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반아웃피터스그룹, 성공 키는 ‘변화 · 혁신’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25.01.08 ∙ 조회수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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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형 패션 리테일러인 어반아웃피터스그룹(이하 URBN)은 창립 이후 큰 위기 없이 끊임없는 인기와 꾸준한 성장을 보이는 패션그룹으로 유명하다. A&F, 제이크루, 갭 등이 지난 20년간 성공과 부진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리브랜딩과 회복전략을 반복하면서 영광스러운 과거의 부활을 좇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URBN은 ‘앤스로폴로지(Anthropologie)’ ‘프리피플(Free People/FP Movement)’ ‘어반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눌리(Nuuly)’ 등 4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이 중 앤스로폴로지는 미국 중산층 단골 고객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으면서 그룹 매출의 절반을 만들어 내는 앵커 브랜드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떠오른 액티브웨어 라인 ‘FP무브먼트(프리피플의 브랜드 확장)’와 구독 의류렌털 서비스인 ‘눌리’ 등의 폭발적인 인기는 그룹이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URBN의 타임리스한 인기와 성장은 경쟁업체들은 물론 패션리테일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URBN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이다. 지난 1970년 대학생들(Dick Hayne, Scott Belair, Judy Wicks)이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매장(프리피플)을 오픈해 동료 대학생을 대상으로 중고의류와 가구, 홈데커레이션 등을 판매하며 시작했다. 당시 사업의 목적은 ‘입는 의류와 생활하는 공간을 통해서 고객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고무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업의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서 지난 1993년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1998년에는 미주에서 유럽으로 확장하는 등 창립 50여 년이 지난 지금은 4개 브랜드 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리테일그룹으로 성장했다.
최근 회계연도(2024년 1월 마감) 매출은 전년대비 7.5% 성장한 7조3000억원, 이익은 85.6% 증가한 4206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특히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5.5%를 기록했는데 이는 동종기업인 갭이나 아베크롬비앤피치(A&F)에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성공요인 1 : 보헤미안 무드로 차별화
창립 때부터 URBN은 자유분방한 태도를 바탕으로 했으며 브랜드들은 다양한 문화와 예술적 요소를 혼합해 색다른 ‘보헤미안 미학’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보헤미안 분위기는 각 브랜드에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스며들었으며 궁극적으로 브랜드에 활기를 줬다. 이러한 특징은 무수히 많은 패션 브랜드 사이에서 구별되는 요소다.
특히 앤스로폴로지는 컬러풀한 보호 시크(boho chic) 의류와 화려한 컬러 및 프린트의 인테리어 상품 등으로 보헤미안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독보적인 브랜드다. 예술적인 감성을 사랑하는 젊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넘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성공요인 2 : 개성 있는 브랜드의 믹스
다양한 콘셉트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뚜렷한 개성이 특징이며 시장의 여러 세그먼트와 소비자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세련된 분위기의 보헤미안 미학을 제공하는 앤스로폴로지와 캐주얼 및 액티브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프리피플은 25 ~ 45세에 이르는 가처분 소득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의류, 잡화, 웨딩드레스 등은 물론 가구와 홈데코, 뷰티 등의 상품을 제공한다. 이에 비해 어반아웃피터스는 좀 더 젊고 트렌디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리테일러다. 눌리는 매월 새로운 상품을 제공하는 구독 의류렌털 서비스로서 현재 가장 주목되는 Z세대가 주요 대상이다.
URBN의 고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어덜트를 대상으로 하는의 앤스로폴로지와 프리피플은 28만3000~42만5000원의 가격대를 제공하는 프리미엄으로 정상 판매율이 높다. 이에 비해서 영 어덜트를 중심으로 하는 어반아웃피터스는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한 트렌디한 옷을 제공하며 가격은 3만5000~14만2000원대다. 패스트패션만큼 저렴하지는 않지만 좀 더 스타일리시한 트렌디 상품을 원하는 고객들이 선호한다. 2019년 론칭한 구독 의류렌털 서비스인 눌리는 월 구독료 13만9000원으로 매월 6개의 상품을 빌릴 수 있다. 구독자는 URBN 그룹 내 브랜드 및 서브 브랜드를 포함해서 외부 브랜드와 빈티지 등 150개 이상의 브랜드 상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대여한 상품이 마음에 들면 구매할 수도 있다.
성공요인 3 : 매장을 경험적 쇼핑 공간으로
앤스로폴로지, 어반아웃피터스, 프리피플 등 URBN 브랜드들은 의류와 잡화는 물론 뷰티, 홈, 웰빙, 가든 등 광범위한 상품을 판매한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리테일링을 통해 고객들은 매장에 자주 방문해 평균 구매액을 올리게 된다. URBN은 고객이 매장에 방문할 수 있도록 경험적 리테일(experiential retail) 환경으로 조성한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매장공간 기획부터 오브제나 테크놀로지 등을 활용하면서 고객 유치를 도모한다. 지난 2008년에는 홈 부문과 가든용품을 아웃도어 매장에 함께 진열하는 콘셉트 매장을 시도했으며 2017년부터는 다이닝 공간인 카페 & 레스토랑(Menues & Venues)을 론칭해 현재 9개의 체인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경험적 요소를 더욱 강조하는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다. 뉴욕에 위치한 5층 규모의 어반아웃피터스 콘셉트스토어 ‘Ninety8’는 리테일, 갤러리, 다이닝 등의 공간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기억될 만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경험적 요소를 강조하는 이유는 고객과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Z세대 및 알파세대와 연계하는 중요한 툴이 된다. 경험적 리테일 전략은 이커머스의 성장에 따라 약세를 보이는 오프라인 리테일에 방향성을 제공하는 미래지향적인 대응책이기도 하다.
성공요인 4 : 발 빠른 브랜드 확장
현재 URBN 그룹은 액티브웨어인 FP무브먼트와 구독 의류렌털 서비스인 눌리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그 잠재성을 최대한 개발하겠다는 의도다. 이 두 사업은 비교적 최근에 도약한 사업으로 URBN의 혁신적인 추진사업으로 꼽히며 현재 그룹 성장을 이끌고 있다.
프리피플의 액티브웨어 레이블인 FP무브먼트는 10여 년 전에 론칭했지만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직전인 2019년이다. 피트니스 인플루언서(Isaac Boots, Sarah Otey)를 기용해서 마케팅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피트니스웨어에 대한 수요가 폭등해 인기가 치솟았다. FP무브먼트는 지난 7개 분기 매출이 79%나 성장했으며 연매출은 3663억원으로 프리피플 전체 매출의 4분의 1 규모로 성장했다.
FP무브먼트의 고속성장은 소비자의 우선순위가 액티브웨어로 전환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대응한 것, 그리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연중 이벤트 운영과 매장 안에 피트니스 스튜디오 등을 통해서 커뮤니티 성장을 돕고 있다. 현재 FP무브먼트는 분기당 90개의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여기에 25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뉴욕 플래그십 포함 3개 매장에는 피트니스 스튜디오(FP Movement Studio)를 갖추고 필라테스, 요가, HIIT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공요인 5 : 혁신적인 신사업 추진
FP무브먼트와 함께 URBN의 뛰어난 행보로 손꼽는 것이 바로 의류렌털 서비스 눌리의 성공이다. 2019년 론칭 후 5년 만에 미국 내 의류렌털 시장에서 60%를 점유했을 뿐 아니라 이 부문의 선발주자였던 ‘RTR(Rent The Runway)’을 추월해서 현재 가장 성공적인 렌털 구독으로 떠올랐다. 눌리는 지난 10개 분기 평균 성장률 103%를 기록했으며 연평균 구독자 성장률은 56%를 기록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재 그룹매출의 7.4%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는데 지난해 2월 5만6200㎡(약 1만7000평)의 새로운 디스트리뷰션 센터 오픈과 함께 운영 규모가 3배로 늘어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구독 의류렌털 서비스 부문의 선두 주자인 RTR과 리얼리얼(TheRealReal)이 아직도 적자인 것과 대조적으로 눌리는 2023년 10월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렌털시장에서 눌리가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입소문을 통해 MZ세대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 3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최근 분기 매출 성장률은 48%에 이른다.
다른 렌털 구독 서비스가 주로 럭셔리 중심인 것과는 달리 비교적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손익분기점를 넘기기 위한 최소 대여 횟수가 비교적 적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URBN그룹의 생산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서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눌리는 앤스로폴로지, 프리피플, 어반아웃피터스 등의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그룹의 물류관리 시설 및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이 패션산업에서 피할 수 없는 화제가 된 지금 눌리는 소비자들에게는 지속가능적 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패션산업에서는 어패럴 부문에서 성공적인 렌털 비즈니스 사업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그룹의 과제 : 어반아웃피터스 리브랜딩
잘나가는 URBN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인 어반아웃피터스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매출이 20%나 떨어지는 등 사업 규모는 10여 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고 지난 12분기 연속 매출은 하락했다.
사업 부진의 근본적인 문제는 가격이다. 그룹 내에서는 가장 낮은 가격대의 상품을 제공하지만 소비자들은 어반아웃피터스의 가격대가 높다고 느낀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 인플레이션, 생활비 위기에 당면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소비자에게 어반아웃피터스의 가격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2020년대로 넘어오면서 주요 고객이 밀레니얼에서 Z세대로 교체된 것은 주요한 전환점이다. Z세대는 자라나 쉬인 같은 저렴한 가격의 패스트패션 구매에 익숙하기 때문에 어반아웃피터스 매장에서는 스타일만 보고 실제 구매는 그 유사품(듀프)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한다.
어반아웃피터스는 사업을 회복하고 젊은 세대에게 쿨한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URBN은 광범위한 회생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점은 고객군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진입 가격을 낮추는 것부터 상품의 영역을 넓혀 광범위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래 성장 소스? 리테일, 액티브웨어 & 렌털
11월 말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URBN 주가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 4일자 주가는 7만4000원으로 지난 12개월간 42%, 2022년 대비 78.5%나 올랐다. 투자계에서는 URBN이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종목으로 향후에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변동이 심한 리테일 환경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적응하는 역량이 뛰어나다고 보기 때문이다.
URBN의 판매채널 중 오프라인 유통이 전체의 87%를 차지하는 만큼 매장 확장은 성장전략의 중심이 된다. 지난 2년간 각각 26개와 37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했다. 홀세일의 비중은 미약하지만(6%) 프리피플에서는 그 비중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프리피플 매출의 20%, FP무브먼트 매출의 26%는 홀세일로 발생한다. 특히 FP무브먼트의 홀세일 비중은 전년 동기대비 74%나 증가해 URBN이 홀세일 유통채널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눌리는 미국 최고 인기 렌털 서비스로 성장하는 등 마켓에서 우위를 유지하면서 그 미래가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URBN은 2020년대의 고객들과 연계하면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과 소비자의 기호 전환 속에서 패션산업에서 장기간 성공하고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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