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요노족' 타깃, 다이소 등 갓성비 브랜드 급부상
저성장 속 고물가 · 고환율 타격으로 소비자들은 ‘갓성비’에 주목하고 있다. 끝도 없이 성장하던 명품 시장이 하락하는 사이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퀄리티는 기본이며, 미니멀 디자인이나 멀티 유즈 상품으로 활용성을 강화한 상품을 내놓는 브랜드들이 성장하고 있다.
2030세대의 라이프를 대변하는 키워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에서 ‘요노(YONO; You Only Need One)’로 바뀌었다. ‘오마카세 대신 도시락’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말고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로 만족)’ ‘호캉스보다 홈캉스’ ‘욜로하다 골로 간다’ 등의 말이 SNS에서도 유행 중이다.
특히 ‘아보하’는 올해 <트렌드코리아 2025>에서 10대 키워드로 꼽은 단어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제적 경직 상황에다 12월 초 또 한번 시민들의 일상을 크게 흔든 사건으로 사회적 트라우마가 생기면서 ‘아주 평범한, 보통의, 무난한 일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 것이다. ‘내일이 불안한 시대’. 소비 심리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패션 시장은 새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올해 국내 명품 브랜드 20개 중 11개가 전년대비 하락세를 기록했다. 공시된 2024년 상반기 매출을 기준으로 ‘구찌’ ‘펜디’ ‘버버리’ ‘살바토레페라가모’는 15~26% 떨어졌고,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셀린’ ‘샤넬’이 전년대비 1~2% 역성장했다. 특히 샤넬의 매출이 떨어진 것은 국내에 진출한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더욱 상징적이었다.
구찌·펜디 등 명품 브랜드 15~28% 매출 급락
물론 ‘에르메스(20%)’ ‘루이비통(3%)’ ‘디올(2%)’ ‘프라다(1%)’ ‘미우미우(75%)’ ‘고야드(24%)’ 등 매출이 증가한 브랜드로 인해 국내 백화점에 입점된 20개 대표 명품 브랜드의 총매출은 2023년 대비 3% 늘었으나 무섭게 인상한 가격과 신규 매장 출점 수를 생각하면 매출이 떨어진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대표 명품 유통 중 하나인 갤러리아백화점의 실적 부진도 이와 같은 선상에 있다.
반면 베이직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국내 SPA 브랜드의 매출은 고공행진 중이다. 작년 매출 9000억원을 기록한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탑텐’은 올해 1조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랜드월드(대표 조동주)의 ‘스파오’는 작년 4800억원에 이어 올해 6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신사(대표 조만호․박준모)의 ‘무신사스탠다드’ 매출은 1~10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3.5배 늘었다. ‘유니클로’는 올해 2019년 이후 5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다.
특히 스파오는 올겨울 ‘패딩 점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다운 강자’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주춤하는 사이 ‘푸퍼 컬렉션’이라는 패딩 점퍼 라인을 신나게 판매하고 있는 것. 두툼한 충전재를 넣어 보온성은 챙기고 짧은 기장으로 트렌디하기까지 한 아우터를 6만9900원에 내놨다. 심지어 이 가격은 5년째 동일하다.
스파오, 5년째 가격동결 ‘6만9900원’ 아우터 대박
SPA 브랜드는 직접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까지 관리하기 때문에 일반 브랜드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지난 몇 년간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평가 속에서 글로벌 SPA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품질도 상향 평준화해 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들에게 접근성 좋은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아성다이소(대표 김기호)의 ‘다이소’도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갓성비 끝판왕’으로 ‘국민가게’라는 슬로건까지 건 다이소는 자체 소싱 상품으로 500원, 1000원, 2000원, 3000원, 5000원대 접근성 좋은 상품을 판매한다. 개별 소싱뿐 아니라 유명 제조 기업이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소포장 균일가’ 전략을 펼쳐 상품력과 마케팅 면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은 ‘뷰티’ 콘텐츠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5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플리스, 속옷, 방한내의 등 어패럴 라인을 확장해 패션 SPA와도 경쟁 중이다. 발열 내의와 플리스 두 벌을 사도 1만원이다. 스파오의 발열 내의 9900원과 비교해도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 최근에는 이지웨어까지 라인을 확장해 60여 종을 신상품으로 선보였다.
다이소몰, 월 활성 소비자 수 221만명 돌파
지난 2023년 12월 통합 자사몰 ‘다이소몰’을 오픈해 개별 소비자뿐 아니라 대량 구매가 필요한 기업, 단체, 공공기관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했다. 최소 주문 금액 10만원 이상이며 전국 단위 배송도 가능해 소비자 영역을 크게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월 기준 다이소몰의 월 활성 소비자 수는 221만명, 오프라인 매장 수는 약 1520개로 온 ·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쌍끌이’하는 중이다. 12월 초에는 신세계사이먼의 부산 프리미엄아울렛에 입점하며 소비자 접점을 늘렸다.
10대부터 30대까지 소비의 중심에 있는 젊은 층은 물론 60세 이상 소비자까지 일단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집 근처 다이소에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수납용품이나 생활집기는 물론 뷰티, 어패럴, 가드닝, 반려동물 용품 및 의류, 트렌디한 취미생활 키트 등 웬만한 것은 전부 500원에서 5000원 사이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어 소비 경제가 크게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하는 올해도 다이소의 선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거래액 7조 올려
요노족이 증가하면서 주목받은 곳은 또 있다. 바로 당근마켓(대표 김용현)의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이다. 필요 없는 물건을 중고로 되팔아 현금화하고, 필요한 물건은 중고로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적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근마켓의 2023년 실적은 전년 499억원 대비 156% 증가한 1276억원, 영업이익은 173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실적은 아직 공개 전이지만 영업이익으로는 이미 상반기에 2023년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고, 매출도 최대치 기록을 예고했다.
실제 거래량은 2021년 5100만건에서 2023년 6400만건으로 25.5% 뛰었고, 플랫폼 내 거래액은 2023년 5조1000억원이었는데 작년 1~7월까지 거래액이 이미 4조4000억원을 넘어서 연간 총 7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올해 1~10월 당근마켓 월평균 실행 수는 33억회로 전년 동기대비 2억회 늘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앱 순위 10위에 올랐다. 월평균 사용자 수는 2081만명으로 배달의민족(2184명)에 이은 9위다.
중고거래는 이미 지난 2020년, 소비자 3명 중 2명이 중고거래를 경험했고 그중 73%가 당근을 통해 거래했다고 말할 정도로 일상화됐다. 당근이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없앨 수 있도록 ‘당근페이’ ‘문고리 거래’ 등 서비스를 제안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2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 간 무신사와 협업을 통해 동네 알바 경험을 제안하는 ‘당근알바’ 팝업스토어를 열어 당근에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콘텐츠를 알리고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이벤트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통 효율 중시, 온라인 - 쇼핑센터 · 백화점
2023년부터 유독 두드러지기 시작한 저성장 기조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1990년대부터 패션업에 종사한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마치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맞은 직후, 소비주의 성향을 보이던 젊은 세대가 보인 변화와 유사하다 지금은 ‘요노’라고 하지만 그때는 ‘아나바다 운동’이 있었다. 저성장, 인플레이션, 소득감소라는 경제적인 충격을 체감하면 삶의 방향성도 크게 바뀌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단순할 정도로 규칙적이면서 소박한 일상을 동경하게 됐고 코인과 주식 등 투자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한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 추구 트렌드는 약 10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었지만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최근 저성장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소비행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인싸’ ‘플렉스’ ‘도파민’ 등으로 현재를 즐기는 데 집중하던 욜로족이 ‘개인’ ‘소박하고 지속가능한 삶’ ‘저축과 투자’를 중시하는 요노족으로 바뀌는 데 불과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 내 정치 경제적인 사회적 변화가 급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해에 더욱 심각한 경기 불황이 예고된 만큼 소비 생활의 최전선에 배치된 패션 산업에 속한 기업과 브랜드의 대응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떤 전략으로 이 시기를 버티며 극복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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