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리포트] 럭셔리, CD 교체로 리셋 “새 술은 새 부대에”
2025년은 샤넬을 비롯해서 지방시와 셀린(LVMH), 보테가베네타(케어링), 랑방, 톰포드, 드리스반노튼 등 8개의 주요 럭셔리 브랜드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가 데뷔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지난 2년간 구찌부터 발렌티노, 알렉산더매퀸, 라코스테, 끌로에 등에 이어 하이패션계에서 CD의 자리 바꿈이 가속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이래 럭셔리 경기가 급격히 부진해 지면서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인 기업들에게 이러한 크리에이티브 리더십의 전환은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발문)
‘과연 누가 칼라거펠드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인지’ 는 그동안 패션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는 그 존재감과 영향력이 미약했기 때문에 샤넬의 CD라고는 하나 잠시 자리를 지키는 인물로 인식된 것이 사실이다. 지난 6월 그녀가 떠난 이후 미디어에서는 존 갈리아노, 에디 슬리먼, 자크 무스, 마크 제이콥스, 톰 브라운 등 파워풀한 디자이너들의 이름이 샤넬의 새로운 CD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 샤넬은 예상을 뒤엎고 비교적 덜 유명한 디자이너인 매튜 블라지(Matthieu Blazy)를 임명했다.
사진 설명 : 샤넬 CD 매튜블라지
샤넬은 블라지가 보테가베네타(2021-2024)에서 보여준 헤리티지와 혁신을 결합하는 접근은 물론 즐거움(fun)의 요소를 믹스하는 재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블라지는 착시효과를 보이는 레더데크닉(데님같은 레더, 파피아같은 레더 등)을 통해서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백을 새로운 버전으로 제공해서 주목받은 바 있다. 샤넬이 블라지의 임명과 함께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임무라고 밝힌 바와 같이 헤리티지 유지를 넘어서 새로운 비전을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샤넬 ‘젊음과 파격’ 드리스반노튼 ‘원활한 승계’
게다가 블라지는 젊고(40세) 쿠튀르 경력(메종마르지엘라)과 대형 브랜드에서의 경험(캘빈클라인)을 가진 것은 물론 매우 체계적이고 방법론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의 입장에서는 칼라거펠드처럼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설명 : 드리스반노튼의 새로운 CD 줄리안 클라우스너(Julian Klausner)
지난 3월 드리스 반노튼이 38년만에 현직에서 은퇴한 후 모기업(Puig)은 그 후임으로 인하우스 출신인 줄리안 클라우스너(Julian Klausner)를 임명했다. 드리스반노튼 하우스가 33세의 벨기에 출신의 클라우스너를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도 반노튼이 ‘자신의 브랜드 미학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클라우스너는 2018년 조인해서 여성복 헤드 디자이너로 반노튼과 함께 일했으며 누구보다도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 리더십의 부드러운 전환을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지방시의 새로운 CD 사라 버튼
케어링의 No.3 브랜드(그룹 매출의 10% 커버)인 보테가베테타는 샤넬로 떠난 매튜 블라지의 자리에 루이즈 트로터(Louise Trotter)를 최근 임명했다. 보테가베네타는 ‘예리한 디자인과 뛰어난 공예적 기술을 부드럽게 결합하는 그의 감성을 신뢰해서 트로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트로터는 조셉(Joseph)과 라코스테를 거쳐 최근까지 까르방(Craven)의 크리에이티브 다이렉로 일했으며 셀린(피비파일로)과 더로우(The Row) 분위기의 디자인미학로 알려진다.
보테가베네타는 미니멀리스트로 결정
특히 지난 2년간 까르방을 고급스럽고 미리멀한 상품을 살 수 있는 최고의 액세서블 브랜드로 부활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이전 CD들, 다니엘 리와 매튜 블라지를 버버리, 샤넬에서 헤드헌트할만큼 보테가베네타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을 선택해왔기 때문에 이번 트로터의 임명에도 럭셔리 부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VMH의 지방시는 지난 8월 알렉산더매퀸(케어링그룹) 출신의 사라 버튼을 CD로 임명했다. 2017년 리카르도티시(Riccardo Tisci)가 12년만에 떠난 후 지방시는 두 명의 CD(Clare Waight Keller, Matthew M Williams)를 거쳤지만 별다를 소득이 없었다. 사라 버튼의 임명 동기는 26년간 알렉산더매퀸에서 축적한 그의 테크니컬 재능이 부각된 것으로 알려진다. 사라 버튼의 노하우와 비전을 통해서 지방시를 헤리티지 패션하우스와 오트쿠튀르로 부활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톰포드는 지난 9월 패션계 인사이더들이 사랑하는 디자이너인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을 새로운 CD로 임명했다. 한때 칼라거펠드의 후계자가 될 거라는 루머가 퍼질만큼 유명한 디자이너로 하이더 아커만은 톰포드 브랜드에 패션성에 대한 신뢰성과 오로라를 주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커만은 자신의 브랜드로 여성복과 남성복을 운영하며 최근에는 장폴골티에의 쿠튀르 컬렉션과 LVMH의 벨루티(Berluti)를 위해 일하기도 했다.
지방시와 톰포드, ‘경험과 평판’ 우선 고려
2023년 톰포드가 에스티로더그룹(Estee lauder Companies Inc)에 매각된 후 패션사업은 제냐에서 장기 라이선스로 운영중이다. 제냐그룹은 톰포드 브랜드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현재 여성복을 키우는 중인데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서 여성복과 남성복의 경험과 위상을 갖춘 아커만을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샤넬은 물론 구찌, 알렉산더매퀸에 이르기까지 럭셔 리그룹들이 비교적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들을 선택하는 경향이다. 매튜 블라지(40세, 샤넬), 사바토데 사르노(41세, 구찌), 션 맥거(35세, 알렉산더매퀸), 다니엘 로즈베리(39세, 엘사스키아파렐리), 줄리안 클라우스너(33세, 드리스반노튼), 스테파노 갈리치(28세, 앤디뮐미스터) 등 지난 2년간 대형 럭셔리 하우스들은 젊은 디자이너를 CD로 임명했다. 이들의 특징은 누구보다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깊이 이해하며 그들의 소비파워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여기서 기회를 찾고자 한다. 20대의 Z세대를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럭셔리 부문에서 가장 큰 도전은 Z세대가 되고 있다. 럭셔리 하우스들이 조용한 럭셔리에 포커스를 두는 한편 가격을 계속해서 올리면서 Z세대를 소외시켰기 때문이다. 베인(Bain & Company)에 의하면 결과적으로 럭셔리 시장에서 Z세대 고객 5000만 명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럭셔리부문은 더 적은 고객(2억5000만-3억 6000만 명)으로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럭셔리의 부진 속에 뉴 CD로 리셋 작업
럭셔리 경기는 계속 하락하고 있고 LVMH, 리치몬트, 케어링 등 세계적인 럭셔리그룹의 이익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 LVMH는 -14%(net profit), 케어링은 -51%(net income), 리치몬트는 -17%(net profit) 등 두 자릿수 이익감소를 기록했다.
럭셔리 부문의 어려움은 202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베인은 글로벌 개인 럭셔리 상품 매출은 2%포인트 하락(363bn유로)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럭셔리 매출이 첫 하락하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가 주장하는 수입관세 20% 부과가 현실이 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쟁과 선거 등 사회적, 정치적인 난기류는 소비위축을 촉진하고 있다. 더 이상 2019-2022년에 경험했던 럭셔리의 호조는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럭셔리 경기하락에 럭셔리 하우스들은 리셋을 진행중인데 특히 CD를 교체함으로서 매출 및 이익 성장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뉴페이스 속속 기용, CD 교체가 솔루션?
시장에서의 압박이 심할 때 럭셔리 브랜드들은 CD를 바꾸는데 이를 통해 브랜드가 화려하게 부활하거나 매출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대와 2010년대를 통해 패션산업에서는 새로운 CD의 주도로 브랜드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피비 파일로의 셀린, 에디 슬리먼의 디오르옴므와 생로랑,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 버질 아블로의 루이뷔통 남성복,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등은 럭셔리 메종의 역사를 바꾼 케이스다. 매출 성장은 물론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냈으며 기울어가는 브랜드를 살렸고 새로운 미학으로 열혈팬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위기상황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새로운 CD들의 역량이 성공과 성장을 만들어 내기를 바라고 있다. 적어도 크리에이티브 리더십의 전환이 브랜드에 새로운 에너지와 혁신적인 관점을 주기를 기대하며 궁극적으로는 매출을 올리고 패션시장에서 첨단성을 획득하기를 고대한다. 과연 올해 새로운 CD와 함께 어느 브랜드가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인지 그리고 패션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패션계는 물론 투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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