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리포트] 메종 마르지엘라의 새로운 디렉터, 익숙한 느낌의 글렌 마틴스
이탈리아 패션 그룹 OTB 산하의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가 새로운 디렉터를 임명했다. 지난 12월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와의 결별설이 전해진 뒤 업계의 많은 시선이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에게 쏠렸고, 그 추측은 결국 사실이 되었다.
글렌 마틴스는 10년 넘게 운영해온 Y/Project의 사업을 마무리한 직후였으며, OTB 산하의 또 다른 브랜드인 디젤의 디렉터직도 맡고 있었기에 추측들을 뒷받침 하는 근거는 충분 했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가 1988년에 론칭해 2009년까지 운영하다 떠났고, 글렌 마틴스가 2025년에 그 자리를 이어 받게 되었다. 마르지엘라 없는 메종 마르지엘라는 15년 넘게 존재했지만, 글렌 마틴스의 합류는 마치 마틴이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 둘을 같은 카테고리의 디자이너로 묶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단어로 ‘해체주의’가 자주 등장하는데, 글렌 마틴스 또한 뜯고 해체하며 때로는 더하는 방식으로 실루엣을 실험하는 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OTB의 대표인 렌조 로소 회장도 “벨기에 출신 글렌 마틴스의 옷은 전형적이고 실용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이다. 쉽게 말해 마틴 마르지엘라가 지닌 색깔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디자이너의 비슷한 감성은 아마도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 같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같은 디자이너 밑에서 일한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마틴 마르지엘라
마틴 마르지엘라는 1957년 4월 9일 벨기에 겐트에서, 글렌 마틴스는 1975년 7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으며, 훗날 두 사람 모두 앤트워프 왕립 미술학교에 입학했다.
저명한 이 학교는 마틴 마르지엘라를 포함한 ‘앤트워프 식스(Antwerp Six)’라는 디자이너 집단을 배출했으며, 이들은 진취적인 디자인으로 현대 패션계에 변화를 가져온 인물들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마틴 마르지엘라가 졸업한 지 약 15년 뒤, 글렌 마틴스도 동일한 학교에서 비슷한 영향을 받으며 본인만의 철학을 발전시켰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1984년, 글렌 마틴스는 2013년 장 폴 고티에 패션 하우스에 입사했다. 장 폴 고티에는 기하학적이고 파격적인 패션쇼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영감을 갈고 닦은 후에 마틴 마르지엘라 컬렉션에서 해체주의와 익명성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Y/Project 컬렉션에서 실험적인 실루엣으로 나타났다.
2020년 3월 파리패션위크 속 글렌 마틴스
마틴 마르지엘라와 글렌 마틴스는 각기 다른 시대에서 활동했지만, 그들의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언어를 통해 동일한 예술적 철학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글렌 마틴스는 Y/Project에서 보여준 모습 덕분에 디젤에도 합류하게 되었다. 그는 “메종 마르지엘라는 수십 년간 세상에 영감을 준 패션 하우스다. 합류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며, 나를 신뢰해준 회장 렌조 로소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렌조 로소는 “글렌과 여러 해 동안 함께 일해왔고, 그의 재능을 지켜봐왔으며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글렌 마틴스의 임기는 즉시 시작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의 첫 런웨이 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좌) 글렌 마틴스 (우) 장 폴 고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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