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Key는 가심비 · 온라인發 영패션 로드맵 바뀌었다!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24.10.21 ∙ 조회수 3,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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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기 있다 싶으면 비슷하게 찍어내는 디자인이 많아서 자신만의 특성을 가진 브랜드들이 좀 더 오래 살아남는 것 같고 인기도 꾸준한 것 같아요. 각자의 개성이 중요시되는 사회로 변하면서 나만의 특별함이 보일 수 있는 스타일링에 주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백화점 쇼핑을 자주 즐기는 한 30대 초반 여성 소비자의 말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가격이나 디자인 면에서 강점이 없는 브랜드들은 빠르게 도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영캐주얼 로드맵이 확실히 바뀌었다. 기존 백화점 2~3층을 주름잡던 기성 영캐주얼 브랜드는 역성장하며 축소됐고, 그 자리에는 온라인에서 익숙한 여성 브랜드로 채워지는 양상이 보편화된 것. 다만 2~3년 전부터 이러한 MD 변화는 있었지만 현재 더 뚜렷한 변화가 눈에 띈다. 


백화점에 1호 매장을 열며 승승장구했던 컨템퍼러리 디자이너 브랜드가 주춤하고 여기에 가심비로 중무장한 온라인발 브랜드들이 올라선 것이다. 실제로 한 백화점 유통에서는 매달 억대 매출을 유지했던 디자이너 컨템 브랜드의 매출이 5000만~7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가성비를 앞세운 온라인 여성 브랜드는 1억에서 2억대까지 상회하며 그 격차가 벌어졌다. 티셔츠 기준 5만~7만원대로 백화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가성비 있는 아이템을 내세우면서 스토리텔링이 느껴지는 VMD로 소비자 발걸음을 잡고 있다.


한 여성복 브랜드 대표는 “현재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으나 여성 소비자의 소비는 줄지 않아 ‘질’보단 ‘양’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판매가 높은 제품을 선호하기보다는 대체품으로 빠지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시그니처 아이템 판매량은 유지되나 베이직 아이템이나 퀄리티와 가격만 앞세운 제품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로고 등 뚜렷한 BI가 있는 캐주얼 브랜드의 우먼 라인은 매출 볼륨이 커졌다. 베이직해 활용도가 높고, 확실한 로고플레이로 대체품이 없기 때문이다. 노매뉴얼·세터·인사일런스 등은 백화점 유통을 하나둘 확장하며 여성 소비자 비중이 늘었고, 이 흐름에 맞춰 여성 라인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모양새다. 영패션 MD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의 주요 점포를 통해서도 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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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감성 ‘영패션’ 백화점 러브콜 이어져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은 지하 2층을 ‘패션스트리트’로 새단장했다. 기존 여성복 비중이 높았던 이곳 지하 2층을 패션스트리트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치면서 캐주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30대 이하 구성비가 47%에 달할 정도로 ‘영’한 만큼 이들 세대를 겨냥한 핫한 브랜드로 이곳을 다시 채웠다. 이번 리뉴얼은 2022년 이후 2년 만에 새롭게 리뉴얼을 단행한 것이다. 


총 15개 브랜드 중 13개 브랜드가 이곳 패션스트리트에 새로 자리 잡았고, 그 가운데 11개 브랜드는 타임스퀘어점에 처음 입점했다. 기존 브랜드 대비 87%가 재편될 정도로 확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드로우핏’ ‘커버낫’ ‘마하그리드’ ‘코드그라피’ ‘브라운브레스’ ‘아크메드라비’ ‘슈퍼드라이’ 등 캐주얼 브랜드가 대거 입점한 것. ‘스튜디오톰보이’ 등 기존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도 있으나 80% 이상 스트리트 브랜드로 채워져 이전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한층 더 트렌디한 느낌과 동시에 가볍게 남녀 모두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패션스트리트 새단장, 여성복 → 캐주얼 개편


패션스트리트에서 만난 한 캐주얼 브랜드 매장 매니저는 “리뉴얼한 지 2주일이 좀 넘었는데, 이번 새단장에 대한 홍보가 아직까지 덜 됐는지, 생각보다 한산하다. 그래도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넘어오는 외국인 고객도 꽤 있는 것 같고, 특히 중국인 비중이 높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패션스트리트에 자리했던 여성 캐주얼 브랜드 ‘온앤온’ ‘써스데이아일랜드’ ‘랩’ ‘잇미샤’는 4층 여성캐주얼 & 잡화층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곳 4층도 올해 두 번의 리뉴얼 작업을 거쳤다. 상반기 1차적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4층에 함께 구성했던 ‘르베이지’ ‘쁘렝땅’ ‘보티첼리’ 등은 3층으로 이동하는 등 여성복 조닝을 세분화해 리뉴얼했다. 


이번 2차 리뉴얼은 한층 더 여성 MZ세대를 타깃으로 정조준했다. 젠더리스 편집숍 ‘더일마’ ‘룩캐스트’ 등 2030 팬덤이 강한 브랜드를 입점시킨 데 이어 ‘아티드’를 이곳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 브랜드는 ‘시티브리즈’를 전개하는 이스트엔드의 또 다른 여성복 브랜드다. 이번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에 팝업 매장으로 전개하며, 지난 9월,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에 첫 정규 매장을 오픈하는 등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티셔츠 기준 5만원대로 가격대가 좋다.


아티드 등 가심비 브랜드 영입, 2030 정조준


이 외에도 동광인터내셔날의 신규 여성복 ‘메르시앤에스’와 함께 ‘러브앤쇼’ ‘시스티나’ ‘루에브르’ ‘반에이크’ 등도 모습을 보였다. 이번 우먼 캐주얼 리뉴얼도 백화점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온라인 브랜드 영입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엿보였고, 또한 구매로도 쉽게 이어질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 주목을 끌었다. 


2022년 8월 대담한 시도가 엿보였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5층 ‘뉴컨템퍼러리’존은 지난 2월 ‘레스트앤레크레이션’ ‘틸아이다이’ ‘룩캐스트’를 입점시킨 데 이어 지난 8월 ‘스포티앤리치’ 자리에 더일마가 들어섰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평일 낮 시간대에도 레스트앤레크레이션, 틸아이다이, 룩캐스트 세 매장에 모객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이 세 브랜드가 월 억대 매출고를 꾸준히 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각 브랜드 콘셉트를 멀리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MD 구성이 차별화돼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외국인도 K-패션 홀릭, 매출 60~80% 비중 차지


또한 마르디메크르디 티셔츠를 입은 외국인이 이곳 레스트앤레크레이션에서도 구매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이곳 숍 매니저는 “전체 고객 비중의 80%가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과 일본인 비중이 가장 크다”라며 “중국인 고객은 롱슬리브 제품을, 일본인은 고객은 스퀘어넥 제품을 선호하며 구매로도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5층에 이어 ‘뉴 스트리트’로 영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킨 8층의 열기는 더 남달랐다. 마르디메크르디와 이미스 등의 매장은 외국인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이어진 줄이 펼쳐진 것. 특징으로는 BI가 확실한 로고&그래픽이 두드러지는 캐주얼 브랜드들의 인기가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마리떼프랑소와저버는 숍인숍으로 여성 캐주얼 브랜드 ‘데이지신드롬’을 함께 전개하며 새 여성 소비층 유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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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패션 매출 9%↑ 신선한 브랜드 영입 집중


현대백화점은 올해 2분기 영패션이 전년 동기대비 9%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스포츠 다음으로 성장세가 좋다. 이는 2030세대가 열광하는 신선한 영 브랜드 영입에 신경 쓰면서도 가심비 높은 브랜드들을 대거 유치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트렌드 세터로 활약하고 있는 더현대서울은 ‘이 브랜드를 백화점에서?’라고 할 정도로 참신한 브랜드 영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기존 ‘시앤느’ 자리에는 ‘폴리테루’가 새롭게 자리를 채운 것. 폴리테루는 발매했다 하면 품절되는 등 강력한 마니아층을 소유하고 있는 캐주얼 브랜드다. 동북아시아의 문화적 요소를 아이템 속에 녹여내는 것이 특징이며 정교한 패턴과 퀄리티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이번 더현대서울 매장이 이 브랜드의 두 번째 정식 매장이다. 


현재 신세계강남점에서 억대 매출고를 올리는 등 온 · 오프라인에서 남다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틸아이다이도 곧 더현대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 10월 10일 정식 매장을 오픈한다. 바로 옆은 매장에는 가심비 높은 셔츠로 유명한 시티브리즈가 정식 오픈한다.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에 여성 고객 몰려


현재 팝업 매장으로 운영 중인 시티브리즈에도 소비자가 몰려 있었고, 1000억 신화 ‘마뗑킴’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쇼핑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마뗑킴은 특히 지갑과 가방 등 잡화류를 둘러보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또한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남성 라인의 비중이 높은)에도 여성 모객률이 높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캐주얼 브랜드 ‘세터’ 역시 쇼핑하는 대다수가 여성 고객이었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부터 여성 라인을 별도로 전개하며 여성 고객 비중을 높였다. 더현대서울 세터 숍 매니저는 “매장 내 여성 전용 라인 행거는 2개뿐임에도 여성 고객 비중은 60%가 넘을 정도로 비율이 크다”라고 말했다. ‘노매뉴얼’과 ‘인사일런스’도 오프라인 내 여성 고객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성 라인을 신설하거나 전용 아이템 비율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이곳도 쇼핑을 즐기고 있는 소비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이에 노매뉴얼은 백화점 입점 후 여성 소비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성용 아이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인사일런스도 백화점 내 여성 소비자가 80~90%가 육박하면서 F/W컬렉션에는 인사일런스 우먼 아이템을 대폭 확대해 전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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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대형 팝업 + 핫 브랜드로 집객력↑


롯데백화점도 대형 팝업으로 집객효과를 높이면서, 영패션 입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하 1층의 경우 지하철과 바로 이어져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데, 이곳을 MZ세대에게 주목받는 영패션 브랜드로 채우면서 평일이나 주말 가릴 것 없이 인산인해다. 


지난해 롯데월드몰에 유통 1호점 매장을 연 ‘마르디메크르디’는 지난 3월 ‘마르디메크르디레쁘띠’ 매장까지 바로 맞은편에 열어 소비자를 모으고 있다. 이곳에서도 한남동 ‘마르디메크르디존’이 연상될 정도로 국내외 고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특히 ‘기념품’ 개념으로 마르디 티셔츠를 쓸어 담는 외국인 고객들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 디자이너 편집숍 ‘하고하우스’도 마뗑킴, 어몽, 다이애그널 등 온라인에서만 접할 수 있는 디자이너 여성복을 입어보고자 하는 고객들로 가득 찼다. MD 교체도 활발히, 또 빠르게 이뤄진다. ‘지금’ 더 핫하고 반응이 높은 영패션 브랜드로 탈바꿈되고 있다.


아더에러 ~ 이미스 대형 규모로 입점 ‘인산인해’


기존에 대형 매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메종 마르지엘라 퍼퓸’ 자리에는 ‘이미스’가 오픈한 것. 이어 ‘어호스’ ‘999휴머니티’ 등 핫 브랜드 팝업도 진행하고, 유통사 최대 규모로 오픈한 ‘아더에러’와 이미스까지 채워지면서 인파 또한 가득 메우고 있다. 같은 층 내 다른 구역에 비해 확연히 혼잡하다. 


또한 ‘세터’ ‘디스이즈네버댓’ ‘엠엠엘지’ ‘인사일런스’가 자리한 데 이어 롯데월드몰 지하 팝업을 통해 반응을 얻은 ‘해칭룸’이 지난 6월에 정식 입점했다. 해칭룸 바로 옆은 남성 캐주얼 브랜드 ‘에스피오나지’가 지난 8월 백화점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어 10월에는 ‘아크테릭스’가 이곳 지하 1층에 입점하는데, 호카와 마찬가지로 3층 스포츠 아웃도어 층이 아닌 이곳에 문을 연다. 2030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글로벌 브랜드로 판별되는 만큼 MZ세대가 많이 찾는 지하 1층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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