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 패션 소재, ‘텍스닉’의 변신 어디까지?

박진한 기자 (pxrkjxnhxn@fashionbiz.co.kr)|24.09.13 ∙ 조회수 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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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잇루트(대표 신민정)에서 전개하는 고기능성 리사이클 소재 브랜드 ‘텍스닉(TEXNIC)’이 디자이너는 물론 많은 패션 브랜드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텍스닉 소재는 뛰어난 기능, 합리적인 가격, 친환경성 등 여러 장점을 두루 갖춰 현대자동차, 빈폴골프, 제로그램, 카르넷아카이브 등 국내외 여러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텍스닉은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로부터 폐이차전지 분리막을 수거해 만든 기능성 리사이클 원단이다. 전기차 시장이 점차 성장함에 따라 배터리 분리막 폐기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22년 국내 분리막 폐기물 발생량은 1만톤으로 조사됐으며, 2030년에는 전 세계 분리막 폐기물 예상 발생량이 6만4000톤 정도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잇루트는 버려지는 배터리 분리막의 고유한 물성을 패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집중해 3년 전부터 재활용 친환경 소재 개발로 사업모델을 피버팅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모든 분야에서 ESG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으며, 특히 패션업계는 이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에서 탄소중립 등 환경정책을 준수하는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라잇루트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텍스닉을 통해 기능성 및 리사이클 소재 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소재 사업 피버팅


배터리 분리막은 1m당 5g/m²으로 매우 얇은 필름 형태인데, 이는 기능성 소재와 비슷한 미세다공형 구조로 이뤄져 있다. 미세다공 구조는 수증기보다 크고 물방울보다 작아 기능성 섬유에 필요한 투습과 방수 기능이 뛰어나다. 땀이 잘 나오고 보온 기능도 뛰어나 기능성 의류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라잇루트는 배터리 분리막과 섬유를 결합하기 위해 ‘표면가공처리기술’과 ‘저온접촉기술’을 활용했다. 가공을 통해 분리막의 표면을 거칠게 만들고 섬유와 완벽하게 결합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를 찾아냈다. 두 가지 기술을 하나의 기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천안 공장에 구축해 소재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텍스닉은 뛰어난 방수기능 · 투습기능 · 내구성 · 경량성을 자랑한다. 기존에는 핵심 기능에 따라 4가지 제품군(Shell, Pack, Grit, Nuvo)으로 나눠 전개했지만 최근에는 시장 상황에 맞게 두 가지로 라인을 재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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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닉 천안공장


퍼포먼스•누보 라인, 투트랙 전개


스포츠 · 아웃도어 · 골프처럼 고강도 기능성을 필요로 하는 카테고리는 ‘퍼포먼스 라인’으로, 독특한 콘셉트의 아이템을 전개하는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를 위해서는 ‘누보 라인’으로 전개한다. 특히 누보 라인은 소재 자체의 독창적인 외관과 텍스처로 색다른 감성을 제공해 많은 아티스트가 관심을 보이며 여러 컬래버도 진행했다.


빈티지 의류나 가방을 해체해 다양한 오브제를 만드는 ‘T.B.O.S’의 윤경덕 디자이너와 손잡고 텍스닉 질감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한 작품을 제작했다. 디올 · 아더에러 등과 협업했던 연진영 작가, 형태학을 기반으로 생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선점원 작가와 함께 설치작품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혜림 라잇루트 이사는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를 통해서 B2B뿐만 아니라 B2C 시장도 공략하려고 한다. 리사이클 소재를 소비자에게 적절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티브한 아티스트와 협업이 필수적이다. 컬래버를 통해 소재의 창의적인 사용 방식 및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소재 자체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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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품부터 어패럴까지, 컬래버 봇물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패션 브랜드들과도 다양하게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빈폴골프’와는 작년과 올해 S/S 시즌 두 차례 함께 작업했다. 첫 시즌에는 3~4가지 골프 캐디백을, 이후에는 보스턴백과 모자 등 더 많은 SKU로 컬렉션을 구성했다. 특히 라운드백은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아 3차 리오더까지 진행했다. 


친환경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제로그램’과는 3L 하드셸 재킷과 버킷햇을,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오지엔’과는 워터프루프 재킷을 선보였다. 영국 LCF 출신의 김하린과 공영대가 설립한 서울 기반 디자이너 브랜드 ‘카르넷아카이브’에서는 트러커 재킷을 선보이며 2025 S/S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도 국내 감도 높은 아웃도어 브랜드와 원단 계약을 통해 내년에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일 예정이며 해외 디자이너와는 캡슐 컬렉션을 준비 중이다. 


텍스닉은 고어텍스 소재와 비교해 가격이 3분의 1 정도로 합리적이다. 맴브레인부터 페이스까지 모든 부분이 재활용 가능한 소재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가치를 중요시하는 브랜드에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라잇루트는 국내뿐 아니라 리사이클 소재 시장이 활성화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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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영 작가 협업 설치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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