 ‘처벌 기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고의적으로 상표권과 디자인권을 침해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3배에서 5배로 늘어난다. 특허청은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 상표법과 디자인보호법이 21일 공포돼 6개월 뒤인 7월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특허·영업비밀 침해 및 아이디어 탈취 행위에 이어 상표·디자인 분야에도 5배 징벌배상제도가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짝퉁 패딩' '짝퉁 사이트'도 말썽이다. 다운 혼용률을 허위로 기재하는 브랜드가 발견되는가 하면, 국내 주요 기업을 사칭하는 사기 사이트까지 나오며 공격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해 패션업계 악재로 작용한 이슈 중 하나는 ‘패딩 혼용률 조작’ 논란이었다. 무신사는 작년 12월 중순 이후 한 달여 간의 기간에 2개 브랜드(라퍼지스토어, 오로)를 퇴점 및 판매 중지시키고, 5개 브랜드(인템포무드, 굿라이프웍스, 디미트리블랙, 후아유, 라미네즈)에 대해 ‘안전 거래 정책 위반’에 따른 제재 조치를 가했다.
라퍼지스토어 등 패딩 혼용률 조작 ‘수법 교묘’
고가 브랜드의 디자인 또는 기능을 살짝 변형한 '저가 모방 제품'을 의미하는 ‘듀프’ 상품 또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듀프 제품은 고가 브랜드의 디자인과 주요 특징을 비슷하게 따라 한 복제품이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듀프'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 법적 문제가 없는 모방이라고 해도 어디까지 듀프이냐 대한 경계가 모호해 지식재산권 문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특히 특정 디자이너 브랜드 혹은 소형 브랜드의 경우 사업에 큰 피해를 주는 사례도 있었기에 패션 업계에서는 ‘듀프 소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코오롱스포츠' 사칭 사이트에 이어 글로벌 스포츠 기업 데상트코리아(대표 시미즈 모토나리)의 사칭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데상트코리아의 회사 소개, 모델 이미지, 브랜드 명칭, 로고, 상품 소개 등을 무단 도용한 유사 온라인 쇼핑몰이 확인된 것이다. 해당 쇼핑몰은 개인 정보 및 결제한 금액을 편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짝퉁 유통이 갈수록 진화하고 지난해 혼용률 논란, C커머스 공세까지 겹치며 고객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 불신이 패션 업계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판매자의 투명한 거래와 짝퉁 관련 소비자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추가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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