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아파트의 재건축 브랜드의 재개발'
아파트! 아파트! ♬ 때아닌 APT 열풍이 거세다. 아파트 한 채 없는 무주택자에게는 한없이 야속하겠지만, K-Pop 블랙핑크의 로제와 미국의 최정상 가수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 ‘아파트’는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덩달아 40년 전 인기를 누렸던 윤수일의 ‘아파트’도 차트에서 역주행했다. 40년 노후화된 아파트의 재건축이 패션 브랜드에서는 재개발로 이루어진다.
로제의 신축 아파트 이전에 윤수일의 구축 아파트가 세워져 있었다.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하는 윤수일 표 ‘아파트’는 노래방은 물론 각종 경기와 행사의 응원가, 배경음악으로 모두에게 친숙하다. 로제와 브루노를 사랑하는 젊은 세대가 윤수일의 아파트까지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된 것이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내 노래를 재건축해 줘서 감사한다”라는 윤수일 조합장의 소감처럼 흘러간 아이템이라도 언제 어디서 재조명될지 모른다. 윤수일의 아파트처럼 타이밍을 잘 잡아 대중의 부름을 받는다면 은마아파트보다 먼저 재건축될 수 있다.
아파트의 재건축만큼 시끄럽지 않지만, 패션 세계에서도 브랜드는 복고 흐름을 타고 꾸준히 재개발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불어 닥치는 레트로 바람은 패션 전문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푸마와 오니츠카타이거 등 1980~1990년대 인기를 누렸던 스포츠·데님 브랜드가 ‘레트로’의 선두주자로 먼저 등장했다. 푸마는 대중에게 이미 익숙한 네이밍과 함께 실용적이면서도 슬림하고 깔끔한 디자인과 가성비 대비 퀄리티를 갖췄기에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2000년대 이후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밀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줄 알았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서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복고풍 유행을 등에 업고 새롭게 귀환할 수 있었다. 푸마는 2만원대 가성비 스니커즈로 오픈런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1990년대 서태지로 대표되는 ‘X세대’가 열광했던 프랑스 데님 브랜드 ‘마리떼프랑소와저버’도 긴 잠에서 깨어나 젊은 이들의 패션감각을 1990년대 방식으로 일깨웠다. 1990년대의 느낌과 함께 MZ 특유의 ‘쿨’한 감성을 담아내 ‘뉴트로’로 승화시켰기에 마리떼는 주요 백화점과 플래그십 쇼윈도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다. 토종 브랜드로서는 프로스펙스 · 프로월드컵 등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매출을 증대시키면서 브랜드의 재개발을 이뤄냈다.
7080세대에게는 추억을 자극하고, MZ에게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무게감을 안겨주는 복고 브랜드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세기말(Y2K) 패션 트렌드가 레트로 훈풍을 타고 초강세를 보이면서, 마리떼와 오니츠카타이거 등 왕년 패션 브랜드의 매출은 전년대비 30% 증가했다. 다만 초창기 디자인이나 브랜딩이 현재 패션시장에서 타인의 지식재산권 침해의 여지가 있는지 철저히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그만큼 그사이 그토록 많은 디자인과 브랜드들이 피고 지고 아웅다웅 부딪혀 왔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디자인이나 상표를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게 변형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아니한 권리 침해나 이해관계 충돌이 우려스럽다.
한때를 풍미했던 브랜드는 쉽게 죽지 않는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며 더 강해진다. 세월을 견뎌내면 언제든 재개발된다. 레트로는 이렇듯 언제든 인트로가 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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