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민 폰드그룹 대표 "공격적인 M&A로 올해 5000억 거뜬"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4.10.02 ∙ 조회수 8,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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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민 폰드그룹 대표


매출 외형 5000억대 패션기업의 탄생? 지난해 연말 코웰패션이 패션사업을 인적분할해 신설한 폰드그룹을 놓고 하는 말이다. 올해 4000억 돌파가 예상되는 이 회사는 최근 스파이더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내년엔 5000억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폰드그룹 대표로서 성장을 이끈 주역인 임종민 대표를 만나 폰드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했다.

 

코웰패션의 패션사업이 인적분할 작업을 거쳐 올 초 폰드그룹으로 ‘새출발’하면서 또 한번 드라마틱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코웰패션이 갖고 있던 ‘홈쇼핑’ ‘언더웨어’ 틀에서 벗어나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과감하게 브랜드 사업에 베팅 중이다. 이로 인해 폰드그룹의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올 하반기 ‘슈퍼드라이’ ‘헬베스코’ ‘카파’ ‘베네통스포츠’ 등 4개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고, 최근 ‘스파이더’를 전개하는 브랜드유니버스, K-뷰티 유통회사 모스트를 인수하며 비즈니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같은 브랜드 확장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준비한 것을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중입니다.”


임종민 폰드그룹 대표의 말이다. 임 대표는 이 회사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도전적인 사업가 스타일의 이순섭 회장이 기업의 미래를 이끈다면, 임 대표는 폰드그룹의 현재를 맡아 관리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이다. 임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에 이름을 올린 김유진 대표(부사장)는 사업운영 본부장으로서 영업과 생산을 총괄한다.

 

경영 전반 책임, 시스템 다지는 역할 충실


“이순섭 회장, 저, 김유진 대표 모두 우리 조직 내에서 R&R이 분명한 편”이라고 말한 임 대표는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에 자기 위치에서 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리더들은 물론 300명이 넘는 직원 모두가 각각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이에 대한 능력을 인정해 주는 기업문화가 폰드그룹의 성장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제일모직(현 삼성물산패션부문) 출신의 임 대표는 세정과 쌍방울을 거쳐 2009년 씨에프글로벌에 합류하면서 코웰패션과 연을 맺었다. 씨에프글로벌 대표로도 활동했던 임 대표는 코웰패션의 최대주주인 대명화학이 ‘패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 초창기 임원진으로서 활약한 바 있다.


1987년 제일모직에서 시작해 현재 폰드그룹 대표에 이르기까지 37년간 패션계에 몸담은 임 대표는 기획, 영업, 관리 등 전 영역을 넘나드는 멀티형 CEO다. 그가 코웰패션에 입사했을 당시에 연매출 250억 규모였던 회사가 15년 만에 4000억대로 15배(1500%)나 성장했다.

 

임종민 폰드그룹 대표


37년 패션계 몸담아, 폰드그룹 성장 '자신'


임 대표는 “코웰패션의 패션사업부만 놓고 보면 매년 영업이익률은 17% 정도였다”라면서 “코웰패션은 패션뿐 아니라 전자와 물류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부들이 혼재해 있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별도의 법인으로 인적분할했으며, 가치를 평가받을 기회가 왔다고 보고 있다.


코웰패션 안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패션부문이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패션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제 회사가 따로 분리된 만큼 패션부문 수익을 패션사업에 온전히 재투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폰드그룹은 30~40개의 패션 브랜드를 가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푸마’ ‘아디다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홈쇼핑 채널에 의류와 언더웨어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에스까다화이트라벨’ ‘에스프리’에 이어 ‘코닥언더웨어’ ‘키르시언더웨어’ 등도 론칭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 론칭할 브랜드들은 아직 거론하지 못하지만 몇몇이 대기 중이다. 폰드그룹은 그동안 홈쇼핑 채널을 통해 성장하면서 많은 브랜드를 테스트하며 시행착오 끝에 힘을 길렀다. 홈쇼핑과 언더웨어 분야에서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이제는 글로벌로, 패션 토털 기업으로서 제2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다.

 

비즈니스 체질 전환, 홈쇼핑↓ 온 · 오프 비중↑ 


현재 폰드그룹의 홈쇼핑 매출 비중은 70%, 이커머스 20~30%, 오프라인 10% 선이다. 또 어패럴 매출이 60%, 언더웨어 40% 비중으로 운영된다. 회사가 볼륨화되면서 홈쇼핑과 언더웨어 비중이 줄고 오프라인(백화점)과 어패럴이 늘어나는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다.


“비즈니스 체질을 바꿔나가는 중으로 올 하반기와 내년이 새로운 도약을 향한 중요한 시점,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오프라인 유통으로 브랜딩하는 ‘BBC어스’ ‘슈퍼드라이’ ‘헬베스코’ 등 3개 브랜드의 성장이 기업의 새로운 동력이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지속가능 패션을 추구하는 아웃도어 BBC어스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10개점을 확보했으며, 추가로 매장을 늘려 내년 상반기까지 25개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 7월 론칭한 캐주얼 슈퍼드라이와 8월 론칭한 골프웨어 헬베스코는 각기 다른 유통 전략을 짜고 있다.

 

임종민 폰드그룹 대표


뉴엔진 3인방! BBC어스 · 슈퍼드라이 · 헬베스코


슈퍼드라이는 8~9월 신세계백화점(강남, 대전, 타임스퀘어), 롯데백화점(창원), 롯데아울렛(의왕), 현대백화점(중동) 등 주요 백화점 및 쇼핑몰, 가두점 포함 13개점을 오픈했다. 신규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슈퍼드라이는 지난해 3월 영국 슈퍼드라이 본사로부터 아시아·태평양 IP를 5000만달러(약 655억원)에 인수한 상태로 내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10개국에서 전개하는 슈퍼드라이는 이들 국가로부터 수주를 받는 것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헬베스코는 스위스 프리미엄 골프웨어로서 폰드그룹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운영 중이다.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사업보다는 M&A와 라이선스를 통해 빠르게 확장하는 전략이 폰드그룹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다른 회사가 라이선스를 따기 어려운 글로벌 브랜드도 폰드그룹과 계약을 맺고 상호 윈윈하는 케이스가 많다.

 

“이 브랜드 라이선스 가능해?” “우린 된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라이선스 사업이기 때문에 한 해 동안 들어가는 로열티가 우리 회사 비용 중 가장 큽니다. 브랜드 라이선스 자체가 마케팅 비용이라 생각하고 로열티 지급을 철저하게 하고 있어 여러 브랜드와 끈끈한 신뢰가 쌓였죠. 우선적으로 상품을 잘 만들고, 로열티를 충분히 지급하기 때문에 폰드그룹과 라이선스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 하는 브랜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브랜드유니버스(스파이더)와 모스트는 폰드그룹이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두 브랜드 모두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해 각자 주력 분야에 더 전문성을 갖고 키워갈 계획이다. 폰드그룹은 브랜드유니버스의 지분 50.1%를 2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올 4분기부터 브랜드 유니버스 매출액은 폰드그룹의 연결재무제표 실적에 반영된다.


브랜드유니버스의 지난해 매출은 684억원(유통망 110개점)이었으며, 올해도 비슷한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브랜드 재정비와 유통망 확장에 들어가고, 해외 진출까지 이뤄지면 2026년 연매출 1000억원대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파이더는 1987년 론칭한 미국 스키웨어 브랜드로, 브랜드유니버스의 전신인 스파이더코리아가 2015년 한국 판권을 확보해 국내에서는 스포츠 토털 브랜드로 포지셔닝해 운영 중이다.

 

스파이더 최대주주, 2026년 1000억 예상


모스트 역시 폰드그룹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뷰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모스트는 글로벌 뷰티시장에서 상위 5위권에 드는 브랜드를 포함해 30여 개의 브랜드를 국내, 미국, 캐나다, 맥시코의 코스트코에 유통하는 업체다. 올해 들어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7월 누계실적이 지난해 연간 매출인 125억원을 넘어선 160억원을 달성했다.


또 코스트코USA와 729만달러(약 97억5912만원) 규모의 대형 상품공급 계약을 체결해 4분기 중 선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스트는 올해 매출 350억원, 내년에는 500억원을 예상한다. 모스트의 매출은 지난 9월부터 폰드그룹 연결 계열회사로서 반영되고 있다.


임 대표는 “시장의 흐름은 경기 상황이나 트렌드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불황에도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한 대비를 해야 한다”라면서 “중저가대 브랜드에 몰려 있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고가대까지 넓히고, 타깃층도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복종도 속옷에서 아웃도어, 캐주얼, 골프웨어, 스포츠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폰드그룹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또 다른 M&A나 사업 확장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폰드그룹이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기업 평가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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