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CM·에이블리 등 변화하는 플랫폼 생태계, 2025년 키워드는?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4.12.27 ∙ 조회수 8,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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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경기 불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진 ‘티메프 사태’로 작년 플랫폼 시장은 큰 풍파를 겪었다. 무신사와 더블유컨셉코리아 외에는 대부분의 패션 플랫폼이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플랫폼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등 변화가 컸다. 패션 플랫폼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2025년, 패션 플랫폼들은 어떻게 콘텐츠를 차별화하고 재무 건전성을 어필할 계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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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작된 패션 전문 플랫폼 시장 재편은 새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캐릭터 구축에 성공한 플랫폼들은 △온라인-오프라인 연계로 소비자 접근성 및 신뢰도 제고와 함께 플랫폼의 캐릭터에 맞는 파트너십(단독) 확보나 새 카테고리 확장, MD 기획력 등 △고정 소비층을 묶어두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최근 몇몇 대형 플랫폼들의 자본 잠식 상태가 조명되면서 패션 플랫폼 시장도 크게 움츠러들었다. 마케팅 효과 혹은 유통 파워를 믿고 입점했던 브랜드들이 조심스레 패션 플랫폼들의 상황을 알아보고 보수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패션 전문 플랫폼 시장에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패션에서 막강한 파워를 가진 플랫폼들은 뷰티나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넓히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하고 있다. 반면 적은 자본으로 시작해 몇 년째 투자에 의지한 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쓰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플랫폼들은 냉가슴을 앓는 상황. 이미 올 하반기 사업을 접거나 유동성 위기를 공개한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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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기 돌입한 패션 전문 플랫폼, ‘옥석 가리기’ 시작


무신사(대표 조만호․박준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을 자유롭게 오가며 소비자들과의 끊임없는 접점을 만들고 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를 위한 단독 콘텐츠를 만들어 직접 조명하는 등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의 성수점과 홍대점, 지방의 대구점을 거점 삼아 소비자들에게는 직접 쇼핑의 재미를 주고 브랜드들에는 고정 오프라인 판로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신사와 무신사스토어, 자체 PB에서 한국 대표 SPA 브랜드로 성장한 ‘무신사스탠다드’, 아직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무신사글로벌 등 하나하나 추가한 성장 동력들은 파트너 브랜드에는 새로운 판로와 협업 파트너로 매력이 뚜렷하다. 이들을 통해 올해 무신사에서 발생한 누적 거래액은 약 5조원으로 추산한다.


29CM은 ‘취향을 큐레이션한다’는 콘셉트에 걸맞은 고감도 콘텐츠 기획과 협업 능력으로 브랜드 사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말 기준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하며 여성 브랜드 패션 플랫폼 1위로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이구라이브’나 ‘수요입점회’ 등 29CM만의 차별화된 기획전에서는 ‘다이닛’ ‘트리밍버드’ 등 신규 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가 각각 일매출 7억원과 12억원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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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키워드 · 오프라인' 잡은 무신사, 거래액 5조 돌파


29CM은 ‘TTRS’라는 라이프스타일 전문 편집숍도 함께 운영 중이며,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도 홈 카테고리를 탁월하게 선보이고 있다. 자체 ‘선물하기’ 기능 등을 활용해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 ‘카카오선물하기’ ‘SSG선물하기’에서보다 좀 더 특색있고 취향을 담은 선물을 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동대문 패션부터 제도권 브랜드까지 영역을 확장한 에이블리코퍼레이션(대표 강석훈)은 남성 전문 패션 ‘하이버’, 일본판 에이블리 ‘아무드’를 추가 론칭해 각 앱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국내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많은 활성 사용자 수를 갖고 있는 강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최근 웹툰과 웹소설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등 기존 소비층을 록인(Lock In; 상품, 서비스, 시스템 등을 통해 고객을 장기적으로 묶어두는 것)시키기 위한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아 화제를 모았다. 신규 투자 유치로 에이블리는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아 2024년 첫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성장세와 재무구조, 국내 셀러의 해외 진출 판로 개척 등의 부문에서 경쟁력이 입증됐다. 거래액은 올해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서는 최초로 연간 2조원을 돌파해 약 3년 만에 거래액이 3배 이상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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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CM, 에이블리 · 지그재그 이어 여성 플랫폼 3위에


아무드도 글로벌 역량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한국 플랫폼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쇼핑 앱 다운로드 순위 톱5에 오른 아무드는 원스톱 글로벌 진출 서비스로서 국내 셀러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아무드라는 해외 진출 파이프 라인을 구축함으로써 북미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까다로운 알리바바에 성장성을 인정받은 만큼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아 후속 글로벌 투자 라운드에도 긍정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및 해외 국부펀드 등과 논의를 이어가며 총 2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연합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보유한 ‘라자다’ ‘다라즈’ 등 대형 이커머스의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스타일(대표 서정훈)은 올해 ‘지그재그’의 비용 효율화와 뷰티 콘텐츠 강화, 4050 패션 플랫폼 ‘포스티’의 선전을 통해 4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카카오스타일은 2021년 카카오커머스 스타일 사업부문과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 합병으로 출범). 영업이익이 2022년 -518억원에서 2023년 -198억원으로 줄어든 상황이어서 신규 소비층을 대거 유입시킨 지그재그와 포스티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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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투자 유치한 ‘에이블리’ 해외로 진격


그중 지그재그는 지난해 미래 주요 고객층인 10대 소비자 유입을 대거 이끌어낸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2023년 4분기 기준 카카오스타일은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그재그는 연간 흑자를 기록한 알짜 플랫폼이다. 자체 개발한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1030 여성 쇼핑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한번의 상품 등록으로 지그재그는 물론 포스티와 패션바이카카오에서 동시 판매 가능하다는 것도 입점 브랜드들에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올해는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거둔 성과가 두드러진다. ‘퓌’ ‘삐아’ ‘VT’ ‘에뛰드’ 등은 신상품 및 인기 아이템을 지그재그에서 단독 혹은 선 론칭해 거래액이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특히 퓌는 지난 7월 ‘에그핏 쿠션’ 단독 론칭 프로모션을 진행해 거래액이 전월대비 1628%나 늘었다. 1030 여성 소비자에게 적중률이 높은 플랫폼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중소형 뷰티 브랜드들의 입점이 줄을 잇고 있다.


다만 다른 경쟁 패션 플랫폼 대비 오프라인 경쟁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해 입점 브랜드와 소비자 양쪽에서 선호도를 높이는 타 플랫폼과 달리 온라인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카오스타일은 당분간 오프라인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대신 여성들이 온라인을 통해 더욱 다양한 상품을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뷰티 빛 본 ‘지그재그’ 온라인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


앞선 플랫폼들이 성과를 이어 가는 반면 ‘티메프 사태’나 경기 불황으로 인해 사업을 접은 플랫폼도 속속 등장했다. ‘브랜디’ 운영사 뉴넥스(대표 서정민, 구 브랜디)는 오는 1월 2일부터 ‘서울스토어’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 2022년 4월 디유닛으로부터 500억원에 인수합병을 마무리한 지 2년 반 만에 내린 결정이다. 뉴넥스 측은 브랜디와 서울스토어가 모두 여성 브랜드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운영상 효율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명품 패션 플랫폼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올 하반기 시작부터 리앤한(대표 이병도 한창훈)은 ‘한스타일’을 중단했고, 머스트잇(대표 조용민)은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국내 경기가 어려워지고,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디올 파우치’를 시작으로 명품 자체에 대한 선호도가 뚝 떨어지면서 트렌비, 발란, 머스트잇 이용자도 급감했다.


지난 11월 블랙 프라이데이 때부터 연말까지는 ‘샤넬’ ‘에르메스’ ‘버버리’ ‘막스마라’ 등 인기 명품을 신상품 포함 70~95%까지 할인해 팔며 노골적인 초저가 출혈 경쟁을 벌였음에도 성과가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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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 후 플랫폼 중단 사례 우수수


명품 플랫폼의 경우는 병행 수입업자 중심의 오픈마켓으로 운영하다 보니 플랫폼별 차별화도 어렵고, 가격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를 상대하기 때문에 충성 고객층도 얇다. 이미 2023년 32억에서 100억원대 영업 손실을 낸 상태이기 때문에 작년에도 3사 모두 적자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발란과 트렌비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신규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패션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문구라는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던 ‘1300K’도 사업을 접었고, ‘바보사랑’은 돌연 사업을 중단하고 대표자가 ‘먹튀’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생활용품 ‘1200m’(1300K와 같은 회사)과 ‘공동구매 플랫폼 ‘사자마켓’도 폐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눈에 보이는 플랫폼 간 권력 구도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남성 패션에서는 무신사가 독보적이고, 여성 패션에서는 에이블리와 지그재그에 이어 29CM가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3순위를 유지하고 있던 ‘W컨셉’의 부진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다.


재무 건전성 잡은 W컨셉, 콘텐츠 차별화 ‘아쉽’


더블유컨셉코리아(대표 이주철)의 W컨셉은 원래 2040 직장인 여성을 겨냥한 감도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 플랫폼으로 입지가 탄탄한 편이었다. 상품 평균 가격대가 20만~30만원대에 포진한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으로 구성해 객단가도 높아, 타 플랫폼 대비 차별화가 뚜렷하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좁은 타깃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는 불리한 조건이 됐다. 특히 재구매율이 줄어든 것이 가장 컸다고 한다. 


여기에 수익성이 큰 직매입과 PB를 줄이고 위수탁 상품 중개에 집중하면서 매출은 더욱 감소했다. W컨셉의 강점이었던 차별화된 브랜드와 상품 구성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W컨셉 베스트 상품 순위를 보면 브랜드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섬네일이 비슷비슷해 보여 입점 브랜드들에도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도 있다. 모기업인 신세계가 그룹 차원에서 수익 중심 경영을 선언한 데 따른 영향이다.


W컨셉은 이런 전략이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며, 이를 통해 올 상반기 거래액은 전년대비 13% 늘고, 영업이익도 10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이익잉여금은 증가하고 있고 제품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매입채무도 전년대비 줄어들어 재무건전성을 탄탄하게 했다는 것. 실제로 국내 패션 플랫폼 전개사 중 자본잠식 상태가 아닌 곳은 더블유컨셉코리아와 무신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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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컬커머스 거래액 70조, 온 · 오프 소매액의 51%


다만 이런 재무적 탄탄함은 입점사나 소비자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어서 기존 W컨셉의 매력이었던 퀄리티와 감도 높은 상품을 대체할 만한 콘텐츠가 줄어든 간극을 어떤 차별화 포인트로 메울지가 중요해졌다. 현재 패션 플랫폼 중 W컨셉의 정산 주기가 최소 40일에서 최대 60일로 가장 긴 것도 입점사들이 입점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타 플랫폼 정산 주기 최소 3일에서 최대 40일). 


새해에는 경기 불황과 사회적 트라우마 등 여러 대외적 환경과 더불어 패션 플랫폼 내부의 변화 등으로 인해 플랫폼 간 등락이나 소비자 쏠림 현상 등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변해 쿠폰이나 할인 등 가격 경쟁으로 치달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도 유통이다. 이미 올해 1~3분기 기준 국내 버티컬 커머스의 거래액은 약 70조원으로 온·오프라인 소매판매액 중 전문소매점 거래액 약 137조원의 51%로 성장했다(통계청 발표). 시장이 커지고 성숙해진 만큼 예전과 같은 고성장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브랜드와 상생해야 건실한 성장이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에 입점 업체와의 상생을 통해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해야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안할 수 있다. B2C이기 전에 B2B로서 입점 업체와의 투명한 거래는 기본이고 티메프 사태에서 본 것처럼 경영의 내실도 놓칠 수 없다. 새해에는 어떤 패션 플랫폼들이 변화의 시기를 이겨내고 시장의 선두에 서게 될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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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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