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켓 ➌] 뉴 키워드 ‘러닝 & 블록코어’ 트렌드 이끈 브랜드는?
올해 스포츠 시장의 가장 큰 키워드는 ‘러닝’과 ‘블록코어’로, 운동 선수의 모습을 패셔너블하게 푸는 것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러닝의 경우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나름 가성비 스포츠라는 점도 있지만 션, 박보검, 이시영 등 많은 연예인이 꾸준히 러닝을 즐기며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 혼자 혹은 그룹으로 즐길 수 있는 트렌디한 운동으로 러닝이 각광받고 있다.
또 올해 파리 올림픽과 더불어 해외 프로 축구단의 방한 등 다양한 스포츠 이슈가 이어지며 유니폼 스타일 역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뉴진스나 아이브 등 1020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아이돌이 팀스포츠웨어를 활용한 룩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다양한 유니폼 패션이 화제를 모았다.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캐주얼 브랜드들도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블록코어 룩을 대대적으로 제안하는 추세다.
이 같은 인기는 판매 동향을 살펴보면 더욱 극명해진다. 호카 ‘씨엘로 X1’, 온러닝×포스트아카이브팩션 ‘클라우드몬스터2’, 아식스 ‘파리 시리즈’, 나이키 ‘알파플라이3’, 뉴발란스 ‘퓨어셀 SC 트레이너 V3’ 등 모두 올해 선보여 빠르면 하루, 늦어도 한 달 안에 모두 완판된 인기 러닝화 리스트다. 가격도 20만~40만원대로 저렴하지 않음에도 발매 당일에 사이트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러닝, 트렌디한 운동이자 패션 콘텐츠로 인기
포인트는 극도의 기능성을 갖춘 퍼포먼스 슈즈일 것. ‘하이 퍼포먼스=핫 패션’이라는 명제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브랜드마다 가장 혁신적인 기술력을 담은 러닝화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트레일러닝화의 대명사인 ‘살로몬’이 고프코어룩 트렌드의 중심을 잡았던 것처럼 스포츠 패션 트렌드인 블록코어의 중심은 러닝화가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스포츠 브랜드들의 신발 혁신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가장 큰 수혜자는 아식스코리아(대표 김원무)의 ‘아식스’다. 고프코어 트렌드에서부터 이어진 아식스 러닝화 인기로 인해 아식스 일본 본사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4.32%나 증가한 1741억엔(약 1조6140억4600만원)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대비 86% 증가한 338억엔(약 3133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국내 매출은 지난해 기준 1097억원이다. 2022년 대비 22% 성장한 수준이고 당기순이익은 10배 가까이 뛰었다. 아직 2분기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글로벌 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작년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색적인 국내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대중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던 작년까지와 달리 올해는 ‘세실리에반슨’ ‘산산기어’ 등 패션 마니아 성향이 강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프코어부터 블록코어까지, 아식스 러닝화 인기
아식스는 트렌드로 유입된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최근 멤버십 제도도 손을 봤다. 기존 5등급에서 4등급(패밀리 / 실버 / 골드 / VIP)으로 간소화하고 달성 기준도 허들을 낮췄다. VIP 등급은 기존 기준이 최근 2년 누적 구매가 500만원 이상인 구매자였는데, 이번에 1년에 150만원 이상 구매자로 개편했다.
브랜드가 인기 있을 때 유통을 마구 늘리는 전략보다는 효율을 우선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비효율 중심으로 대폭 축소하고, 작년 말 처음 운영했던 팝업스토어처럼 짧게 이슈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자사몰 중심 운영을 기본으로 홀세일과 타 쇼핑 플랫폼 등 온라인으로 주 거래처를 옮겨 플랫폼별 발매 이슈를 차별화하는 등 마케팅 효과도 노리고 있다.
러닝에서는 나이키보다 혁신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호카’도 글로벌에 이어 국내에서 꾸준히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조이웍스(대표 조성환)에서 전개하는 이 브랜드는 2018년 국내에 도입돼 마니아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알려지다 2021년을 기점으로 ‘금붕어 슈즈’라는 애칭을 얻으면서 러닝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고프코어룩에 걸맞은 키치한 컬러와 둔탁한 외형으로 이목을 끌다가 막강한 쿠셔닝을 기반으로 트레일러닝과 러닝화로 인정받으면서 지금의 인기를 구가하게 됐다.
호카, 매장 8개 유지… 러닝 커뮤니티 공략 주력
글로벌에서도 호카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브랜드 기조 자체가 무리한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상반기에 확보한 총 8개 매장 수를 올 하반기까지 유지할 생각이다. 물량 조달은 수월해진 편이지만 온라인 자사몰 소진 비중이 높아 매장은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쇼룸과 러너들의 커뮤니티로서 역할을 더 강조한다.
대신 매장이 위치한 프리미엄 상권 내 러닝 크루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브랜드의 안착 기반을 탄탄히 하고, 장기적인 충성 고객 확보에 주력한다. 신으면 신을수록 진가를 알게 되는 호카의 푹신한 쿠셔닝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실제로 호카를 신어본 고객들의 재구매율은 40%에 달한다.
호카의 핵심 기술은 맥시멀 쿠셔닝과 발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풋 프레임, 날아갈 듯한 경량성이다. 착화감은 발볼이 넓은 소비자들이 호카를 많이 찾는 것으로 이미 입증됐다. 올 하반기부터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이 오리지널리티를 더욱 강조할 계획이다. 두꺼운 미드솔로 구현한 맥시멀 쿠셔닝의 원조라는 메시지를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매출은 작년 기준 약 300억원으로 올해 2배 성장을 예상한다.
온러닝, 직진출 법인 전환… 유통 입점 확대
국내외에서 가장 핫한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러닝’은 작년 10월 국내 법인을 세우고 직진출로 전환했다. 국내에 온러닝을 도입한 편집숍 ‘한스타일’을 운영하던 리앤한(대표 한창훈)이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접으면서 직접 전개로 바꾼 것이다. 현재는 온코리아(대표 레베카 이치아 카이)라는 법인을 세우고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 백화점 내 편집숍 위주로 영업을 진행 중이다.
8월 초 SSG닷컴이 오픈한 라이프스타일 전문관 스타일 아카이브에 들어갔고, 지난 7월 초에는 리뉴얼을 마친 롯데백화점 본점 스포츠 · 레저 전문관 내 러닝&퍼포먼스 전문 매장 ‘소우(S.O.W)’에 입점했다. 당분간은 온라인 자사몰을 통한 직구 형태를 유지하면서 국내 러닝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며, 직매장은 내년 초 오픈을 고려하고 있다.
스케쳐스코리아(대표 윌리탄)의 ‘스케쳐스’도 특유의 기능을 결합한 워킹화, 러닝화, 라이프스타일화로 인기다. 특히 러닝화 중 ‘맥스쿠셔닝’이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작년에는 2664억원으로 전년대비 29%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4%나 늘어 ‘조용히 강한 브랜드’로 화제를 모았다.
조용히 강한 ‘스케쳐스’ 러닝화 중심 29% 성장
스케쳐스는 ‘컴포트 테크놀로지’라는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편안하면서도 퍼포먼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발을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쳐 폭넓게 선보이고 있다. 작년 명동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면서 해당 카테고리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더 큰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올해는 매장을 20개 이상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소비자와의 스킨십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LS네트웍스(대표 문성준)의 ‘프로스펙스’도 올해 들어 트레일러닝과 러닝 등 달리기 콘텐츠에 맞는 상품과 이벤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트레일러닝 관련 신발과 의류를 중점적으로 출시했고, 하반기에는 서울시와 함께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러닝 대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축적된 신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품 개발은 물론 지속적인 러닝 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기관과 함께 러너들과의 접점 확대를 위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서울하프마라톤 후원을 기념해 ‘콜링 더 러너스’ 팝업을 운영했고, 서울시가 여의나루역에 조성한 ‘러너 스테이션’에서 러너스 베이스 캠프와 러닝 클래스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소비자들이 프로스펙스의 신상 러닝화를 신고 뛰어볼 수 있는 공간도 꾸며 매일 평균 70명 이상의 방문객이 프로스펙스 러닝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오는 10월에는 춘천마라톤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프로스펙스 · 써코니, 러닝화 기술력으로 재조명
에이비씨마트코리아(대표 이기호)에서 공식 수입하고 있는 러닝화 브랜드 ‘써코니’도 러닝 트렌드에 힘입어 최근 내놓는 신상품마다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러닝 실력을 극대화하는 최상급 기술력을 가진 러닝화인 ‘엔돌핀’ 시리즈로 러너들에게 매번 좋은 평을 받았다. 해당 상품 라인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에이비씨마트코리아는 러닝 붐을 인지해 올해 매장 내 러닝 카테고리도 특화했다. 작년 멀티숍 내 러닝화 판매 비중이 15%로 전년대비 2배 성장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이에 지난 2월 서울 중구 명동에 오픈한 그랜드 스테이지 명동점에는 ABC마트 최초로 러닝 특화 조닝을 마련해 러닝 입문자와 전문가를 타깃으로 한 다양한 상품을 구성했다. 써코니, 온러닝, 아식스, 푸마, 뉴발란스에 이어 지난 6월 나이키 러닝화 라인을 추가 구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아이템을 보강해 올해 내 10개까지 지점을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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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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