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커져 가는 'AI' 영향력, 패션계 부는 변화는?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패션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AI를 활용한 디자인 기획에서부터 트렌드 예측, 물류와 유통, 재고관리, 구매경험, 브랜드 캠페인 이미지 및 영상 제작 등 패션 브랜드 워크플로(Workflow) 전반에 AI 기술이 스며들면서 패션 브랜드들은 AI를 기반으로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바이스벌사, 드래프타입 등 국내에서는 2020년대 새롭게 등장한 생성형 AI 기술을 십분 활용한 다양한 패션 AI 서비스들이 떠오르고 있다.
미드저니와 달리 등 AI 기술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여러 기업들이 존재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인공지능스럽지 않은 한 끗 차이의 디자인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바이스벌사(대표 안명훈)다.
바이스벌사는 2023년 설립된 패션 AI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11월 패션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위한 혁신적 인공지능 기반 디자인 어시스턴트 ‘빔스튜디오(VIIMstudio)’ 베타서비스를 출시했다. 빔스튜디오 서비스가 패션업계의 기획자 및 디자이너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레퍼런스’가 아닌 새로운 ‘디자인’을 제공하는 차별점 때문이다.
기존에는 디자인에 필요한 이미지 레퍼런스를 핀터레스트 등과 같은 사이트에서 찾고 이를 기반으로 창작 및 믹스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반면 빔스튜디오는 AI에 모든 과정을 학습시켜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창작물, 더 나아가 디자이너가 의도한 맞춤 스타일로 디자인을 생성하며 단시간 내에 많은 양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바이스벌사, AI ‘빔스튜디오’로 생산성 극대화
창작자가 의도한 디자인을 학습한 AI 모델 ‘캡슐(Capsule)’을 통해 원하는 주제, 키워드, 배경, 무드 등 주요 내용을 입력해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믹스 & 믹스(Mix & Mix) 기능을 통해 두 가지 스타일을 하나로 결합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코오롱FnC와 널디 등 30여 개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100개 브랜드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스벌사가 기획 단계의 리소스(자원)를 줄여준다면 드래프타입(대표 김대희)은 판매 단계에서 생산성이 향상된다. 드래프타입은 2023년 전문 모델 생성 AI 솔루션인 ‘드래프타입’을 론칭해 고퀄리티 AI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AI 모델 기반 패션 · 뷰티 룩북을 제작하는 ‘AI 모델 스튜디오’ 두 가지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을 이용해 웹 배너와 섬네일(Thumbnail) 등에 들어갈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실제 패션 모델 촬영본 위에 인공지능을 이용해 기존 모델 이미지를 지우고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로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드래프타입 서비스를 이용하면 평균적으로 시간은 10분의 1 수준으로, 비용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리소스 절감 ‘드래프타입’ 시간 1/10↓, 비용 1/3↓
패션 브랜드들이 드래프타입을 통해 자사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 핏한 모델을 섭외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무드를 담은 ‘페르소나 AI 모델’을 맞춤 제작해 독점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외 생성형 AI에서 가장 큰 단점인 기술 사용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국내 사용자들이 이용하기 편한 UI/UX를 구축했고 자사 3D 모델링 기술을 통해 동양인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현재 패션, 뷰티, 광고 등 여러 분야에서 약 5400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에서 활약하고 있는 디지털 의상 솔루션 기업 클로버추얼패션(대표 부정혁․오승우)도 성큼 다가온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EPP(Ecosystem Partnership Program)’ 신규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패션테크 기업 9개사를 선정했다.
클로버추얼패션, EPP 프로그램 론칭
EPP는 각 기업의 전문성과 리소스를 결합해 클로(CLO)의 3D 디자인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며, 클로 소프트웨어 환경 내에서 사용자가 기능을 좀 더 매끄럽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도와준다.
현재 클로 내부 곳곳에서 다양한 AI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다. 생성형, 텍스트, 이미지 베리에이션, 머신러닝을 통해 원단의 물성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기능에 대한 궁금증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클로 AI 챗봇 등 다양한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 전반에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클로에 적용해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의상 데이터를 관리 · 공유 · 의사소통 · 생산까지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인 ‘클로셋(CLO-SET)’을 통해 기획 · 세일즈 · 마케팅 영역까지 기술 적용 범위를 확장해 다양한 기술과의 상호 운영 및 호환성을 강화하고 있다.
AI 활용되는 ‘3D 데이터’ 통합 및 활용 집중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는 잘 정리된 데이터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클로는 AI 학습에 필요한 패턴, 원단, 부자재, 컬러 등 제조 디벨롭 분야의 많은 3D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와 AI가 쉽게 연동돼 원활히 데이터를 넘겨줄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협력 부문이 클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며, 소프트웨어적으로 단순작업을 효율화해 사용자들이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김광일 클로버추얼패션 부사장은 “AI 시대 CLO가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보유한 데이터들이 함축된 데이터로서 확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API(소프트웨어 간 통신을 위한 규약)를 통해서 다양한 기업들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API와 파이선(Python) 스크립트를 통해서 CLO 내 의상 퀄리티를 높이거나 검수해야 하는 과정을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고, API를 통해 기술 도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상호 운영성을 좀 더 높이는 것이 클로버추얼패션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AI 활용 어디까지 왔나
AI 태동이 먼저 시작된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글로벌 명품 업계다. ‘루이비통’ ‘프라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서도 맞춤형 마케팅과 위조품 감별 등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구글 알파벳의 AI 기술 지원을 받아 브랜드별 수요예측 및 재고 관리, 최적 상품 추천 기능 등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투자 계열사 아글레벤처스를 통해 총 5곳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했는데, 투자액은 3억달러(약 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다 그룹은 2023년 3월 어도비와 파트너십을 맺고 실시간 고객 데이터 플랫폼과 고객 여정 최적화 툴을 도입했으며, 데이터 사용에 동의한 고객에 한해 매장 방문 시기와 선호도를 파악해 개인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프라다와 어도비 파트너십
LVMH그룹, AI 서비스 기업에 3억달러 투자
몽클레어는 2023년 2월 런던 패션위크 기간에 생성형 AI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인 메종 메타 및 위세이하이와 함께 100% 생성형 AI로 만든 광고 캠페인을 처음 선보였다. 구찌와 이브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어링그룹도 트렌드를 예측하고 재고 관리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까르띠에로 유명한 리치몬드그룹도 AI 테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기획–생산–판매’로 이뤄진 패션 브랜드 워크플로(WorkFlow)에서 특정 분야만이 아닌 전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참고할 디자인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최적화 물류 시스템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적재적소에 아이템을 공급해 지연을 방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광고 캠페인 이미지와 영상을 제작하는 등 AI 기술이 전방위적으로 사용되며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산업협회 ‘코미테 콜베르’가 협력해 지난해 10월 공개한 ‘럭셔리와 기술, AI: 조용한 혁명’ 보고서를 살펴보면 코미테 콜베르의 회원 브랜드 중 38%가 향후 3년간 AI를 10대 중점 사업 중 하나로 삼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미테 콜베르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90여 곳이 가입한 단체다.
루이비통 매장 전경
佛 명품 브랜드, 생성형 AI보다 빅데이터 기술 선호
AI 사용에 있어서 코미테 콜베르의 회원 브랜드 60%가 ‘판매량 예측 도구’를 도입했거나 테스트하고 있으며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AI 기반의 내부 지식 · 정보 관리’는 응답률 53%로 2위를 기록했다. ‘마케팅 콘텐츠의 자동 생성’과 ‘재고 할당’은 각각 50%를 기록했으며 ‘판매 직원과 고객 사이의 개인화 소통’은 46%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모조품 단속(35%), 제품 디자인 활용(34%), 챗봇 도입(29%), 운영 자동화(28%) 순으로 나타났다.
판매량 예측 도구와 재고 할당과 같이 2010년대에 개발된 빅데이터 기반 AI 기술이 특히 인기가 높았는데 이는 지금까지 충분한 시장 검증과 신뢰도가 쌓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신 생성형 AI는 마케팅 콘텐츠 제작 같은 소수 사례를 제외하고는 명품 브랜드 도입 실적이 아직까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브랜드 기업은 자사의 지적재산(IP)을 중시하는 경향과 생성 AI를 학습시키는 데 있어 브랜드 IP에 관한 대규모 데이터 유출 우려로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매우 민감한 영역인 제품 디자인과 개발 단계에서도 시제품 시각화 등에 최신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10여 년 전 명품 업계가 전자상거래(e-커머스) 등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을 겪었던 것처럼 AI는 해당 산업에 근원적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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