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패션 & 뷰티 팝업 성지 ‘성수동’ 이젠 플래그십 전쟁터!
팝업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대표적인 패션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월평균 90개 넘는 팝업스토어가 열리며 여전히 힙(Hip)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묘하게 변화해 가는 상권의 모습을 감지할 수 있다. 최근 성수동에 문을 연 대형 플래그십스토어와 패션기업 오피스 등을 살펴봤다.
과거 서울의 성수동 상권 브랜드들은 N주~N개월 등 기간제로 열리는 팝업을 통해 성수 상권의 성장 가능성을 테스트해 봤으나, 최근에는 대형 패션&뷰티 브랜드 위주로 정식 매장 및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오피스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젠틀몬스터’와 '크래프톤' 등 다양한 산업 분야 기업들의 사옥도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패션기업들은 성수의 독특한 이미지와 브랜드 쇼룸 등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다른 산업에 비해 성수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거 성수동은 서울숲, 뚝섬, 북성수, 연무장이 동시에 발달하며 ‘분산형 상권’으로 묘사됐다. 상권은 횡축으로 약 2㎞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 퍼져 있었고, 낮은 밀도의 상업시설로 구성돼 있어 특정 스폿 중심으로 거점이 생기고 중심축이 이동하는 형태를 보였다.
2022년 이후 성수동은 서연무장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는데 서연무장 1층 상가의 전용면적 기준 임대료는 2022년 평당 30만~40만원 수준에서 현재는 100만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최근에는 동연무장까지 상권의 메인 라인이 확장되면서 성수동의 비즈니스 중심지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성수동 메인 ‘서연무장’ 패션 브랜드 가장 선호
서연무장길은 메이저 패션 브랜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 등 주요 업체들이 성수동에 진입하면서 서연무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서연무장길에는 통임대를 활용할 수 있는 건물이 많지 않아 패션 브랜드들은 동연무장길로 상권을 확장해 검토하고 있으며 실제로 계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성수역 인근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서연무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팝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작년 10월 ‘XYZ 서울’ 공간을 통째로 임대해 진행했던 버버리 대규모 팝업 이후, 동연무장에는 대규모 평수의 공간을 원하는 브랜드들의 팝업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15년 전만 하더라도 권리금 2000만~3000만원이었던 것이 5000만~6000만원까지 오르더니 현재의 권리금과 임대료는 부르는 게 값이 됐다. 권리금 없이 나오는 상가의 경우, 건물주들이 기존 세입자들을 다 내보내고 통임대를 주는 곳이 많아졌으며, 현재 가격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다”라고 설명했다.
팝업 이어 플래그십 등 브랜드 정규 매장 오픈 가속화
일례로 이랜드월드(대표 조동주)는 지난해 10월 뉴발란스 성수 플래그십을 디올 성수 맞은 편인 연무장길 메인 거리에 오픈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약 754㎡(약 228평) 2층 규모의 매장 보증금이 10억원이며, 임대료만 10억90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연무장길 메인 스트리트에 위치한 상가의 경우 평균 10억~30억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여전히 팝업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이미지나 마케팅 효과를 위해 뉴발란스의 경우처럼 팝업 대신 정규 매장을 오픈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한 해 성수동 인근 지역에서만 패션&뷰티 브랜드 매장이 20개 이상 생겨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K-뷰티 브랜드들의 성수동 매장 오픈이 두드러졌다. 해외 시장에서 K-뷰티 열풍이 지속되면서 많은 뷰티 브랜드들이 한국을 찾는 글로벌 MZ 고객들과 접점을 만들기 위해 오프라인 상권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뷰티 업계에선 성수동 서연무장의 세로 라인을 주목하고 있다. 2023년 도심에서 마주한 섬 콘셉트의 이색적인 공간인 ‘이니스프리 디아일’ 오픈을 시작으로 서연무장길 아래쪽 소금빵집 골목에는 작년 한 해 ‘퓌아지트’ ‘힌스’ ‘토리든’ 등 떠오르는 K-뷰티 브랜드들이 새 둥지를 틀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화장품 골목’을 형성했다. 트렌디한 매장과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을 통해 국내외 고객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K-화장품 열풍 업고 라이징하는 ‘뷰티 상권’
지난해 11월에는 CJ올리브영(대표 이선정)에서 서연무장길 위쪽에 위치한 팩토리얼 성수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 ‘올리브영N 성수’를 오픈해 또 한번 큰 화제를 모았다. 총 5개층 약 4628㎡(약 1400평) 규모로 ‘건강한 아름다움을 주제로 다양한 큐레이션이 모인 빌리지’ 콘셉트로 공간을 꾸몄다.
1층부터 3층까지는 판매 공간으로 트렌드를 소개하는 ‘트렌드파운틴’, 카테고리별 12개 전문관, 한정 상품을 판매하는 ‘더 코너 굿즈숍’, K팝 아티스트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케이팝 나우’ 등으로 구성했다. 뷰티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체험 서비스와 K-뷰티 업계 상생을 위해 협력사와 소통할 수 있는 협업 공간도 마련했다.
서연무장 위아래로 뷰티를 비롯해 ‘르라보’ ’이솝’ ‘킨포크’ ‘페사드’ ‘디어드라세나’ 등 기존 향수&스킨케어 브랜드 매장도 즐비해 있어 뷰티 상권으로서 앞으로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곳이다.
비용 및 지리적 이점, 오피스로도 인기 만점
기존 패션 관련 팝업이 많았던 서연무장 중심의 대형 평수 팝업 공간에도 2024년 한 해 동안 ‘레오제이 셀렉트스토어’ ‘미하라 야스히로×오딧세이’ ‘글루타텍스’ 등 뷰티 팝업이 달마다 열렸으며, 새롭게 오픈을 준비하는 매장도 뷰티 기업인 경우가 과거보다 더 늘었다.
팝업에서 플래그십스토어로 더 나아가 성수동은 이제 오피스 상권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는 광화문 · 시청 일대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테헤란로 일대 ‘GBD(Gangnam Business District)’ 여의도 금융 중심지 ‘YBD(Yeouido Business District)’로 나뉜다. 최근 몇 년간 이들 지역에서는 대형 오피스의 신규 공급이 거의 없었고, 공실률 또한 낮은 상황이 이어지며 성수가 새로운 오피스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연초 성수동 오피스 공실률은 0%를 기록했으며, 3분기 소폭 상승한 3.4%의 공실률을 보였지만 전국 평균 12.7%와 비교해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성수는 CBD와 GBD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 활발한 신축 개발 프로젝트 덕분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성수의 힙한 이미지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일찍이 무신사는 성수 인근 지역에 사옥을 비롯해 스튜디오, 테라스, 스퀘어, 이구성수 등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터줏대감 무신사 이어 패션기업 사옥 늘어나
젠틀몬스터와 누데이크 등을 운영하고 있는 아이아이컴바인드(대표 김한국)의 성수동 젠틀몬스터 사옥도 공사가 한창이며 지상 14층, 지하 5층 규모로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디스이즈네버댓’ ‘카키스’와 편집숍 ‘튠(TUNE)’을 전개하고 있는 제이케이앤디, 패션원단회사 ‘더블유미션(WMISSION)’ 등도 성수동과 서울숲 인근으로 본사 사옥을 이전했다. 여기에 크래프톤 같은 IT 기업도 가세하면서 성수동이 오피스 상권으로서도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또 과거 구두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상권의 역사가 패션업계에는 친숙한 느낌을 주는 것도 강점 중 하나다. 패션기업들은 성수 지역 특유의 힙한 분위기와 이미지를 브랜드 쇼룸 등으로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어 다른 산업에 비해 성수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성수 상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의 열풍이 거품에 불과하며 곧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과 다른 하나는 고급 주거와 오피스 공급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상권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다.
넓은 면적과 특색 있는 골목, ‘당분간 인기 지속’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임차자문팀 이사는 성수 상권 전망에 대한 질문에 “성수의 힙한 이미지는 언젠가 희미해질 수 있지만, 이미 대중화(Mass화)되고 대형화된 성수 상권은 주거와 오피스가 결합되면서 당분간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수는 다른 상권에 비해 면적이 넓고 골목골목이 잘 발달돼 있어 차별점을 갖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대형 패션 브랜드가 메인 거리로 들어오더라도, 골목 안쪽에는 여전히 작은 카페나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작은 상점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다. 이러한 대형 브랜드와 개인 숍의 공존은 상권에 독특한 매력을 부여하며, 성수의 지속적인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팝업스토어가 이미 마케팅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현재 성수를 대체할 만한 팝업 중심 거리가 없다는 점도 성수의 인기를 당분간 지속할 주요 요인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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