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명가' 아웃도어 시장에서 혼용률 논란 없는 이유?
최근 '라퍼지스토어' '페플(페어플레이)' 등 무신사 입점 브랜드는 물론 이랜드월드의 '후아유'까지 잇단 다운 혼용률 거짓 표기에 패션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무신사는 '삼진아웃'제를 강조하며 세 번의 논란을 일으킨 라퍼지스토어를 퇴점 조치했고, '굿라이프웍스'와 '인템포무드'는 5일간 판매 정지 시켰다. 페플과 후아유는 대표가 나서 사과를 하고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볍고, 따뜻한 다운 아우터는 외부에 사용한 기능성 겉감·안감과 함께 충전재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보온성과 경량성은 물론 가격대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80:20(솜털 80 : 깃털 20) 화이트 구스'의 가격대는 지난해 8월 기준 1kg 기준 평균 140달러였다.
이 때문에 같은 함량 다운을 사용한 상품을 5만원도 채 되지 않은 가격대로 판다는 브랜드의 전략에 소비자들도 반가워했고, 문제가 밝혀진 이후 파장도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것이다. 돈 벌이를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가 사기를 치고 대형 플랫폼이 그에 동조하고 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이유다.
80:20 화이트 구스, 작년 8월 기준 1kg 평균 140달러
그렇다면 다운으로 연매출의 50% 이상을 채우고 있는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어째서 혼용률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아웃도어 업계는 빠르면 8월부터 베스트 및 경량 상품부터 시작해 한겨울 헤비다운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부피의 아이템을 대물량으로 선보인다. 부자재와 충전재의 퀄리티가 곧 브랜드의 이미지이자 신뢰도이기 때문에 전 과정에 걸쳐 안팎으로 진행하는 검수 과정을 필수로 한다.
좀 더 접근성 좋은 가격대 상품을 제안하기 위해 저렴한 합성 섬유로 만든 대체 충전재를 사용할 때에는 마케팅 단에서 매력적인 가치를 덧입히고, 프리미엄 가치를 강조하는 상품에는 타 업체에서 쓰지 않는 신소재나 고급·고가 소재를 써 품질에서 아예 차별화 해버린다. 다운 가격이 오를 경우 한 상품에 사용하는 다운의 양을 줄이고 상품 가격을 유지하거나, 공지로 가격 인상의 이유를 공유하기도 한다.
K2·코오롱스포츠 등 상품 출시 전 최소 2회 기관 검수 진행
실제로 아웃도어 기업 케이투코리아(대표 정영훈)는 다운 상품군이 전체 라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카테고리보다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충전재 납품 전, 생산 투입 전, 생산 후 각 과정 마다 다운 혼용률, 순도, 필파워 등을 공신력 있는 검사 기관에 테스트를 요청한다. 이후 그 테스트를 통과한 것만 상품으로 출시하는 철저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또 최근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해 책임인증(RDS) 받은 구스 충전재를 대부분의 제품에 사용하는데, 농장에서부터 다운 공급처까지 생산 넘버로 해당 충전재에 대한 트레킹이 가능하다. 사전에 인증 받은 구스를 사용하면 윤리적인 인증 뿐 아니라 제품 품질까지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는 '코오롱스포츠' 포함 전 브랜드에 사용할 충전재를 일괄로 구입하고, 구매할 때 조성혼합율과 우모혼합율 검사를 국내 시험기관에 의뢰해서 1차 확인을 마친다. 이후 완제품 입고 시 충전재 조성에 대한 부분을 국내 시험기관에 2차 검수 확인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다운 생산처-제품 생산업체-브랜드, 철저히 관리
한 아웃도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아웃도어는 다운 생산처, 제품 생산업체, 브랜드 이렇게 삼자가 관련돼 있다. 각 파트별로 다운이 유통되고 상품화되는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별로 테스트하고 결과 리포트 받고 통과한 것만 상품으로 출시한다. 프리미엄 다운은 필파워까지 다 검사해서 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은 대부분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 많다보니 파트너사도 장기적으로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로 더 신뢰를 가지고 각자 맡은 부분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관례다. 일부 소규모 브랜드나 작은 곳은 시즌이나 트렌드에 맞춰 짧게 손발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이사이 체크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번 혼용률 표기 논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업체나 브랜드 어느 한 곳이라도 정직하지 못할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겠나"라며 핵심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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