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C-커머스' 역습... 플랫폼 마켓 지각변동 급물살
알리·테무 등 C-커머스의 국내 시장 공습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초저가 전략'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계속되는 고물가 상황 속 '가성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진출 초기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을 쓰며 인지도 및 고객 확보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한국 셀러 입점 사업까지 강화하며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매출을 비롯해 국내 이용자 수, 신규 설치 수 등 모든 수치 면에서 급성장했고 나아가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로 굳어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동시에 오프라인에서도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까지 지난해 한국 시장에 재진출하면서 중국발 저가 공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트럼프 ‘관세 폭탄’에 따른 한국 시장 공략
이러한 중국 이커머스 공세는 '중국에 60% 이상 관세 부과'를 공략으로 내 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높은 관세를 내야 하는 미국을 피해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미 시작된 미중 관세 전쟁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평균 30%)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지난 4일 공식 발효됐다. 이에 따라 800달러(약 116만원) 미만 수입품에 대한 ‘소액 면세’ 혜택도 중단됐다.
또한 미국 연방우정청(USPS)이 지난 4일 중국에서 발송된 택배 수령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기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렇게 직구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중국이 한국 시장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누적 신규 설치 테무가 우세…1804만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C-커머스의 국내 누적 신규 설치수가 2462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무와 알리의 누적 신규 설치수는 각 1804만건, 658만건으로 대한민국 인구 절반 이상이 C-커머스 앱을 설치한 셈이다.
국내 이용자 수 또한 눈에 띈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월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각 912만4000명, 823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앱이 없는 네이버를 제외한 국내 종합몰(패션 전문 플랫폼 포함) 이용자 순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쿠팡(3303만명), 에이블리(936만명), 알리(912만명), 테무(823만명), 11번가(781만명), 무신사 (726만명), G마켓(543만명), 지그재그(426만명)순으로 나타났다.
사진=패션비즈, 와이즈앱·리테일 기준
패션 플랫폼·국내 종합몰 이용자 ‘3등 알리·4등 테무’
알리와 테무가 단숨에 11번가와 G마켓을 제치고 쿠팡에 이어 각각 3위, 4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국내 시장에서 C-커머스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알리는 지난 2018년 11월 한국 시장에 진출해 상당 기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23년 한국 법인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대표 레이 장)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 같은 해 7월 테무까지 국내 법인 웨일코코리아(대표 퀸 선)을 설립하고 한국 시장에 등장하게 되면서 두 업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렇게 중국계 이커머스가 국내에서 급성장한 데에는 초저가 전략과 다각화된 제품군, 공격적인 광고, 배송 서비스 등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특히 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는 지속되는 고물가 상황 속 고객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먼저 알리와 테무는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데 주력했다. 중국 제조업체와의 직접 연결로 유통 단계를 줄이며 가성비 제품을 적극 어필한 것이다. 앱 내 500~1000원대 생활용품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가 하면, 1000원에서 1만원 내외 의류 제품도 다수 노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커머스 성장 배경? ‘초저가·다각화’로 승부수
나아가 의류뿐만 아니라 잡화류, 문구류, 뷰티, 인테리어,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는 제품을 폭넓게 전개했고, 공격적인 광고 전략을 통해 고객들을 모았다.
특히 알리는 마동석·탕웨이 등 유명 배우를 모델로 발탁해 온라인과 TV, 지하철, 버스 등 여러 채널에서 서비스를 노출시켜 인지도를 높였다. 테무의 경우 TV 프로그램을 통해 플랫폼을 홍보하고 PPL, 네이버 배너·검색 광고를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펼쳐 고객을 유입했다.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 점 또한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했다. 알리와 테무의 상품은 현재 모두 중국에서 해외 배송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고 있다. 해외 배송 특성상 비교적 높은 배송비를 책정하고 있는 데 반해 알리와 테무는 무료 배송 혹은 매우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는가 하면, 무료 반품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
알리, 신세계 G마켓과 합작…’이커머스 동맹’
이러한 C-커머스의 한국 시장 집중은 올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알리는 신세계그룹(회장 정용진)과 손을 잡았다. 지마켓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이커머스 동맹’을 맺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자회사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신세계그룹(회장 정용진)의 합작법인(조인트벤처)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출자 비율 5대5로 설립할 합작법인에서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두 플랫폼은 합작 이후에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G마켓이라는 국내 유통 채널을 통해 편리하게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G마켓
한국 전문관 ‘K-베뉴’ 입점사 수수료 면제 종료
지난달 말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도 본격 가동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역직구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상품 전문관인 ‘K-베뉴(케이베뉴)’에 입점한 셀러 중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느끼는 셀러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시작됐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해외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넘어 보증금, 수수료, 언어 장벽 등 수출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고려해 AI 무료 번역 서비스 및 5년간 수수료를 면제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첫 판매 시장은 미국, 일본, 스페인, 프랑스 등 총 4개국으로 글로벌 진입 장벽을 낮춰 꾸준한 지원을 보장하고 판매 국가 및 지역을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K-베뉴에는 변화된 정책을 도입한다. 지난 2023년 10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K-베뉴는 그동안 국내 판매자 유치의 목적으로 ‘입점사 수수료 한시 면제’ 혜택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1월 말일부로 해당 혜택을 종료하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알리가 K-베뉴의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받기로 한 것은 한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알리에 맞대응’ 테무 연내 한국지사 설립
신규 공개된 정책에는 내년 2월부터 신규 입점사에 한해 입점일 기준 90일 동안 수수료 면제 해택을 부여하고, 연간 판매액 5억원 이하 중소기업 판매자의 스토어 한 곳에 대해 최대 1년까지 50%의 수수료를 돌려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알리가 국내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테무도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 알리가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은데 이어 테무도 올해 정식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인력 채용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또한 그동안 일절 하지 않았던 키워드 광고와 한국 내 판매자 모집 등 현지화를 토대로 한 여러 사업들을 검토 중에 있다. 키워드 광고는 이커머스에 입점한 셀러가 비용을 지불하면 화면 상단에 상품을 우선 노출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CJ 등 택배 업계, C-커머스 물량 확보 총력
택배 업계에서도 C-커머스의 배송 물량 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올해 주 7일 배송 서비스에 나선 가운데, 알리와 테무의 물량을 대폭 확대해 배송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존 물량은 CJ대한통운이 알리를, 한진이 테무를 메인 파트너로 배송을 진행하는 형태였다. 각 메인 배송사는 C-커머스 별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은 한진이 테무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한통운 주 7일 배송을 앞세운 만큼 테무 물량까지 넘보고 있는 상태다. 즉, 꾸준히 증가하는 C-커머스 물량을 선점해 선두 주자인 쿠팡을 견제하겠다는 복안이다.
패션 플랫폼에 직접적 영향 줄지는 '미지수'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가품 이슈와 유해 물질 사고로 중국 이커머스 업체 및 현지 직구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음에도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히 우세해 이용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있다. 고물가 및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데다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로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몰 폐업 건수가 9만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패션 플랫폼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지그재그 측은 "아직까지 중국 이커머스가 패션 플랫폼의 트래픽이나 거래액 등에 끼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장기적으로는 C커머스의 행보를 예의주시 중이다"며 "패션 카테고리의 경우 초저가가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니기에 지그재그는 앞으로도 편의성, 쇼핑의 재미, 감성 등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지속해서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패션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해외(중국) 플랫폼의 성장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패션·뷰티 업계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와 트렌드가 뚜렷이 차별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주로 초저가 라인·범용 제품군으로 위주로 성장하고 있어, 국내 패션 플랫폼과는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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