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켓 ➋] 나이키 독주 끝(?) 뉴발란스·데상트·스케쳐스 상승 뚜렷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4.09.04 ∙ 조회수 7,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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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스포츠 시장의 진입 장벽은 높다. 그렇지만 ‘나이키’ 독주 체제에는 확실한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스포츠 시장은 나이키 원톱 체제가 아니면 나이키와 ‘아디다스’ 투톱 체제로 굴러갔는데, 최근 2~3년 사이 흐름이 크게 변했다. 


‘뉴발란스’와 함께 ‘아식스’와 ‘스케쳐스’가 신발을 무기로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휠라’ ‘데상트’ ‘푸마’도 부진을 떨치고 각자의 강점을 살려 시장에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레깅스 브랜드’로 시작한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들이 특화된 상품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국내 스포츠 브랜드 매출 톱10 안착은 물론 일본과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 공략까지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일상에서 운동을 생활화한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스포츠 의류와 신발, 용품에 대한 정보 습득 수준이 높아졌다. 자신의 퍼포먼스를 높이는 데 필요한 기능과 디테일을 가진 상품을 검색해 구매하기까지 거침없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인지도나 신뢰도는 그다음 고려 요소다. 이 때문에 나이키가 혁신적인 신상품 발매에 소홀해진 틈을 타 특화 상품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브랜드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나이키, 혁신 없는 한정판 팔이 ‘지루해’


특히 이랜드월드(대표 최운식)의 뉴발란스는 지난해 매출 9000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스포츠 시장의 2위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년 가까이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는 늘 3위 싸움이 승부처였는데 이러한 상황을 완벽히 깨 버린 것이다. 오랜 시간 2위 자리에 있던 아디다스가 국내 매출을 밝히지 않고 있어 그동안 비교가 애매했지만, 뉴발란스가 작년 1조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 비교 없이 2위 자리 수성이 확실해졌다.


뉴발란스의 성장 원동력은 운동화다. 매출 중 신발 비중이 55~6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큰 데다 작년에는 러닝화를 포함한 기능성 신발의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6% 증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쿠셔닝과 반발력, 착화감 등 운동화의 기본적인 기능성도 탁월하면서 클래식한 디자인과 트렌디한 신상품 전략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뉴발란스는 신발뿐 아니라 의류 부문과 키즈 카테고리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라이선스 브랜드까지 모두 포함한 아동복 시장에서 ‘뉴발란스키즈’는 몇 년째 톱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성인 상품군의 미니미로 적중률 높은 기획을 선보이면서도 아동과 부모의 니즈에 맞는 전략으로 높은 성과를 낸 것을 본사에서도 인정해 라이선스 연장 계약을 하면서 중국 내 뉴발란스키즈의 유통권까지 신규로 따낼 수 있었다. 


1조 후보 ‘뉴발란스’ 스포츠 마켓 2위 수성


오랫동안 나이키에 밀린 ‘만년 2등’ 타이틀을 달고 있던 아디다스는 2등을 벗어나 오히려 자유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젤’ ‘삼바’ ‘슈퍼스타’ 등 Y2K 트렌드를 탄 신발이 연달아 터지면서 전 세계에서 신발로 재기에 성공한 것.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지난 8월 중순, 아디다스코리아(대표 피터 곽)는 스니커즈 전문 매장을 오픈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북촌 한옥마을’에 ‘아디다스 북촌 헤리티지 스토어’를 연 것이다. 이곳에서는 트레포일(불꽃) 로고를 사용하는 라이프스타일 상품 중 인기 슈즈와 용품을 판매한다.


아디다스는 글로벌 붐을 일으킨 신발 인기와 더불어 김민재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FC 바이에른 뮌헨,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 등과의 협업을 통해 퍼포먼스 스포츠 시장까지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스포츠 이슈에 맞춰 선수들이 방한해 소비자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인지도를 높였고, 하반기에는 상품으로 그 효과를 이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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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만년 2위’ 벗고 핫 브랜드 등극


글로벌 시장에서도 K-패션 및 콘텐츠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 지난 1월에 단독 마켓으로 한국을 격상시키면서 로컬 특화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국내 19개 대리점주 ‘퓨처 파트너’와만 수주회를 진행하게 된 만큼 자사몰 중심 브랜드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당분간은 유통 관리에 주력할 예정이다. 


아디다스는 현재 국내에서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데, 아디다스 신발의 20% 이상을 생산하는 상위 벤더사인 화승비나 모회사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에서도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746억원, 155억원으로 작년 2분기 대비 각각 16%, 104% 늘었다. 


작년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크게 떨어졌으나 곧바로 회복한 것이다. 31년 만에 8700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반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아디다스 본사의 상황과 맞아떨어져 아디다스의 매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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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상트, 러닝화 · 농구화 등 강화… 신발 비중 40%로


지난 2년간 내실을 탄탄히 다진 데상트코리아(대표 시미즈 모토나리)의 ‘데상트’도 올해 스포츠 시장의 근간인 신발을 중심으로 재도약에 나섰다. 기존 신발 부문 비중이 기존 20%였으나 30~40%까지 높이기 위해 여러 분야의 선수들과 협업하면서 R&D를 꾸준히 진행했다. 안성물류센터에는 별도 LAB을 설치해 불량률 0.3% 이하를 유지하는 등 퀄리티가 안정돼 신뢰도가 높다.


DISC(부산 데상트 신발 R&D센터)에서 움직이던 신발 기획과 디자인팀을 서울에 재구성해 데상트만의 신발 시리즈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코트화 트렌드에 맞춰 크론과 엣지코트 등이 작년 하반기부터 반응을 얻었고, 올해 더욱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농구화 리뷰어인 마스터 욱과 3년간 공동개발한 농구화 ‘슬래저 Z 대시’를 출시하며 농구화 시장에도 진출했다. 


의류는 이미 글로벌 단독 사용 소재나 테크니컬 디자이너, 패터너 등 품질을 위한 투자가 잘 돼 있어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데상트를 접할 수 있도록 상품 카테고리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다. 퍼포먼스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애슬레저 등 카테고리는 물론 프리미엄 퍼포먼스 한정판 ‘얼터레인’ 라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주니어 타깃 ‘영애슬릿’ 라인도 다시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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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 에샤페 · 인터런 등 ‘신발 맛집’ 재조명


유통은 매장 수는 늘리지 않고, 각 매장의 컨디션을 개선하고 점당 연매출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한다. 점주들도 최근 다시 성장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브랜드에 신뢰를 갖고 협조해주고 있다.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크게 떨어지면서 백화점 매장 규모가 많이 작아졌는데, 지난 7월 공개한 롯데백화점 본점 스포츠 매장을 시작으로 타 지점 공간 규모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스포츠 시장 신발 흥행에 맞춰 ‘휠라’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대표 김지헌)의 휠라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라이프스타일 러닝화 ‘인터런’과 ‘에샤페’, 여름 샌들 ‘페이토’를 선보여 연이은 품절 행진을 기록했다. 일명 ‘한소희 슈즈’로 불리는 신발들은 최근 트렌드에 걸맞으면서도 가격대 대비 감도 높은 디자인으로 다시 한번 ‘신발 명가 휠라’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신발 붐은 1020세대에 집중돼 있던 과거 ‘디스럽터’ 시절 흥행과 달리 30~40대 여성까지 소비층이 확장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8월 초에는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신꾸’를 메인 콘텐츠로 한 슈즈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베스트셀러 상품인 ‘에샤페 실버문’을 테마로 꾸민 공간에서 고객들이 구매한 신발을 현장에서 직접 커스텀해 가져갈 수 있는 이벤트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휠라 · 코오롱 · 노페, 올림픽 팀스포츠웨어도 주목


휠라는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 선수가 입은 검정 재킷으로 크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국 패션지 GQ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놀라운 스타일은 개막식 3인조의 전위적인 광대 복장이 아니라 올림픽 사격선수의 유니폼”이라며 “최첨단 스포츠 의류를 입은 공상과학 암살자처럼 보였다”라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인스타그램에 ‘시크한 명사수(Bull’s eye chic)’라며 그의 사진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재킷의 구매 경로를 문의하는 연락이 많았는데, 기능까지 완전하게 동일한 상품은 없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유사한 상품 경로를 찾아 공유하는 등 휠라의 의류도 대대적인 화제를 모았다. 김예지 선수의 검정 재킷과 함께 오예진 선수의 검정 반소매 티셔츠도 인기였다.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우승에서도 오상욱과 구본길이 입은 휠라의 경기복이 빛을 발했다.


이 밖에도 팀코리아를 후원하고 있는 ‘노스페이스’와 양궁 대표팀 후원사 ‘코오롱스포츠’는 아웃도어 브랜드 특유의 소재 기능성을 스포츠웨어에 적용한 유니폼과 용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여름 냉감 소재를 적용한 우븐 상하의 유니폼과 모자, 신발까지 스포츠 브랜드보다 열렬한 문의 행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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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켓 7위 수성한 K- 애슬레저 ‘젝시믹스’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글로벌 브랜드와 중견 브랜드도 넘기 힘들었던 2000억원의 벽을 뚫은 국내 브랜드들이 작년에 등장했다. 바로 ‘젝시믹스’와 ‘안다르’다. 오랜 헤리티지를 포함해 각종 기능성 의류와 퍼포먼스 신발 라인을 보유하고 있어도 쉽지 않은 시장에서 불과 10년 만에 스포츠 시장의 착장 문화와 주도권이 바뀌며 나타난 결과여서 더욱 인상적이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대표 이수연․강민준)의 젝시믹스는 지난해 골프 · 멘스 · 슈즈 라인을 확장해 2214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전개 중인 스포츠 브랜드 매출순으로 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는 비즈니스캐주얼을 시작으로 러닝과 레인부츠 라인까지 선보이면서, 애슬레저 기능성과 범용성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젝시믹스는 국내 스포츠 시장 내 영향력뿐 아니라 글로벌 진출도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일본,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에 오프라인과 온라인 진출 모두 성공했다. 일본은 장기 팝업 1개점과 정식 매장 2개점, 중국 정식 매장 3개점, 말레이시아는 정식 매장 1개점, 대만은 장기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국의 온라인 시장에서도 적극 유통 중이다. 특유의 컬러와 상품력을 기반으로 K-애슬레저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계획이다.


안다르, 질적 · 양적 성장으로 브랜드 이미지 UP


안다르(대표 김철웅 공성아)도 지난해 매출 202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 매출 8위 자리에 올랐다. 자체 R&D 조직 ‘안다르 AI랩’을 통해 패션 트렌드 조사, 상품 기획, 디자인, 생산, 물류, 판매 등을 수치화(데이터화)하면서 업무 효율과 적중률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에는 애슬레저 저변 확대 및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상품군을 다각화하고 있다. 애슬레저 소재 기능성을 적용한 남성용 라이프스타일웨어와 비즈니스룩을 기획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어서 골프웨어, 스윔웨어, 키즈 라인까지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지난 상반기에는 심리스 언더웨어를 선보이며 속옷까지 영역을 넓혔다. 올해는 한 차원 높은 ‘선망하는 브랜드’로 밸류를 높이기 위해 배우 전지현을 전속 모델로 삼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문 브랜드의 최고봉 ‘아레나’는 스윔웨어 단일 품목으로 지난해 1075억원을 넘기며 국내 스포츠 브랜드 매출 순위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브랜드인 ‘룰루레몬’, 영 스포츠 컬처 브랜드 ‘엄브로’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상품력과 브랜드 파워로 인정받던 것은 1980~1990년대 초반이었다. 약 30년 만에 글로벌이 아닌 한국 로컬 브랜드가 스포츠 시장의 한 축을 맡아 성장을 주도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남은 2024년 불안한 국내외 경제 상황과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 속에서 3등 그룹의 역습에 성공한 이들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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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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