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주역들, 캐주얼시장 ‘싹쓸이’

05.01.02 ∙ 조회수 5,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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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일에 이어 11월 29일…패션가에는 곳곳에서 두 차례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각각 보성의 적자와 마지막 혈통임을 자부해왔던 「닉스」 와 「콕스」가 연달아 부도처리 된 것. 그러나 ‘시간은 흘러도 역사는 남는다’는 말이 있듯 과거 화려한 제국(帝國)의 명성을 뒤로한 보성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당시의 주역들은 지금 패션가 캐주얼 마켓을 재패하고 있다.

당장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성 출신의 본부장들과 그들이 이끌고 있는 브랜드들의 면면만 살펴보더라도 캐주얼 드림팀 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을 정도. 국내 패션시장의 기획자로 명성을 양분하고 있는 「카파」의 홍선표 상무와 「애스크」 「도크(DOHC)」의 김성민 사장이 주축.

「숲」을 이끌고 있는 이기원 이사와 최근 각각 「마리끌레르스포트」와 「레이버스」로 복귀한 김형찬 사장 배진환 상무 그리고 「CK진」의 고재환 이사를 비롯해 신흥 캐주얼 왕국 예신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유원근 이사 「쉐비뇽」의 이금택 이사 「클럽모나코」 김호덕 이사 「마인드브릿지」의 황태영 총괄팀장과 한성호 차장 등에 이르기까지 보성의 인맥은 캐주얼 마켓 곳곳에서 뿌리깊게 그 생명력을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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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승, 보성 = 캐주얼 사관학교?!

공교롭게도 이들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오늘의 이들을 있게 한 산파 역할을 한 닉스의 부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때 이랜드와 함께 대한민국의 패션 스페셜리스트들은 전부 집결해있다는 보성을 거쳐 지금은 캐주얼 마켓 곳곳에 포진해있는 마케터들은 이번 소식을 계기로 서로서로 안부를 전하고 믿을 수 없다며 어이없어 하기도.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카리스마의 소유자 김호준 前보성 회장의 두 브랜드에 대한 집념(!)과 애착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지난 90년대 당시 보성에서 집무를 보던 시절 김호준 회장이 유독 사람에 ‘욕심’이 많았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 보성의 전성기 시절엔 김 회장이 패션가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인맥을 통해 재목을 물색하면 김호연(現 닉스 대표) 사장이 직접 나서 면접을 봤다는 것. 때문에 당시 실력 있는 기획자와 세일즈맨 치고 보성의 면접을 한번 보지 않은 이 없다는 후일담은 지금도 패션가에선 정설로 통한다.‘연봉 요구조건 불문’‘연공서열 파괴’라는 대원칙에 따라 당시에 패션마켓을 좌지우지하는 실력자들은 대부분 자연스레 보성에 집결했고 여기에 추진력과 배짱으로 대변되는 독특한 기업문화까지 익힌 이들이 지금의 패션마켓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 결국 한때 국내 패션시장에 캐주얼 왕국을 건설했던 보성이 지금의 전국시대에 수많은 영주(?)들을 배출해낸 셈이다.

이렇듯 국내 패션을 좌지우지 한 보성 출신 디렉터들의 특징을 한가지로 요약하자면 멀티 플레이어적인 기질이 탁월하다는 것. 다시 말해 요즘 한창 각광 받고 있는 토털 브랜딩(Total Branding)에 능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현재 「카파」의 총괄 디렉팅을 맡고 있는 홍선표 상무. 태승트레이딩의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닉스」 「스톰」 「클럽모나코」 「닥터마틴」 「앤」등 태승 계열 브랜드의 디렉팅에 깊숙이 관여했던 홍 상무는 태승이 보성에 인수 합병된 지난 98년 이후 본격적으로 브랜딩 커리어를 쌓게 됐다. 보성이 패션 비즈니스에 도입한, 당시로는 혁신적인 프로젝트였던 ‘벤쳐 시스템’에 따라 「티(Tea)」의 디렉터겸 CEO로 기획뿐이 아닌 브랜드 전체의 운영을 책임지게 된 것.


홍선표 김성민씨, 보성 이후 각광

홍 상무와 함께 국내 기획자중 최고 실력자로 손꼽히는 김성민 리얼컴퍼니 사장 역시 알려진 대로 보성의 기획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야헐리우드」 「보이런던」 「쿨독」등의 브랜드 디렉팅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사람 모두 보성 이전까지 순수한 디자이너 혹은 아트 디렉터로 명성을 얻어왔다면 보성 합류 이후에는 브랜드 운영의 전반을 포괄하는 총괄 경영자에 가까워졌다는 것. 그만큼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와 아이템이라면 해당 인물에게 전권을 일임하는 보성식 경영논리가 두 명의 스타 디렉터를 키워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과거 보성 당시 이러한 무모한(?) 벤처시스템 때문에 사업성과 패션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사라진 브랜드가 부지기수였지만 영업부와 디자인실이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던 시점에서 둘 사이의 균형감각을 갖춘 ‘헤비급’ 기획자들을 다수 배출해낸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 국내 캐주얼 마켓을 양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획자 두 명이 보성에서 주요 이력을 형성한 것과 동시에 이곳을 거친 세일즈맨 역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IMF를 거치며 성장한 보성이 이후 나라종금 폐쇄와 브랜드의 연쇄적인 좌초를 겪으면서 쇠락하는 동안 일부 주축 멤버들의 이탈이 이어졌던 것 또한 사실이나 동시에 이를 계기로 실력 있는 마케터들이 가능성 있는 브랜드와 조인하면서 새롭게 각광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보성 출신의 세일즈맨으로는 당시 「니켄리쯔」의 사업부장으로 재직한 이후 현재는 에프엔에프 「엘르스포츠」를 이끌고 있는 김행용 부장 그리고 당시 차장으로 김행용 부장을 보필했으며 「닉스」 사업부장을 거쳐 현재는 「CK진」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고재환 이사 등이 손꼽힌다. 이들보다 선참격인 「숲」의 성공 주역 이기원 이사 역시 보성 당시 「롤롤」등의 사업부장을 지내면서 선 굵은 영업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마케터. 이 밖에 「야」의 사업부장을 거친 이후 최근 「레이버스」를 통해 복귀한 배진환 상무도 대표적인 보성 출신 마케터들이다.


이기원 고재환 이사, 일약 스타로

이중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숲」과 「비지트인뉴욕」의 총괄이사인 이기원씨와 외국계임에도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안착 시키고 그 영업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 「CK진」의 고재환 이사가 보성의 여성복 사업부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롤롤」 「앤」 「니켄리쯔」 「갤러리퍼퓸」 「레지데67」 「인베이스」등 당시의 보성 계열 혹은 번체 시스템으로 관여한 브랜드들은 유독 ‘간지’가 있기로 이름 났던 브랜드들. 반면 일부 영캐주얼을 제외하고는 흥행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는데 이들 브랜드에서 근무했던 두 디렉터가 지금은 캐주얼 마켓에서 역전 홈런을 쳐낸 것.

「숲」의 이기원 이사는 예전 직접 이끌었던 「롤롤」의 펀(Fun)한 요소와 볼륨마켓에 대한 가능성을 「CK진」 고재환 이사는 「니켄리츠」의 하이클래스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드력을 각각 현재의 브랜드 전개에 반영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편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히트 메이커임에도 두 디렉터의 여러 가지 특성이 이끌어왔던 브랜드만큼이나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도 주목할 점. 나이차는 물론 고재환 이사의 경우 「니켄리쯔」에서 1년 남짓 그리고 「닉스」의 사업부장으로 수개월간을 재직해 상대적으로 보성에서의 경력이 짧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같이 근무했던 이들은 유독 스마트하고 추진력이 강한 던 그의 캐릭터를 기억한다고. 반면 이기원 이사는 알려진 것처럼 ‘인화’란 덕목으로 팀워크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덕장(德將)형 참모다.

이 밖에도 보성 시절 선참급 세일즈맨으로 재직했으며 최근 전문경영인으로 일선에 복귀한 「마리끌레르스포트」의 김형찬 사장 역시 개인사업 등 오랜 야인생활을 끝내고 최근 복귀했으며 「보이런던」 사업부장 출신의 김호덕 이사는 여전히 보성의 또 다른 혈통을 잇고 있는 「클럽모나코」를 이끌고 있다. 특히 「레이버스」배진환 상무와 「마리끌레르스포트」의 김형찬 사장은 「카파」 홍선표 상무 「숲」 이기원 이사와 함께 보성의 선참급 디렉터로 최근 패션전선에 다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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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택 이석기 이사는 신규 맡아

합병이전의 태승트레이딩 출신과 순수(?) 보성맨으로 양분해 세대별로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디렉터에 비해 보성 출신의 디자이너들의 경우 워낙 그 수와 범위가 방대해 보성 계열 19개 브랜드를 거친 인물들을 정리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 오히려 현역에서 활동중인 실장이나 선참급 디자이너 중 ‘보성을 거치지 않은 인물들을 정리하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시 「파라오」를 거쳐 보성으로 전격 합류 현재는 「시슬리」를 이끌고 있는 김영애 상무와 벤쳐 비즈니스로 보성의 여성복 사업부문에 깊숙이 관여했으나 지금은 휴식중인 정귀섭 고문 등이 대표적인 보성 출신의 디자이너들이다.

한편 현재 40대 초반으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디렉터들의 최근 두드러진 활약상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보성의 전성기 당시 팀장급 혹은 부서장으로 재직했으며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 역시 전형적인 ‘보성맨’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저돌적인 추진력과 딱히 주특기를 꼽기 어려운 전방위 디렉팅으로 패션가를 휘젓고 있는 것.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지난해 하반기 리웨이로 전개사를 옮긴 프랑스 라이선스 진캐주얼 「쉐비뇽」의 이금택 이사. 쌍방울 시절 「기비」로 패션가에 첫발을 내딛은 뒤 이신우 계열의 「영우」 「쏘시에」를 거쳐 영업과 머천다이징 등 브랜드 전반에 대한 수업을 마쳤으며 이후 「막스마라」에서 수입 관련 비즈니스 매너를 체득한 이금택 이사. 그는 보성에 합류해서는 30대 중반의 약관에 주력 브랜드인 「닉스」의 전권을 휘어잡았던 인물이다. 심하게는 1년에 10여 차례 이상 사업부를 이동한 인물들도 다수 있다는 보성에서 ‘특이’하게 퇴사 당시의 수개월간 「스톰」에서 재직한 것을 제외하곤 줄곧 「닉스」를 이끌어왔다.


「쏘베이직」 유원근, 황태영 배출

이후 유로물산의 「MFG」등 총괄이사를 거쳐 연승어패럴 임원으로 잠시 재직했던 이금택 이사는 현재 자신의 장기인 데님 마켓에서 중가캐주얼로 새롭게 포진한 「쉐비뇽」을 이끌고 있다. 이 밖에 올 시즌 신규 런칭한 「꽁뜨드라파」의 이석기 본부장도 보성의 「닉스」와 「스톰」의 기획을 맡아 커리어를 쌓았으며 신규 브랜드로 가두상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열손가락 중에도 특별히 아픈 손가락은 있다(?)’. 직접 전개에 나섰던 브랜드와 함께 벤처 시스템으로 키워냈던 브랜드까지 19개를 넘나드는 숫자를 자랑했던 보성 계열의 브랜드들은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와 함께 확고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브랜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성을 거쳐 현재에 이른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말에 쉽게 동의할 터. 태승트레이딩 합병 당시 「닉스」를 품에 안기 위해 인수 ‘작업’을 진행했다는 풍문이 떠돌 정도로 김호준 회장의 「닉스」사랑은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뿌리가 있는 유일한 한국의 브랜드라는 논리. 「닉스」와 함께 그 자체로 보성의 브랜드 비즈니스를 상징했던 혈통이 바로 「쏘베이직」이다.

한국형 SPA를 표방한 독특한 컨셉과 퀄리티 그리고 가격 메리트로 언제나 기대주 1순위로 꼽혔던 이 브랜드는 이랜드 인수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까지도 대기업의 ‘입질’이 끊이질 않았던 브랜드. 그만큼 보성의 히든 카드들이 유독 이 브랜드에 집결했다. 현재 계열 전브랜드의 경영기획을 총괄하는 예신의 브레인 유원근 이사는 현대백화점 바이어로 재직한 이후 보성에 합류할 당시 「쏘베이직」의 사업부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대성그룹 계열의 글로리아트레이딩 「아워큐」로 아동복 조닝에 서 활동하고 있는 유세준 본부장도 「쏘베이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 밖에 또 다른 히트 메이커로 급부상중인 「마인드브릿지」의 황태영 총괄팀장도 이미 「쏘베이직」의 기획을 맡고 있던 시절부터 패션가에 실력 있는 기획통으로 정평이나 일찌감치 현재의 급상승을 예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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