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컴퍼니 히스토리 15] 명불허전! 지오다노가 돌아왔다
지오다노(대표 한준석)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리나? 올해로 론칭 30주년을 맞이한 지오다노가 지난 8월 서울의 중심이자 쇼핑의 메카인 중구 명동에 대형 매장을 오픈했다. 밀리오레 명동 지하 1층에 위치한 지오다노 매장은 베이직 캐주얼 대표주자로서 30년간 이어온 명성을 과시하듯 연일 내외국인으로 북적거렸다.
매장 안은 지난해부터 지오다노의 메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한소희와 차은우의 2024 F/W 대표 이미지 컷으로 도배가 됐다. 전지현, 정우성, 장동건, 비, 고소영 등 항상 그 시대의 젊음을 대표했던 최정상급 모델들이 거쳐 간 브랜드답게 이번에는 한소희와 차은우가 스타마케팅의 계보를 이었다.
고물가 · 고금리 영향으로 합리적인 소비가 대세를 이루면서 가성비 전략을 고수해 온 지오다노가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30년 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3팩티(3PACK TEE)’가 누적 판매량 3000만장을 돌파했다. 지난 7월 패션플랫폼 무신사에서 진행한 SPA대전에서는 일주일 동안 1억원을 판매했고, 그중 클래식한 핏의 코튼 피케 폴로 반팔 티셔츠는 4000장 넘게 판매됐다.
지오다노는 가성비, 서비스, 스피드, 단순화 등 4가지 비즈니스 철학을 바탕으로 1994년 한국에 첫선을 보였다. 출발은 일신창투와 홍콩 지오다노(창업자 지미 라이에 의해 1981년 설립)가 지분 50:50의 합작사로 시작했다. 현재는 두 회사의 지분율이 48.54%로 소폭 줄어든 가운데 나머지 2.92% 지분은 한준석 대표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브랜드 론칭 이후 단 한 번의 흔들림 없이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해 왔기에 한 대표를 오너 경영인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많다.
독자적인 경영뿐만 아니라 지오다노는 상품기획, 소싱, 유통,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한국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세련되고 합리적인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지오다노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불같이 일어났다. 1999년 876억원이었던 매출이 2002년 1593억원으로 불과 3년 만에 2배 가까운 성장을 일궈냈다.
2000년대 초반, 단일 브랜드 기준 매출 규모 1000억원이 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지오다노는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젊음을 상징하는 브랜드로서 상품력도 압권이었지만, 당시 지오다노의 압도적인 재고자산 회전율을 탐구하기 위해 패션 대기업과 중견기업 할 것 없이 영업 담당자들이 수시로 지오다노 매장을 찾았다. 그야말로 경영 연구대상 0순위 기업이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지오다노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특히 2005년 전후로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가 속속 상륙하고, 경쟁 내셔널 브랜드들의 추격이 맞물리며 지오다노의 마켓셰어를 잠식해 들어갔다. 금융위기와 맞물려 2007년과 2008년에는 2년 연속 1100억대로 매출이 내려앉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상품력 개선에 나선 지오다노는 2009년부터 다시 성장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다. 2011년에는 마의 2000억원대 고지를 돌파했다. 1000억대 돌파 11년 만에 2000억대 고지를 찍은 셈이다. 2013년에는 매출 2390억원으로 브랜드 론칭 이래 최고 실적을 올렸다.
이 때를 정점으로 지오다노는 또 다시 하향세를 탄다. 지오다노는 패션기업들의 기본 성장 전략인 신규 브랜드 론칭이나 라인 익스텐션 전략을 취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지오다노에 올인하다 보니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나 소비 환경에 시의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매출은 1697억원을 기록하며 거의 2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환경이 바뀌고, X세대 이후 새로운 소비 주축세력으로 부상한 MZ세대에 대한 미흡한 대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 10년 동안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낸 지오다노에 올해 들어 다시금 기회가 찾아왔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고금리 · 고물가로 소비 환경이 크게 위축되면서 론칭 이래 한 번도 흔들림없이 가성비 전략을 고수해 온 지오다노의 진정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상품력 또한 브랜드 타깃층인 MZ세대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재정비했다. 한준석 대표는 지난 6년 동안 봉사했던 한국패션산업협회 회장직도 올 초 사임하고 지오다노의 재건에 올인하고 있다. 상품력과 마켓지배력 모두에서 명불허전임을 입증하겠다는 각오다. 다시금 지오다노의 시간이 돌아왔다.
한준석 l 지오다노 대표
1957년생
1976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1980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0년 대우 의류수출부문 입사
1987년 대우 뉴욕법인 근무
1994년 ~ 현재 지오다노 대표
2017년 코리아패션대상 대통령 표창
2018 ~ 2023년 한국패션산업협회 제13대, 14대 회장 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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