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합법적인 유사품이라고!" 듀프(dupe) 컬처 트렌드 부상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24.09.06 ∙ 조회수 2,228
Copy Link

최근 패션 시장에 새로운 문화가 떠올랐다. 기존 유명한 제품과 똑같이 생겼지만 가격은 매우 저렴한 ‘듀프(dupe)’ 제품이 떠오른 것.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저렴한 대안 선택으로 급부상했으며, 특히 Z세대에게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속도감 있는 생산으로 지속가능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듀프는 앞으로 패션 산업에서 트렌드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Contents Image


지난 몇 년간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고가의 오리지널 상품 대신 저렴한 버전의 유사 상품을 구매하는 ‘듀프(dupe)’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이 럭셔리 및 프리미엄 브랜드의 특정 상품을 모방한 대중적인 상품을 소개하기 시작한 후 소셜미디어에는 듀프를 구매한 것을 과시하거나 듀프 상품의 리뷰를 제공하는 영상이 넘치고 있으며,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들은 듀프 상품의 주요 소스로 부상하고 있다.


듀프 컬처는 소득이 낮은 Z세대가 패션과 화장품 부문에서 듀프를 구매하면서 시작된 이후 생활비 폭등과 경기 불안을 이유로 나이 든 세대는 물론 부유한 세대로 확대되고 있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스타일링 팁과 상품 리뷰 등 듀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듀프를 구매하면서 듀프는 하이엔드 상품에 대한 예산 친화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듀프를 구매하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러운 짝퉁 구매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뛰어난 상품지식과 경제적인 구매를 과시하는 자부심이다. 듀프 컬처가 확산하면서 패션 및 뷰티 브랜드들은 듀프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는 가운데 일부 브랜드들은 이를 마케팅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듀프를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하는 브랜드도 생기고 있다. 듀프 컬처는 지나가는 트렌드가 아니라 현대 소비자들의 지불가능성, 퀄리티에 대한 니즈, 쇼핑 경험을 반영하는 것 등으로 가치 주도적인 새로운 소비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Contents Image듀프는 합법적인 유사품


꼭 닮았다는 의미의 듀프(dupe, duplicate)는 ‘잘 알려진 브랜드(럭셔리 / 프리미엄)의 상품과 유사한 외관과 기능을 가지면서 가격은 매우 저렴한 상품’을 뜻한다. 듀프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의 유사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존의 ‘위조품(counterfeit)’이나 ‘가짜(fake)’와는 구별된다.


위조품(짝퉁)과 듀프의 근본적인 차이는 적법성과 모방의 정도에 있다. 위조품은 마치 오리지널 상품인 것처럼 디자인은 물론 로고를 그대로 베끼는 불법 상품인 데 반해 듀프는 오리지널 상품을 모방하기는 하지만 타깃 상품과 동일한 브랜딩이 없고 지적재산권을 위반하지 않는다. 


미학적인 유사성(패션)과 효과(화장품)에 중점을 두고 모방하게 되며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듀프는 합법적이고 저렴한 대안을 지향한다. 듀프를 구매하는 것은 의도적인 선택이며, 고객들은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진품이 주는 모든 기능과 퀄리티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게 된다.


Contents Image


듀프 컬처의 중심, Z세대와 소셜 미디어


하이엔드 브랜드 아이템에 대한 저렴한 선택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듀프의 인기는 Z세대 구매 및 소비행동을 반영한다. Z세대의 71%는 항상 또는 가끔씩 유명 브랜드의 저렴한 버전을 산다고 한다(Business Insider/YouGov). Z세대는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듀프를 포용하고 있으며, 듀프에 대한 흥분과 만족감으로 듀프 상품을 컬러별로 구매할 정도로 Z세대 고객들은 듀프의 매출을 이끌고 있다. 또한 이들은 예산 친화적인 대안(듀프)을 찾는 능력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듀프를 찾고 이를 리뷰하는 듀프인플루언서가 떠오르면서 듀프 쇼핑은 붐을 이루게 됐다. 수백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듀프헌터들이 소개하는 하이엔드 아이템의 듀프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면서 누구나 쉽게 듀프를 사게 됐다.


특히 틱톡은 듀프 컬처와 듀프 상품의 메카로서 틱톡 내 #dupe는 60억뷰를 기록했으며, 듀프 쇼핑을 원하는 사람들의 70%는 틱톡 계정이 있다(Morning Consult). 소셜미디어는 듀프의 가시성을 최대화하며 그 수용을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비용과 접근성은 듀프를 사는 주요한 이유


듀프를 구매하는 것은 경제력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는 럭셔리와 프리미엄 상품의 가격을 지불할 수 없거나 또는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듀프는 빡빡한 예산 내에서 원하는 퀄리티를 크게 타협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룩(패션)과 효과(화장품)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의 증가와 끊임없이 가격을 인상하는 럭셔리 브랜드들 속에서 소비자들은 트렌드와 하이엔드 상품에 대한 욕구를 높은 가격 대신 듀프로 충족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의 TV 채널, ITV의 인기 프로그램(This Morning)에서는 여름 스타일을 제안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예산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듀프와 오리지널을 동시에 소개했다. 같은 룩을 하이엔드 브랜드와 하이스트리트 브랜드의 상품으로 보여주면서 그 가격 차이를 비교했는데 듀프가 35~90% 저렴했다. 실제로 듀프 구매자의 67%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듀프를 구매한다고 했다(Morning Consult).


또한 듀프가 글로벌 스케일로 부상한 데는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것이다. 클릭 한 번으로 듀프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 월마트 · 타겟은 물론 테무 · 쉬인 ·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고객들은 쉽게 듀프를 구매할 수 있다.


듀프 컬처 문제는 지속가능성과 지적재산권


패션과 뷰티 트렌드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듀프는 여기에 맞는 상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 듀프 상품의 생산은 대응 속도가 빨라야 하며 이러한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서는 ‘속도’에 특화한 패스트패션 리테일러들이 유리하다. 결국 패션 듀프와 패스트패션은 많은 부분 중복되며 패스트패션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듀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빠른 속도로 듀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환경 및 사회적 기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생산하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 93%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생산 노동자에게 공정한 생활임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Fashion Checker). 결국 듀프는 환경과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지속가능성에 민감한 Z세대가 듀프를 선호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듀프 상품은 또한 지적재산권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무리 합법적인 모방이라고 해도 무엇이 듀프고 어디까지가 듀프냐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듀프는 법적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특히 소형 브랜드나 개인 디자이너의 사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형 브랜드들은 대체로 듀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듀프로 인해 의도치 않았지만 브랜드 및 특정 상품(듀프의 대상)이 더욱 알려지는 마케팅의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셜미디어에 듀프가 소개되면서 듀프뿐 아니라 오리지널 상품도 품절되는 등 양측 모두 듀프 덕분에 수익을 내기도 한다.


Contents Image


룰루레몬과 올라플펙스, 듀프 컬처 포용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듀프 트렌드를 포용하는 융통성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캐나다의 애슬레저 브랜드인 ‘룰루레몬(Lululemon)’과 미국의 헤어케어 브랜드인 ‘올라플렉스(Olaplex)’가 있다. 일부 브랜드들이 듀프에 대해서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좀 더 즐거운 방식으로 듀프의 붐을 활용해서 화제가 됐다.


룰루레몬의 아이코닉한 상품인 레깅스(Align)는 듀프가 많기로 유명한데, 이러한 듀프 상품(약 2만7400원)을 진품(약 13만4000원)으로 무료 교환해 주는 행사를 운영했다. 지난해 5월 LA에서 개최한 ‘듀프스와프(The Dupe Swap)’에서는 1000여 명이 몰렸다. 이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룰루레몬의 레깅스를 직접 입어 보고 듀프와 비교해 보면서 오리지널의 우수한 퀄리티를 경험하도록 한다는 의도였다.


2014년 론칭한 미국의 혁신적인 헤어상품 브랜드인 올라플렉스는 소셜미디어에 듀프가 넘쳐나자 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2023년 9월 직접 듀프를 제작해서 소개하는 소셜 마케팅을 운영했다. 100명의 인플루언서를 기용해서 인하우스에서 직접 만든 올라플렉스 No.3의 듀프, 올라듀페 No 160(Oladupe, 올라플렉스 No3를 재포장)을 언박싱하는 방식이었다. ##oladupe는 3000만번 이상의 뷰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버즈를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올라플렉스는 아무도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올라플렉스는 100여 개의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 등 우수한 테크놀로지로 유명하다.


엘프와 퀸스, 듀프제공 비즈니스?


듀프 컬처가 떠오르면서 듀프를 제공하는 브랜드들도 주목받고 있는데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인 ‘엘프(e.l.f. Cosmetics)’는 저렴한 가격과 하이엔드 상품을 모방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미국의 이커머스 리테일러인 퀸스(Quince) 역시 하이패션 듀프를 만드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2004년 론칭한 엘프는 프리미엄 뷰티 상품의 저렴한 버전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으로 1조37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틱톡에서 소개되는 주요 듀프 브랜드의 하나로서 듀프 컬처를 수익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로 유명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타협하지 않고 저렴한 대안을 제공하면서 로열 팬 베이스를 형성하게 됐다. 엘프의 성공 비결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우선순위 전환을 이해하고 포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퀸스(Quince)는 2018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론칭한 온라인 리테일러로서 여성, 남성, 아동의류 및 잡화, 홈상품을 제공한다. 퀸스는 하이패션과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저렴한 대안을 내세우면서 전통적인 리테일러에 비해 50~80% 낮은 가격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서 공장에서 직접 소싱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 비용을 낮추고 인건비를 최소화하며 중간 단계를 완전히 없애고 패키지도 최소화함으로써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유튜브에는 퀸스가 제공하는 듀프에 대한 영상이 많은데 특히 ‘코치’ 핸드백, ‘아리찌아’ 바지, ‘에버레인’ 신발, ‘버켄스톡’ 샌들, ‘앤트로폴로지(Anthropologie)’ 드레스 등의 듀프를 찾을 수 있다.


Contents Image


럭셔리와 프리미엄 브랜드들, 낮은 가격대가 필요


듀프가 떠오르면서 소비자들은 퀄리티를 비교하기 시작했으며 오리지널(럭셔리)의 높은 가격에 대한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포스트 팬데믹에 천정부지로 높아진 럭셔리 가격은 가치에 주목하는 현대 소비자를 듀프 구매로 더욱 내몰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이후 유럽 내 개인 럭셔리 상품 가격은 평균 52%나 올랐으며(HSBC), 샤넬의 경우 2.55플랩백(미디움)은 2019년 10월 이후 91%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Bloomberg).


듀프 컬처의 확산과 함께 럭셔리와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여러 가격대의 상품을 제공하면서 각기 다른 세대에 어필하고자 한다. 특히 젊은 고객을 위한 저렴한 옵션을 추가하고 있다. 헤븐바이마크제이콥스(Heaven by Marc Jacobs)는 대표적인 예로서 ‘마크제이콥스’의 서브 라인인데 현재 Z세대의 인기 브랜드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헤븐은 메인라인 대비 50% 이상 저렴한 것은 물론 눈에 띄는 로고와 프린트를 사용하는 등 듀프 상품을 만들기 어렵도록 기획된 것도 특징이다. 또한 럭셔리 주얼리 부문에서도 저렴한 레인지를 추가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미들 레인지의 주얼리는 럭셔리 주얼리 부문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HSBC/FT). 쇼메(Chaumet)가 코어컬렉션(Liens, Josephine, Bee My Love)을 재해석해서 다양한 가격대로 제공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서 지난 2년간 루이비통, 까르띠에, 구찌도 미들 레인지를 론칭해서 좀 더 다양한 고객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듀프가 패션산업을 재편성?


이처럼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가격정책을 재평가하고 있는 것은 듀프 컬처가 가치주도적 소비를 내세우면서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퀄리티 상품과 적정한 가격을 원하고 있다. 듀프를 통해서 가격의 벽을 넘어(럭셔리와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서 하이퀄리티 의류와 뷰티 상품을 소유하고 자기표현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듀프 컬처는 패션과 뷰티상품을 인지하고 연계하고 구매하는 방식을 새롭게 형성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와 소셜미디어의 유저들이 제공하는 비디오를 통해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듀프를 쉽게 고를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파워와 이커머스의 결합은 이처럼 듀프 컬처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저렴한 대안으로서 듀프는 럭셔리와 프리미엄 상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오리지널 상품을 구입한 것처럼 해주지만 패스트패션과 과소비에 대한 문제가 따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듀프 컬처가 다른 인더스트리로 확산하면서 차세대 메가 트렌드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란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운영하고 극복할 것인가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Comment

  • 기사 댓글
  • 커뮤니티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더 자세한 기사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회원이 되어 다양한 기사를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