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팝업스토어 동향은? '脫성수 · 효율화 · 엔터' 강화
팝업스토어 인기는 언제까지 갈까?’ 작년 총 1431개(2024년 11월 누적 기준, 스위트스팟 자료)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사라졌다. 주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영등포구(더현대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몰, 롯데 잠실점) 등지를 중심으로 패션 · IP · F&B 콘텐츠 관련 팝업이 수없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조금은 팝업이 사라질 만도 한데 아직 팝업스토어 트렌드는 성장기에 있다. 올해 팝업스토어 운영 흐름은 어떻게 이어질까?
어떻게 해서든 소비자의 발길을 이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선보이던 팝업스토어가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나 관심도를 높이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안착했다. 실제로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소비자 중 91.5%는 ‘브랜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라고 했는데, 이들 중 42.7%는 브랜드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다고 전했다(스위트스팟 자료 참조).
공간을 핵심으로 하는 만큼 상권과 유통의 성공에도 팝업스토어의 영향력이 커졌다. 실제로 ‘팝업 성지’라는 별명이 붙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하 성수)과 더현대서울&대구, 롯데백화점 잠실점&롯데월드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은 작년 실적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성수에 핫한 쇼핑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5년 전 대비 5배가 증가했고, 신규 소비자 및 MZ 타깃 MD로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한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은 작년 매출 3조원을 달성했다. 더현대서울은 8.2% 성장한 약 1조2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팝업스토어 효과 ‘대단’, 상권 · 유통 성패 요인
소비자 소통의 주요 창구로 팝업스토어가 대두되면서 온라인 브랜드는 물론 오프라인 대형 브랜드들도 크고 작은 이슈를 만들어 팝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선보이다 보니 일반(?) 팝업에는 피곤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최근에는 팝업 기획부터 디자인, 시공, 운영, 판매, 굿즈 제작까지 통으로 담당해 전략적이고 영리하게 팝업을 선보이는 전문 업체도 많아졌다.
이들은 팝업으로 ‘리테일테인먼트(retail + entertainment)’라는 전문성을 통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프로모션을 기획한다.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에 변화를 주는 것. 전문가들이 투입되면서 팝업스토어의 운영 방식이나 특징도 1~2년 새 크게 바뀌었다.
주로 패션 콘텐츠를 중심으로 판매나 전시(시즌 컬렉션 공개 등)에 집중하던 팝업들이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과 문화 코드 등을 적용한 체험형 공간으로 거듭났다. 여전히 판매를 위한 팝업이 전체 공간의 63.1%를 차지하지만, 체험형 팝업도 26.7%로 비중이 늘었다. 핵심 콘텐츠 역시 패션에서 캐릭터, 셀럽, 유튜버 등 ‘IP(지적재산권)’로 바통이 넘어갔다.
콘텐츠 멜팅팟 ‘IP 팝업’ 대세 콘텐츠로 등극
원래도 인기 많았던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기본이다. 방송 콘텐츠나 예능 프로그램, 셀럽이나 유튜버 등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팬들의 즐거움을 현실로 연장하게 하는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다양하게 등장했다. 작년 열린 1431개 팝업 중 무려 313(21.8%)개가 IP 팝업이었다. 패션은 20.6%로 그다음 인기 콘텐츠였다.
특히 IP 팝업은 이미 팬들 혹은 대중과 세계관이 공유된 상태에서 손에 쥘 수 있는 굿즈 판매가 메인이기 때문에 ‘매출 보장’ 보증수표이기도 하다. ‘더쿠들의 성지’인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2023년 한 달간 진행한 ‘닌텐도’ 팝업스토어는 40억 매출을 넘겼고, 2023년 8월에 열린 아이돌그룹 ‘제로베이스원’의 팝업은 2주간 1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 11월, 2주 동안 진행한 ‘헬로키티’ 50주년 팝업 매출도 1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월 말부터 타임스퀘어에서 진행한 네이버웹툰 ‘가비지타임’ 팝업은 1인 최대 결제 금액이 153만2300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해 9월 두산베어스와 캐릭터 ‘망곰이’가 손잡고 운영한 ‘천생곰분! 망곰이의 베어스 탐방기’는 일주일 동안 7억원을 올리며 ‘귀여운 것이 승리한다’라는 사례를 남겼다.
‘망곰이 베어스 탐방기’ 팝업 일주일간 7억 매출
성수가 패션과 뷰티, F&B 팝업의 성지라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AK플라자는 IP를 중심으로 패션과 F&B 팝업을 주로 열었다. AK플라자의 경우 애니메이션 문화의 중심 상권인 홍대점을 포함하고 있어서인지 IP 팝업 비중이 전체의 55.2%나 차지했다. 스타필드의 경우 유통 특성상 가족 단위 유입이 많아서 IP 팝업과 함께 라이프스타일과 가전 팝업이 주를 이뤘다.
연예인, 셀럽, 유튜버 혹은 대형 공연을 선보이는 콘텐츠와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는 팝업도 다양하게 열렸다.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과 이창섭의 ‘전과자’ 팝업, 랄랄의 부캐 ‘이명화’를 살린 ‘유난 스토아’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지난해에는 영화 ‘위키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틱틱붐’ ‘알라딘’ 등이 큰 규모로 팝업을 운영해 마니아는 물론 일반 관객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패션 대표 상권이자 팝업으로 사랑받은 성수에서는 패션·뷰티 분야의 팝업스토어가 주를 이뤘다. 높은 임차료에도 불구하고 ‘마리떼프랑소와저버’ ‘3CE’ 등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 전개사에서 앞다퉈 팝업을 진행했다.
성수 상권, 패션 · 뷰티 팝업으로 가장 ‘북적’
그렇다면 올해 팝업스토어 시장은 어떨까? 유통가에서는 올해도 다양한 콘텐츠 협업으로 더욱 새롭고 재미있는 팝업을 더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고물가와 불안한 사회 상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만큼 단순히 판매용 기획이 아니라 즐거움과 재미, 의미 있는 체험 기회를 줄 수 있는 새로운 기획을 고민하고 있다.
패션 부문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캐릭터나 공연, 아이돌, 유튜브 콘텐츠 등 다양한 IP와의 협업을 고려하고 있다. 일반 굿즈는 물론 방문한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취향대로 굿즈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코너로 참여도를 높이는 방식이 최근 트렌드로 대두되면서 매장에서 오래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풍성하게 기획하는 것이 목표다.
유통과 상권, 타 업종에서는 팝업스토어를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추세지만 의외로 패션 기업들은 올해 팝업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이미 오프라인에 보유하고 있는 자체 매장이 많기도 하고, 무신사나 EQL 등 패션 플랫폼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도 꽤 화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간 대여나 인테리어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패션 팝업은? 효율 최우선 ‘보수적’ 계획
‘스파오’ ‘나이키’ ‘데상트’ 등 매장이 많은 대형 브랜드의 경우는 플래그십 등 주요 상권 내 정식 매장 오픈에 집중한다. 다만 컬래버나 신규 라인을 론칭할 때 이슈화할 수 있는 유통이나 이업종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팝업 콘텐츠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고객이 매장 안에서 해당 브랜드 상품 외에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다채롭게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진출을 준비하거나 소물량으로 신규 론칭한 브랜드들은 기존 유통 파트너들을 활용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기간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팝업을 열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백화점, 편집숍 등과 함께 기획해 국내는 물론 해외 팝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주요 상권이나 유통의 팝업 진행 비용이 크게 올라 가장 유리한 때에 단타로 인상을 강하게 남길 수 있는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는 종로구에 위치한 서촌과 광장시장 등 구도심 상권이나 이태원(용산구), 문래동(영등포구) 등 인기 상권 주변을 팝업스토어 입지로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으로 꼽힌다. 지방도 대형 유통이 인접한 로드 상권이나 MZ 소비자 유입이 큰 백화점 등에서 팝업이 많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얼리어답터들이 벌써 피곤함을 느끼고 있는 성수에서 탈출해 새로운 팝업 상권을 개척하기 위함이다.
‘脫 성수’ 새로운 팝업 성지 개척할 수 있을까?
또 다른 방안은 운영비 절감을 위해 협업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이미 올해부터 수도권에서는 ‘페스티벌’ 개념으로 하나의 주제 아래 여러 브랜드가 참여해 대형 단기 팝업을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의 연례 행사인 ‘무진장’과 ‘무신사 뷰티 페스타’, ‘마켓컬리 푸드 페스타’, ‘2024 월드 웹툰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팝업 상권 개척과 운영비 절감 목적을 더해 지방권에서는 관과 협력해 지역 축제 형식으로 팝업을 선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브랜드가 인근 소상공인, 관광지, 이색 문화를 한데 모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더 넓은 곳에서 브랜드의 세계관을 즐길 수 있도록 광역 프로모션을 펼치는 것이다.
작년 ‘짱구는못말려’ IP로 다양한 굿즈 업체가 전주 한옥마을과 협업해 전주 한옥 마을 곳곳에서 짱구 스티커를 찾고, 현장 쿠폰으로 한옥 마을 내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한 성공 사례가 있다. 롯데칠성은 작년 대전 둔산로 일대를 신비로운 느낌의 소주 브랜드 ‘새로’ 세계관으로 꾸미기도 했다. 상권 전체에 푸른 전등을 달아 ‘구미호 축제(새로의 캐릭터가 구미호)’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팝업스토어 내 미션을 완료하면 제공하는 엽전을 모아 둔산로 내 맛집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협업의 새로운 장 ‘리테일테인먼트’ 요소 강화
마지막으로 놀거리로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한 팝업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성수의 ‘몽키숄더 UBC’ 팝업, 북촌의 ‘짐대감댁 빔잔치’, 익선동의 ‘백세주막’ 등 해당 주류와 그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이색 팝업이 인기를 얻었다. 해당 팝업에는 술을 좋아하는 소비자뿐 아니라 모든 방문객이 즐길 수 있도록 게임과 작은 콘서트, 이벤트를 풍성하게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팝업스토어 상권과 분야, 수용하는 콘텐츠가 더욱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는 아주 단순하게 ‘누가 더 알찬 콘텐츠를 많이 채웠나’가 팝업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02년 미국 대형할인점 ‘타깃’이 선보인 임시 단기 임대 매장이 의외로 성공해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됐다는 팝업스토어. 이후 2006년 ‘갭’과 미국에 진출한 ‘유니클로’ 등이 개조한 스쿨버스나 컨테이너를 활용해 운영한 단기 매장들이 팝업스토어라는 개념으로 안착했고, 국내에는 2009년 ‘나이키’가 선보인 한 달짜리 매장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폭발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팝업스토어는 2023년을 기점으로 점점 다채로워지면서 상권과 유통 트렌드,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 A to Z를 모두 바꿔 놓았다. 다소 불안하고 무겁게 시작한 2025년, 팝업스토어가 패션과 브랜드, 유통가에 또 다른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해 본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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