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 상태 '뮬라웨어' 기업회생 신청
1월 24일 현재 뮬라웨어 공식몰
2013년 론칭해 국내 애슬레저 시장의 3강으로 자리했던 '뮬라웨어' 전개사 뮬라(대표 조현수 조현웅)가 지난 10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23일 심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뮬라웨어 공식몰은 더 나은 서비스와 배송을 제공하기 위한 정비 작업으로 인해 주문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는 공지를 올려둔 상태다.
뮬라의 2023년 기준 자본 총계는 -113억1258억원,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누적 적자는 300억원 이상이다. 지난 2019년 영업이익 약 12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적자였다. 2024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업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적자가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애슬레저 브랜드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던 지난 2020년 LB인베스트먼트 30억원, SBI인베스트먼트 30억원, 스틱벤처스 30억원, 한국투자증권 20억원, 프라핏인베스트먼트 10억원 등 총 120억원의 투자를 받아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이후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현재 자본잠식 상태까지 오게된 것으로 보인다.
5년 째 적자 ... 마이너스 자본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
뮬라는 2015년부터 국내에 크게 불기 시작한 애슬레저 붐 속에서 '안다르' '젝시믹스'와 함께 전문가(요가강사, 트레이너 등)가 만든 요가웨어로 인정을 받으며 성장했다. 운동 전문가였던 조현수, 조현웅 대표의 노하우를 살린 의류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착용감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기에는 페미닌한 안다르, 섹시한 젝시믹스로 경쟁 브랜드간 캐릭터가 구축된 상태였는데, 뮬라는 차분하면서도 경쟁사 대비 부드러운 착용감을 무기 삼아 전문적인 이미지로 입지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안다르와 젝시믹스가 파워풀한 마케팅 경쟁과 홍보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적극 확산하며 애슬레저 시장 톱 자리를 두고 경쟁할 때, 뮬라웨어는 그 경쟁에서 빠진 듯 했다. 1+1 판매 트렌드나 이벤트는 유사하게 진행하면서도 자체 홍보 활동이나 소비자 커뮤니티 운영,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은 비교적 보수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2024년 하반기 모델로 발탁한 최수영과의 계약은 종료됐지만,
사이트 일부에는 아직도 최수영의 사진이 노출돼 있다.
부진 이유, 경쟁사 대비 마케팅 및 운영 전략 미흡
업계에서는 뮬라웨어가 타이밍을 놓쳤다고 평가한다. 매출 성장률이 앞선 두 브랜드와 확연히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이후 급하게 2019년 배우 이하늬를 모델로 발탁하면서 마케팅에 힘을 쏟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행보를 보였지만, 모델 선정 외에는 특별한 이슈나 전략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실제로 연예인 모델을 기용한 후 매출은 2019년 295억원 대비 2020년 453억원으로 무려 53%(157억원+)나 뛰었지만 판관비가 167억원 증가한 306억원을 찍으면서 정작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던 뮬라웨어가 브랜드 성장을 위한 투자로 잠시 적자를 본 것이라 추측하며 성장을 기대했지만, 최근까지 상황을 바꾸진 못했다.
업계에서도 뮬라의 부진은 처음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한 스포츠 브랜드 관계자는 "2010년대 우먼스 스포츠웨어에서 독보적이었던 아디다스가 부진해지고, 점차 증가하는 국내 여성 운동 소비층의 불편한 니즈(Y존 부각, 부담스러운 레깅스 광택 등)를 적극 해소한 '한국판 룰루레몬' 애슬레저 브랜드들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 운동하며 자신을 관리하는 여성들의 패션 욕구도 채워주는 막강한 아이템이었다"고 설명했다.
상향 평준화된 K-애슬레저, 높아진 안목에 전략 부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내놓는 상품이 주로 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만큼 '우먼스웨어'라고 해도 섬세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커져가는 여성 운동 시장에서 Y존 부각을 막아주는 패턴, 번뜩이는 레깅스 광택을 무광으로 누른 원단 기술, 군살을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상품력은 몸을 드러내는 데 부담감을 느끼던 국내 여성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런 상품력은 편안하면서도 예쁜 착용감으로 운동 센터는 물론 일상 속 깊숙히 레깅스가 자리잡을 수 있는 큰 기회를 만들었다. 안다르와 젝시믹스는 2000억대 규모로 국내 시장 톱을 찍고 골프·맨즈·스포츠·키즈까지 확장해 현재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새로운 시장을 넓혔을 만큼, 애슬레저 마켓의 확장성과 경쟁력은 탁월했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요가'라는 차분한 운동을 중심으로 시작된 시장이라 뮬라웨어의 초반 전개 방향도 그같은 시장에 맞춘 것이라 예상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을 다들 느꼈을 것이다. 신규 유입을 위한 이슈도 없었고, 기존 소비자들의 이탈을 막을만한 매력적인 전략도 부족했다"며 "초반에는 뮬라만의 상품력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분명 있었지만, 지금 애슬레저 브랜드 선택의 기준은 '취향'과 '가격'으로 쏠렸다. 상품력은 상위평준화된 상황이라, 소모품으로써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뮬라웨어의 전략 미스를 짚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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