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쿠팡·네이버 플랫폼 ‘쏠림’ 현상... 전문몰 대안은?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4.09.09 ∙ 조회수 5,068
Copy Link

티메프 사태로 인해 국내 이커머스 마켓에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셀러들이 대형 플랫폼 입점을 선호하고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패션 전문 플랫폼도 예외는 아니라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이커머스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패션 전문 플랫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월요기획] 쿠팡·네이버 플랫폼 ‘쏠림’ 현상... 전문몰 대안은? 264-Image


큐텐그룹(회장 구영배)의 ‘티메프(티몬 · 위메프) 사태’가 이커머스 마켓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 같은 메머드급만 살아남는 ‘양극화’가 심화될 조짐이다.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또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입점업체나 셀러들이 대형몰에 더 쏠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리한 사업 확장에서 비롯됐는데 다른 몇몇 플랫폼 업체들도 상장을 목표로, 또는 투자금 유치를 위해 무리하는 사례가 더러 보인다”라면서 “거래금액은 몇천억에서 조 단위를 넘어서는 데 반해 허술한 관리와 사업의 구조적인 모순이 드러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티메프 사태가 커진 데에는 정산 기일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티몬과 위메프는 소비자로부터 대금을 받아 판매사에 수수료를 제외하고 전달하는 기일이 70일 남짓이었다고 한다. 여타 오픈마켓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유독 길다. 그동안 대금을 안전하게 운용하고 보관했다면 결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자본잠식에 빠질 때까지도 개선되지 않았다. 


거래액 경쟁 그만, ‘제2의 티메프’ 우려


패션 플랫폼들의 정산 문제는 어떠할까. 본지 <패션비즈>에서 11개 주요 패션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지그재그와 포스티를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스타일(대표 서정훈)과 중고 명품 플랫폼 트렌비(대표 박경훈)의 정산이 가장 빨랐다. 패션 플랫폼의 경우 평균 25일 정도의 정산 주기를 가진 것에 비해 구매 확정 후 5일 이내 정산되고 있다. 


반면 가장 긴 곳은 W컨셉이었다. 신세계그룹으로 편입된 더블유컨셉코리아(대표 이주철)의 ‘W컨셉’은 패션 플랫폼 중 유일하게 대규모유통업법 사업자로 지정됐다.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 60일, 위수탁 40일 이내에 정산해야 하며 정산일은 매달 28일이다. 이 외 나머지 업체들은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돼 대규모유통업법 규정을 받고 있지 않다. 


무신사(대표 조만호 박준모)의 경우 매달 10일 월 1회 정산하고 있으며 최소 10일에서 최대 40일 정도가 걸린다. 정산까지 평균 25일이 걸리며 안전한 거래를 위해 결제대금보호서비스(에스크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도 체결해 거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월요기획] 쿠팡·네이버 플랫폼 ‘쏠림’ 현상... 전문몰 대안은? 1941-Image


카카오스타일․트렌비 정산 주기 가장 빨라


무신사와 29CM에서 활발하게 진행하는 일주일 단위 선(先)정산은 당장 추가 생산 비용이 급박하게 필요한 업체들에게 니즈에 딱 들어맞는 시스템이 됐다. 일주일 선정산을 요청하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기존보다 3~3.5% 올리고, 주요 계좌에 참여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선정산이 단기적으로 매력적인 시스템일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스타일의 지그재그와 포스티는 2020년부터 일 정산 시스템인 ‘데일리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무신사와 마찬가지로 에스크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명품 플랫폼 3사 ‘머트발(머스트잇 · 트렌비 · 발란)’의 경우에는 트렌비(대표 박경훈)가 정산이 가장 빠르다. 구매 확정 기준 영업일 5일 이내로 수요일마다 정산하며, 중고위탁판매 기준으로는 최대 7일 안으로 정산한다. 머스트잇(대표 조용민)은 등급별 정산 방식을 사용한다. 발란(대표 최형록)은 1주일과 15일, 30일 중 판매자가 정산일을 고를 수 있어 선택지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월요기획] 쿠팡·네이버 플랫폼 ‘쏠림’ 현상... 전문몰 대안은? 2861-Image

정산주기가 가장 빠른 지그재그


플랫폼 투자사들, 건실한 성장보다 엑싯 목적(?)


업계에서는 “플랫폼에서 입점업체 정산금을 45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전수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거래액 위주로 평가받고 확장하다 보니 이익이 악순환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성장세를 보고 투자를 단행한 대기업들이 엑싯(Exit, 투자 회수)을 목적으로 건실한 성장보다는 과도한 거래액 부풀리기에 치우쳐 있다”라며 “이번 정산 문제도 플랫폼과 업체 간 1:1 문제라기 보다는 디지털 업계 현황을 잘 모르는 정부와 이를 활용한 업체들의 허상이 한몫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커머스 사업 효율화를 위해 플랫폼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무신사는 패션사업인 ‘무신사스탠다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29CM도 라이프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뷰티 카테고리도 확장하고 있다. 지그재그와 에이블리 등은 쉬인 · 테무 등 중국발 가성비 플랫폼에 맞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월요기획] 쿠팡·네이버 플랫폼 ‘쏠림’ 현상... 전문몰 대안은? 3945-Image

뷰티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무신사


쿠팡 네이버, 패션 전문 플랫폼 약점 파고 들어


패션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쿠팡(대표 김범석)은 완사입을 베이스로 브랜드마다 상이하지만 주력 브랜드의 경우 6억~7억원의 상품을 사입한 뒤 로켓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사세를 키우고 있다. 기존 패션 플랫폼의 복잡한 반품 시스템을 파고들어 무료 반품과 간편하게 환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키우며 이용자를 늘리는 중이다.


쿠팡과 사입 계약을 맺은 모 디자이너 브랜드는 “'처음엔 이게 될까?' 하는 반신반의 마음으로 사입을 결정했는데, 최근 물량이 거의 다 소진됐다는 연락을 받고 놀랐다"면서 "기존 패션 플랫폼은 반품 시스템이 복잡한 반면 쿠팡은 반품이나 배송이 빠르고 복잡하지 않아 이용자가 점점 많아지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대표 최수연)도 최근 ‘파사드패턴’ ‘던스트’ 등 주력 디자이너 브랜드를 유치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수수료도 특정 브랜드는 10% 내외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네이버는 그간 반응이 지속적으로 미비했던 패션마켓을 본격적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상생 전략 거론, 거품 빠지고 옥석 가려질 시기 


2021년 W컨셉을 인수한 신세계는 최근 임원진과 대표진을 교체해 내부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2500억이 넘는 투자금액을 베팅했지만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매출이 좀처럼 살아나질 않는다"며 영"업이익도 사실상 신세계 인수 이후로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디자이너 패션 플랫폼의 대표주자인 W컨셉이 흔들리자 위즈위드 등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위즈위드는 희망퇴직자를 받으며 플랫폼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거의 모든 플랫폼이 평균 18~20%가 넘는 채널 쿠폰을 사용하면서 가격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동대문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디자이너 전문’ 패션 플랫폼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야 할 때가 왔다. 


모 플랫폼 패션 MD는 “과거에는 ‘감성’ ‘마케팅’ ‘콘텐츠’로 고객 확대가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가격 경계와 디자이너=동대문 브랜드가 동질화되면서 더 이상 콘텐츠만으로 성장하기 힘들어졌다”라며 “잘되는 곳만 잘되는 쏠림 현상이 플랫폼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티메프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 업계가 건실하게 성장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입점업체(브랜드)와의 상생, 투명한 거래, 내실 있는 경영 등이 뒤따라야 한다. MZ세대 소비자들을 잡고 패션업계의 신성장을 주도해 온 플랫폼 시장에 ‘거품이 빠지고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Related News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