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원가 논란이 한국 명품 마켓에 미친 파장은?

강지수 기자 (kangji@fashionbiz.co.kr)|24.10.11 ∙ 조회수 12,784
Copy Link

디올 원가 논란이 한국 명품 마켓에 미친 파장은?  27-Image


국내 카피 제품 판매자들 사이에서 “근래 카피 제품 판매가 더 잘 된다”는 말이 들려온다. "디올 방송 이후 명품 카피 상품 매출이 더 늘었다. 디올 브랜드만이 아니라 샤넬, 구찌 등 전 브랜드의 두루 매출이 올랐다"는 얘기를 한다.


(디올 방송 : 최근 한 외국 방송에서 명품 브랜드 '디올'의 생산 공장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해외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악한 공장 환경에 못 버텨 담을 넘어 도망가는 모습, "가방 완제품을 브랜드에 8만원에 넘긴다"는 공장장의 인터뷰가 그대로 전파를 타 파장을 일으켰다)


판매자는 "한국 손님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명품 브랜드를 제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다'고 한다. '디올 원가 8만원이라며. 이런 카피 제품이랑 뭐가 달라'라는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A급 카피 제품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전문가나 명품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A급 상품인데, 가격은 1/10 혹은 1/20 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상당수의 소비자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비싼 건 비싼 이유가 있겠지. 카피 제품과는 알게 모르게 많이 다르겠지’라고 생각하며 정품을 고집했다. 






그런데 디올 방송을 본 후 그 막연한 기대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실망감은 디올 브랜드만을 향한 것이 아닌 명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확산됐다. 디올의 생산 하청 공장을 보니 평균 이하의 컨디션에서 생산을 하는 모습과 전문성 없는 생산자들. 거기에 판매가에 1/20~1/30에 해당하는 납품가까지. 


명품 브랜드가 생산 외에 글로벌한 마케팅, 세계 정상 인력을 고용하는 것, R&D 등 브랜드에 투자하는 금액이 어마어마함에도 그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대다수의 소비자에게는 '상품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는 인식을 남겨버렸다.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인정하지만 제품 가격은 속임(?) 처럼 느껴지게 됐달까. 


실제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더로우' 등의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유통 중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수입 부분의 매출도 이번 3분기 전년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명품 중고 거래 시장 규모도 급증했다. 보통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때 해당 상품의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는 현상을 보인다. 올해 1∼8월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의 누적 금액은 2022년 대비 124% 증가했다. 해당 기간 중고 명품 플랫폼 시크는 594%, 구구스는 83%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출처 :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명품을 어느 나라 보다 사랑해 온 한국인 만큼 이 논란의 여파는 다른 나라들과 달랐다. 대다수의 한국 여성들은 디올 원가 논란에 대해 자세히 혹은 건너 들어서라도 알게 됐다. 전국적 · 전세대적으로 명품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초유의 방송이었다. 


이러한 인식이 더 확산돼 한국도 유럽의 나라들처럼 ‘명품 = 소수가 즐기는 사치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카피 제품의 매출만 나날이 늘어갈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명품 브랜드에서 이러한 인식을 다시 뒤집는 데 성공하고, 명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지금 한국 명품 마켓은 그 갈림길에 놓였다.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Related News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