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성 자자, 쇼핑 1번지 ‘명동’ K-패션 · 뷰티 총집결
서울 명동으로 브랜드가 속속 모여들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임차료를 내야 하는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작년 무신사스탠다드 · 마뗑킴 · 커버낫 등 K-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올리브영 · 믹순 등 뷰티 브랜드의 매장 오픈이 활발했다. 과거 IMF,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큰 이슈를 계기로 늘 진화해 왔던 명동 상권에 또다시 활력을 가져다 준 ‘K-패션’과 ‘뷰티’ 브랜드를 살펴봤다.
“명동은 전통적으로 ‘바둑판 상권’이다. 어느 곳에서 유입되든 상권을 돌면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매우 많다. 명동은 서울역, 경복궁, 시청, 남산, 동대문, 인사동, 청계천, 광장시장 등을 가는 데 교통이 편하고 서울 주요 관광지와 매우 인접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세계적인 5성급 호텔부터 게스트하우스, 다양한 먹거리, 2개의 백화점 본점과 면세점까지 한곳에 모여 있어 망하려야 망할 수 없는 상권으로 불린다.”
과거부터 명동의 무수한 변화를 지켜봐 온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명동을 재미난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명동 상권을 움직이는 중요한 핵심이 외국인 관광객이기 때문에 당대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장소로 여겼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중저가 화장품이 인기였던 시절에는 명동의 메인 길이 다양한 화장품 로드 숍으로 가득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각광받던 시기에는 다양한 국내외 SPA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명동에 초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2~3개 이상씩 오픈했다. 또한 스포츠 숍이나 대형 슈즈 멀티 숍들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권이기도 하다.
올리브영, 명동 ‘K-뷰티’ 성지 꿈꾼다
최근 명동 상권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올리브영과 K-패션 브랜드다. 과거 명동 상권 내 가득했던 개별 화장품 브랜드 들은 올리브영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안에 흡수돼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열고 있고, 올리브영 매장을 통해 확장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명동을 ‘K-뷰티’의 성지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10월 소형 점포인 명동입구점을 폐점하고 현재 명동타운점, 명동점, 명동중앙점, 명동대로점, 명동타임워크점, 명동역점 등 총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특화 매장인 명동타임워크점에는 세금환급 부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명동타운점은 다양한 나라의 소비자들을 위해 영어 · 중국어 · 일어 등으로 매장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모든 상품에 전자라벨 상품명을 영어로 병기해 글로벌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어 하루 평균 외국인 방문객이 1만~1만5000명에 이르며, 구매 고객은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브영 명동역점, 개점일 매출 1억5000만 ‘폭발적’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의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2023년 명동타운점에 이어 작년 8월 명동역 6번 출구 앞 밀레오레 건물 1층에 명동역점을 선보였다. 이곳에는 K-뷰티뿐만 아니라 K-팝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오프라인 매장으로는 첫 음반 코너를 조성하며 개장 첫날 매출이 1억5000만원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뷰티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뷰티 제품 구매에서 더 나아가 피부관리 등 병원 시술로까지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강남이 그랬던 것처럼 명동도 피부 케어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병원의 허브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모양새다.
명동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상권 내 임차료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이하 쿠시먼)가 전 세계 138개 주요 도시의 상권 임차료를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명동의 연평균 임차료는 제곱미터당 1031만9652원으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2023년과 비교해 연 임차료는 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 테넌트 업종, 화장품 > 의류 > 잡화 > F&B 순
임차료와 반대로 공실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동향 지역별 공실률(소규모 상가) 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 4분기 명동의 공실률은 50.27%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관광 루트가 막히고 높은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당시 많은 브랜드들이 명동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금 새로운 MD 구성의 매장들이 속속 오픈하더니 이전보다 더 재밌는 상권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그 결과 명동의 공실률은 2022년 3분기 36.94%, 2023년 3분기 19.66%, 2024년 3분기 2.39%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쿠시먼 2024년 서울 리테일 가두상권 보고서 중 명동 테넌트 업종 비중을 살펴보면, 화장품(31%), 의류(18%), 패션잡화(16%), F&B(12%), 기타 도소매(11%), 기타서비스(9%), 의원(3%) 순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업종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뒤로 의류, F&B, 도소매 등 다양하게 구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파오 · 마리떼 등 K-패션, 월평균 10억대 속속
명동은 국내에서도 가장 높은 임차료를 내야 하는 상권이지만, 그만큼 가장 높은 매장 매출을 낼 수 있는 상권이기도 하다. 명동에 입성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월드(대표 조동주)의 ‘스파오’는 작년 9월 대비 12월 매출액이 30% 증가 했으며, 최근 3개월간 월평균 매출액이 2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 K-패션 브랜드들도 월평균 1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동역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휠라는 과거 명동 6길에 위치한 매장에서 6억~7억의 매출을 올렸었다. 명동 중앙길 자리를 옮겨 월 20억 매출을 예상하며 매장을 오픈했다. 기존 임차료보다 값을 더 치르고 메인 거리로 진출해 실제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과거에도 명동 중앙길은 오픈하기만 하면 대박이지만 현재 쉽게 자리가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명동은 성수나 한남 같은 힙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는 없으나, 유동인구가 많고 쇼핑 목적이 강한 패션 상권이어서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경우 타 상권 대비 폭발적인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패션 · 뷰티 브랜드들이 높은 임차료에도 불구하고 명동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 체크, 테스트 베드 역할 수행
이를 방증하듯 작년 한 해 동안 다양한 브랜드의 매장 오픈 소식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부터 무신사스탠다드,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위글위글, 마뗑킴, 커버낫, NOS7, 블루엘리펀트뿐만 아니라 트렌디한 인기 캐릭터 IP 굿즈를 판매하는 라인프렌즈 스퀘어와 SPA브랜드 H&M이 국내 최초로 첫 글로벌 플래그십스토어를 내는 등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가 하나둘 명동에 입성하면서 핫한 상권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근에는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K-패션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제품과 트렌드를 체크하는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해외 진출 시 좀 더 단단한 브랜딩을 하기 위한 전략으로 명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는 것이다.
또 서울 주요 상권에 여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패션 기업의 경우 팝업 등 이슈가 될 만한 것은 MZ세대가 많이 몰리는 성수나 도산공원에 행사를 열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매출은 명동에서 올리는 전략을 구사한다. 명동은 저녁 늦게까지 관광객들로 붐비기 때문에 매장 영업시간도 타 상권보다 길게 운영할 수 있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K-패션 브랜드가 모여있는 명동 중앙길 전경(촬영. 구경효 사진 기자)
대로변 ‘남대문로’ 상권, 새롭게 각광
과거 명동은 중앙길, 명동길, 충무길 3길이 메인이었으며 현재 남대문로가 새롭게 떠올랐다. 패션 브랜드들은 여전히 중앙길과 명동길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선호하며 충무길을 포함해 안쪽 골목들은 여유로운 편이다. 그럼에도 남대문로에 애플, 룰루레몬, 무신사스텐다드, 리모와 등이 자리를 잡은 이유는 판매보다는 브랜딩, 광고, 체험 등의 공간으로서 더 가치를 뒀기 때문이다.
매장이 단순 판매 외에 광고와 홍보 목적이 강해지면서 ‘골목’을 중심으로 성장한 상권들이 ‘대로’로 상권을 이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대형 면적을 확보할 수 있으면서 대로변 노출과 가시성이 좋은 메인 길에 플래그십스토어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대로변에 위치한 남대문로는 더 이상 연결될 수 있는 확장 가능성 없이 신축 빌딩들에 현재 브랜드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있다. 당분간 명동길과 중앙길의 좋은 위치를 확보하고자 하는 브랜드들의 유입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등 소비자 다변화, F&B도 성장
부동산 관계자는 “명동은 거리와 골목마다 임차료가 다 다르다. 코로나19 전에 명동 중앙길은 평당 약 10억원, 메인 거리에서 떨어진 골목은 3억~6억원 등 다 달랐다. 명동 상권 내 MLB나 올리브영과 같은 대형 매장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임차료 수준과 비슷하거나 그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명동이 눈에 띄게 달라진 점도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일본과 대만 등의 관광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최근 명동은 과거와 달리 F&B 비중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명동은 관광 상권뿐 아니라 서울의 중심업무지구(CBD)로서 오피스를 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해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임차자문팀 이사는 “명동은 신흥 상권과 구분되는 독보적인 메인 상권이다. 명동을 찾는 유동인구와 매출은 그만큼 압도적이다. 글로벌 메인 상권들은 거의 비슷비슷한 브랜드들로 채워져 식상해지기 쉬운데 K-패션은 명동이라는 상권에 타 국가의 메인상권과 다른 차별화를 전달하는 아주 중요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명동길(유네스코길) 인도 양 옆 길거리 음식을 준비하는 상인들(촬영. 구경효 사진 기자)
부동산 업계 “명동 상권 경쟁 심화될 것”
이어 “꼭 패션뿐 아니라 넓게는 ‘K-웨이브’ 속에서 뷰티나 피부 관리(피부과 케어) 등 다양한 K-콘텐츠가 혼재돼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내국인도 명동을 찾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향후 명동을 구성하는 카테고리는 조금씩 바뀌겠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상권으로서의 입지는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025년 명동 상권은 경쟁이 더 심화될 것 같다. 소위 힙하고 MZ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들이 명동 상권에 대한 이해와 효과를 알지 못해 진입하기 어려웠으나, 현재는 경쟁브랜드들이 들어와서 보여주고 있는 성과를 계기로 영향을 받아 명동 상권으로 들어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명동에서 터를 잡고 운영하던 브랜드들도 매출액 증대나 브랜드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라도 매장을 추가로 출점하려고 할 것이다. 명동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상권이다”라고 명동 상권을 전망했다.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앞 광장 모습(촬영. 구경효 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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