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 폐기물 저감에 앞장서다
패션 산업이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막대한 물과 폐기물을 소비하는 패션 업계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목표로 다양한 혁신을 도입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에 따르면 면 티셔츠 한 벌을 생산하는 데 약 2,700리터의 물이 소비되며, 매년 직물 9,200만 톤이 폐기물로 버려진다. 특히 패스트패션 산업은 그동안 환경적 비용을 치르며 성장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폐기물 저감을 위한 생산 혁신에 앞장서며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낭비 없는 생산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노력
글로벌 패션 리테일러 쉬인(SHEIN)은 산업 폐기물 재활용과 친환경 기술 도입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기준 14개 시설에서 산업 폐기물의 86% 이상을 재활용하거나 열회수 처리해 약 32,800톤을 감축했다. 또한, 쿨 트랜스퍼 데님 프린팅 기술을 도입해 기존 염색 및 워싱 공정을 대체하며 물 사용량을 70.5%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한 쉬인의 노력은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쉬인의 공급 업체들은 초도 물량으로 품목 당 단 100~200개 내외의 소량만을 생산한다. 이어, 실시간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추가 생산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는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측정하고 기획에 반영하는 온-디맨드 생산 모델(on-demand production model)을 통해 가능하다.
사업적으로는 수요 증가 및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고, 재고 비율 및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이 되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과잉 생산을 방지함으로써 불필요한 원자재 구매 및 생산 폐기물 발생 역시 최소화할 수 있는 추가 효과를 내고 있다.
책임감 있는 소재 사용 및 불량 제품 재검토 등 다각적인 폐기물 절감
토종 패스트패션 브랜드 스파오(SPAO), 미쏘(MIXXO), 후아유(WHORU) 등을 전개하는 이랜드월드는 자원순환과 소비자 인식 제고에 앞장서기 위해 2019년부터 폐기물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 소재를 발굴해 사용해 오고 있다.
스파오의 에코데님에는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물질을 최소화하는 지속가능 오존 테크놀로지(Sustainable Ozone Technology)를 적용해, 최대 95%의 화학물질 배출량 감소, 최대 95%의 물 절약, 그리고 최대 40%에 이르는 전력 사용량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타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부산물로 남은 오리털을 폐기하지 않고 촉감과 볼륨감을 살릴 수 있도록 특수 공정 처리한 덕 파이버(Duck Fiber)를 신제품 충전재로 재활용하고 있다.
미쏘는 ‘ECO-Friendly MIXXO’라는 슬로건 아래 재활용 소재의 점퍼와 티셔츠 등 6가지 스타일의 친환경 의류를 출시했다. 이 가운데 ‘리사이클 소재 숏 점퍼’는 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원사를 재가공해 만든 ‘리젠 원사’를 사용했으며, ‘오가닉 코튼 티셔츠’는 3년 이상 살충제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된 유기농 목화로 만들어진 원사를 채택했다.
유통될 수 없는 불량 제품도 폐기를 고려하기 전 적극적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망고(Mango)는 판매가 불가능한 재고, 즉 결함이 있거나 품질 및 제품 안전 문제를 가진 재고에 대해 책임 있게 처리하는 프로토콜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폐기물은 우선적으로 의류 재사용을 고려하고, 다음으로 재활용(업사이클링 또는 다운사이클링)을 시도하며, 이러한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전력 재생 발전(cogeneration)에 사용된다. 2023년 기준, 망고는 폐기물의 약 70%를 재사용에 할당했으며, 재활용 및 전력 재생 발전에는 나머지 30%만 사용됐다.
매장의 친환경 전환을 통한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 억제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하는 매장에서의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도 활발하다. 유니클로는 현재 일본 전역 1,000개 이상의 유니클로 및 GU 점포 (전체 점포의 95% 이상)에 LED 조명을 도입해서, 기존 대비 연면적 당 약 38.7%의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을 달성했으며, 이 중 13개 매장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유니클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매장과 사무실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유럽, 북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여러 국가의 매장에서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완료됐다.
패스트패션이 친환경에 진심인 이유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기치를 들고 나오는 바탕에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점점 더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들 브랜드들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는 환경적 요인이 자리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4월 전국 20~60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7%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중 95.3%는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제품 구입시 친환경성 여부를 가격만큼이나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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