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냐 자사몰이냐, 효율적인 온라인 대안은?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4.10.18 ∙ 조회수 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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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들의 정산 구조가 드러나면서 온라인 시장에서 한차례 제도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앞서 플랫폼을 활용해 자립한 브랜드나 협력 관례를 긍정적으로 이어가는 브랜드의 사례를 살펴보며 자사 브랜드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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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 위메프(이하 티메프) 사태 이후 패션 시장에서도 영향력 큰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플랫폼들이 오랜 시간 적자 상태에 있었고, 자본 잠식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안 그래도 현금 유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 패션 브랜드와 그들의 생산 파트너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의 영향력을 경험하고, 더는 늦출 수 없는 디지털 전환의 기로 앞에서 많은 브랜드들이 선택한 것이 패션 플랫폼이다. 플랫폼별로 명확한 소비자 특성에 따라 플랫폼 내 판매 수수료나 물류 시스템 이용 비용, 경쟁자 사이에서 두드러져 보이기 위한 광고비 등을 지불하는 것이 제로(0) 지점에서 자체 시스템을 한 번에 갖추는 것보다 효과적이었다.


이쯤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플랫폼이 계속 만능일까. 결국 자사몰이 답일까. 최근 이 고민은 플랫폼별 콘텐츠 경쟁력을 담보로 하는 ‘단독 브랜드 유치’ 경쟁과도 맞물려 더욱 깊어지고 있다. 플랫폼을 등한시하기에는 협업을 통해 눈에 띄게 성장한 브랜드들이 매우 많고, 기업 성장 효율과 장기적인 브랜딩 효과를 따지면 자사몰이 단연 유리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만능주의 VS 어차피 결론은 자사몰


많은 패션 기업 담당자들은 ‘영리하게 플랫폼을 이용하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원하는 소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플랫폼과의 협업을 이용해 신규 고객 유입과 신상품 판매 이슈, 마케팅 효과를 성공적으로 얻어내고 그 과정에서 추후 자립할 경쟁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여력이 된다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단독 브랜드로 적극적인 마케팅 지원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온라인 시스템과 소비자를 경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일회성 협업을 해 보거나 마케팅 파트너로 지원을 받으며 자립할 수 있는 규모까지 브랜드를 키운 후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는 것. 플랫폼 이미지를 활용해 △초기 소비자 유입 효과 △중단기 마케팅 파트너십을 경험해 보고, △온라인 유통 다각화 시동 △자사몰 중심 성장으로 가는 것을 온라인 유통 적응 단계로 본다.


초기 소비자 유입 효과로 자본 마련과 인지도 구축에 탁월한 효과를 본 브랜드로는 무신사(대표 조만호 · 박준모)에는 ‘마르디메크르디’ ‘예일’ ‘글로니’ ‘락피쉬웨더웨어’ 등이 있다. 더블유컨셉코리아(대표 이주철, 이하 W컨셉)에는 ‘닐바이피’ ‘앤유’ ‘비뮤즈맨션’ ‘유메르’ 등이 대표적이다. 브랜드명과 플랫폼명만 봐도 소비자층이 확연히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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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디메크르디 · 닐바이피 플랫폼과 동반성장


피스피스스튜디오(대표 박화목 · 서승완)의 대표 브랜드 ‘마르디메크르디(이하 마르디)’는 지난해 11월 무신사와의 단독 체제를 풀었다. 마르디가 좀 더 적극적이고 일관된 브랜드로서 움직이기 위해서다. 플랫폼에서 ‘팔리는 상품’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콘텐츠 발신지를 공식 자사몰로 집중해 전체 컬렉션의 메시지를 전하고 브랜드 자체로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고 싶었다고 한다. 


마르디는 무신사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찾은 K-패션 브랜드 중 하나다. 이미 플라워 · 도그 등 그래픽을 활용한 아이템으로 대중성을 구축한 마르디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내세울 주력 콘텐츠를 얻고, 마르디는 당시 자금 수혈을 받아 원활히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얻었다.


마르디는 무신사가 29CM을 인수하기 전부터 취향 있는 여성 소비층에 강한 29CM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브랜드 론칭 초기 상품을 만들고 물량을 쳐내는 데에 전 직원이 집중해야 하던 당시 29CM를 유통의 주요한 파트너로 활용했던 것. 한때 마르디 매출의 80%가 29CM에서 나오던 시절도 있었다. 


‘단독 브랜드’ 효과 탁월, 선택은 브랜드 몫


단독 관계를 풀자 확실히 온라인 매출에 영향이 있었다. 늘 다양한 소비자가 오가는 대형 플랫폼의 상단 노출이나 관련 아이템 큐레이션 등 마케팅 효과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르디는 자립할 능력을 갖췄고, 기존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는 브랜드 방향성에 맞춰 스스로 유통을 컨트롤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닐바이피(대표 박소영)의 ‘닐바이피’와 앤유인터내셔널(대표 김소진)의 ‘앤유’는 자체 쇼룸을 1~2개 두고 온라인 자사몰과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는 여성복 브랜드다. 차이가 있다면 닐바이피는 W컨셉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W컨셉의 관계사인 신세계몰과 SSG닷컴 등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앤유는 W컨셉 단독에서 벗어나 29CM와 하고 등 여성 소비층에 특화된 플랫폼으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선호하는 고객층이 확실한 이 두 브랜드는 원하는 성장 방향에 따라 플랫폼 활용 방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닐바이피 대표는 초기부터 숍인숍 확장보다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직접 소통하는 것을 중시하던 디자이너로, 자신의 고객과 타깃이 일치하는 W컨셉에 집중함으로써 일관된 브랜딩, 원하는 퀄리티,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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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입점 눈치? 당연히 있지만 ‘단기적’ 고민


앤유인터내셔널은 다른 곳과 차별화된 ‘세계관’을 갖고 있는 여성 패션 기업이다. ‘브라이드앤유’라는 웨딩 슈즈&드레스 브랜드로 시작해 세리머니웨어 ‘BAU by 브라이드앤유’, 라이프스타일웨어 ‘앤유’까지 김소진 대표의 취향을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 때문에 앤유는 W컨셉을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여성 소비층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유통을 넓히면서, 동시에 여행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유튜브 채널 ‘앤투어’와 자사몰을 통해 일관된 콘텐츠 발신에 집중하고 있다.


론칭 초기부터 무신사 협업으로 단기간에 인지도를 쌓고 성장하고 있는 예일이나 글로니, W컨셉 입점 라이브 5시간 만에 30억원이라는 매출을 올려 화제성을 단단히 잡은 유메르 등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자사몰과 O2O 시스템을 갖출 정도로 성장한 락피쉬웨더웨어는 단독 파트너에서 탈피해 기획 아이템이나 전략 상품 진행 등 필요할 때 플랫폼과 협업하는 방법으로 탁월한 1차 마케팅 효과를 얻기도 한다.


사실상 규모가 있는 패션 브랜드 혹은 시작부터 온라인에서 시작한 신예가 아닌 이상 여전히 온라인에 취약한 곳이 많다. 구성원부터 오프라인 중심 사고에 매몰돼 있기도 하다. 이런 브랜드나 패션 기업은 새로운 소비자 유입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경험해 보는 방법도 적극 추천한다. 


MZ 테스트베드로 탁월… 자사몰 노하우 얻기도


코로나19가 심화되기 시작한 2020년, 온라인 역량이 약했던 아웃도어, 명품, 패션 대기업 브랜드에서 가장 많이 선택한 곳은 무신사였다. ‘노스페이스’ ‘K2’ ‘아크테릭스’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 ‘MCM’ ‘폴로랄프로렌’ ‘타미힐피거’ ‘던스트’ ‘덱케’ ‘아카이브앱크’ 등 복종도 다양하다. 이들의 대부분은 이때 온라인을 경험하고 자사몰 구축에 속도를 내, 현재는 온라인에서 자체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있다. 이제는 종합몰을 운영할 정도로 자사몰 운영 노하우를 갖췄지만 불과 코로나19 초기에만 해도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온라인 운영 점수는 기대 이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편하게 생각하는 50대 이상 소비자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절 2030세대가 아웃도어 활동에 유입되며 반드시 온라인을 풀어야만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변화의 물꼬가 트였다.


이들이 MZ 소비자를 테스트 베드로 선택한 것은 패션 플랫폼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카카오선물하기, 네이버쇼핑 등 다양하다. 케이투코리아(대표 정영훈)의 K2는 2021년까지 하반기 주력 다운 등 이슈 상품을 무신사에 ‘단독 선발매’하는 등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경험한 후 직접 온라인 조직을 꾸리고 2022년 4월 자사몰인 ‘케이빌리지’를 오픈했다. 현재는 전체 매출의 30%가 자사몰에서 나올 정도로 온라인 효율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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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플랫폼 경험 후 ‘2030 · 자사몰’ 잡아


2022년 말 기존 공식몰을 ‘엔플러스’라는 아웃도어 전문몰로 전환한 네파(대표 이선효)와 꾸준한 자사몰 리뉴얼과 아웃도어 커뮤니티 BAC 활성화로 온라인 동력을 얻은 비와이엔블랙야크(대표 강태선)는 와디즈를 활용했다. 젊은 소비자 타깃의 상품을 무작정 생산하기엔 재고 리스크가 컸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도 알아볼 겸 선주문 시스템을 활용한 것이다. 


젊은 여성들과 패션 트렌드에 가장 가까이 있는 여성복 시장도 의외로 온라인에 약하다. 가격 장벽이 낮은 온라인에서 유통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낮아진다는 부담이 있어 더욱 보수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진 여성복 브랜드들 역시 최근 플랫폼과 백화점 온라인몰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가격대별, 재고 연차별, 시즌별로 쿠팡·네이버쇼핑·백화점 몰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전용 라인’을 만들어 놓은 경우 이를 적극 활용해 경쟁사의 종합몰에도 입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인플루언서 협업으로 숏폼 영상을 제작해 적극적으로 ‘착장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기본이다. 브랜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 정책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추세다. 


가격대 · 재고연차 · 기획시즌, 플랫폼 활용 기준?


확실히 자사몰이 있으면 고객 데이터 수집도 용이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아챌 수 있어 브랜드 운영 전반에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맞다. 생산량을 정할 때나 마케팅 전략을 짤 때 적중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솔루션을 사용해 기존 고객들에게 재구매를 유도하거나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도 오프라인보다 수월하다. ‘외부 플랫폼에서 수백억을 팔아도 고객은 플랫폼 소유’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태생부터 미디어 커머스로 시작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대표 강민준 · 이수연)의 ‘젝시믹스’나 에이피알(대표 김병훈)의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의 어마어마한 성장속도나 글로벌 확장력을 보면 자사몰을 활용한 D2C의 강점이 명확히 보인다. 그렇지만 레거시 기업 위주의 패션 시장에서는 단번에 이들 같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번 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들의 정산 구조가 드러나면서 온라인 시장에서 한차례 제도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앞서 플랫폼을 활용해 자립한 브랜드나 협력 관례를 긍정적으로 이어가는 브랜드의 사례를 살펴보며 자사 브랜드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지하거나 섣불리 자사몰 우선 전략을 펼치기 보다는 아주 똑똑하고 영악하게 온라인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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