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49개 패션상장사 시총 규모 하락... 5대 패션기업은?
고금리 · 고물가로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패션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LF를 제외한 패션 대기업 4개사(삼성물산패션부문,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부문)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2분기 매출 누계는 1~2%로 소폭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7~40%까지 역성장의 폭이 컸다.
내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지금, 패션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사의 알짜 브랜드를 중심으로 효율화 작업을 통한 체질 개선에 집중하거나 K-패션을 필두로 한 글로벌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물산패션부문(부문장 이준서)의 경우 2분기 누계 매출이 1조300억으로 전년 동기대비 1.9%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 떨어진 106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메종키츠네’ ‘아미’ ‘르메르’ 등 신명품 호조에 힘입어 패션업계 침체기 대비 비교적 양호한 실적으로 선방했다. 최근 ‘자크뮈스’ ‘가니’ ‘스튜디오니콜슨’ 등 차세대 신명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매출 비중이 증가한 점도 고무적이다. SSF샵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을 키우면서 2022년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21%, 올해 2분기 누적 22%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이 흐름을 바탕으로 신규 여성복 ‘앙개’를 새롭게 론칭하는 등 자체 온라인 브랜드도 강화하며 경쟁력을 더하고 있다.
삼성물산패션, 상반기 매출 1조300억 기록
패션 대기업 중 가장 선방한 LF(대표 오규식․김상균)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0.04% 오른 9158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영업손실 25억원 적자에서 1925% 상승한 46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LF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경우 코람코운용의 펀드 매각 보수가 증가하는 한편 전년 2분기의 코람코신탁 소송과 관련된 일회성 비용의 기저효과가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LF 2분기 매출 비중은 패션 76.2%, 식품 16.6%, 금융 6.9%, 방송업 등 기타 0.3%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매출 비중에 가장 많은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패션부문에 집중하며 사업다각화에 나선다. 이에 조직개편도 실시해 온라인사업 총괄 부문은 패션사업총괄 산하로 배치했다. 기존 4개(패션 · 온라인 · DT · 경영) 사업 부문을 3개(패션 · DT · 경영)로 통합·축소한 것이다.
LF는 하반기 글로벌 브랜드의 라이선스 사업 등 수익성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한다. ‘헤지스’ ‘닥스’ 등 프리미엄 컬렉션 출시와 일본 프리미엄 아웃도어 ‘티톤브로스’ 지분 인수와 이탈리아 브랜드 ‘포르테포르테’ 유치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 또 신규 자회사인 비알케이컴퍼니를 통해 ‘퀵실버’ ‘록시’ 등 6개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탄탄히 하고 라이선스를 병행해 매출외형을 키울 생각이다.
2분기 흑자 전환 ‘LF’ 패션 사업 다각화
한섬(대표 김민덕)은 상반기 누계매출이 735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 하락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5억으로 40%나 떨어졌다. 경기 불황에 소비가 양극화되면서 초고가와 초저가 브랜드만 각광을 받자 고가 전략을 추구해 온 한섬의 주력 브랜드들의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섬은 이를 투트랙 전략으로 타개하려고 한다. ‘시스템’ ‘타임’ 등 국내 메인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키스(KITH)’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유치 전략을 확대한다. 시스템의 경우 홀세일 계약 수주량이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어 올해 처음 합류한 타임과 함께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화장품 자회사 한섬라이프앤 지분 100%를 확보하며 자체 브랜드 ‘오에라’를 중심으로 뷰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윌리엄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30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 줄었으며 영업이익도 287억원에서 14.7% 감소한 245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과 코스메틱으로 사업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부문은 2022년 연간 매출 1조1910억원에서 지난해 9746억원으로 역성장했으며 매출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한섬, 상반기 영업익 40%↓ … 해외 공략 속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매출 비중은 △2022년 76.6% △2023년 72.0% △2024년 1분기 66.8%로 줄었다. 이에 선제적인 재고 효율화 작업과 라이프스타일 매장 ‘자주(JAJU)’의 비효율 오프라인 매장 정리 등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선다.
이외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패션과 국내패션의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도 지속 성장하는 코스메틱 부문에 힘을 줘 키울 생각이다. 수입패션은 ‘어그’ ‘브루넬로쿠치넬리’ 등에 이어 지난해 론칭한 ‘꾸레쥬’와 올해 새롭게 선보인 ‘더로우’의 성장세가 높은 편이다.
여기에 ‘할리데이비슨 컬렉션스’ 아시아 주요 국가의 라이선스를 확보해 해외 사업에 다변화를 꾀한다. 또한 최근 713억원에 인수한 비건 뷰티 브랜드‘어뮤즈(AMUSE)’를 활용해 북미,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코스메틱 브랜드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생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패션↓ 지속
코오롱FnC부문(대표 유석진)은 상반기 누계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4% 줄어든 6006억원, 영업이익은 18.5% 하락한 185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3266억원으로 1% 줄었고 영업이익은 161억원으로 5.8% 감소했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실적으로만 보면 삼성물산패션(2%, 8.7%↓), 한섬(1.2%, 29.5%↓), 신세계인터내셔날(3.9%, 27.8%↓) 대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이는 코오롱FnC에서 전개하는 아웃도어 및 골프 브랜드의 선방이 있기에 가능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는 R&D를 기반으로 상품력을 최우선시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으며 지포어, 왁 등 골프웨어 브랜드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높은 상품 경쟁력으로 매출을 뒷받침했다.
코오롱FnC는 ‘코오롱스포츠’와 ‘아카이브앱크’ 등 K-패션을 활용해 글로벌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생각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와 함께 일본을 공략한다. 아카이브앱크는 태국 최대 유통기업인 센트럴백화점과 단독 디스트리뷰션 계약을 체결해 8월 센트럴 랏프라우, 센트럴 실롬에 오프라인 매장과 9월 센트럴 월드점에 브랜딩을 살린 매장을 선보인다.
코오롱FnC, 아카이브앱크 등 글로벌 주력
패션업계의 전반적인 하락세는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으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패션비즈>는 자체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8년’,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이한 ‘2024년’ 등 3개년의 국내 주요 패션 상장 기업 49개사의 시가총액을 비교 분석했다.
2024년(6월 28일 종가 기준) 대비 2018년(12월 28일 종가 기준)과 2021년(12월 30일 종가 기준)의 시가총액 증감률을 살펴본 결과 패션전문 기업 가운데 영원무역홀딩스와 LS네트웍스만이 두 기간 모두 상승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2018년, 2021년 대비 각각 32%, 77% 성장했으며 LS네트웍스는 76%, 4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숏패딩인 ‘눕시재킷’ 판매 호조에 힘입어 단일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차지하며 좋은 성장세를 보여준 점이 주가 상승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패션상장 33개사, 코로나19 전보다 시총 하락
2021년(코로나19 팬데믹)과 비교해 시가총액이 떨어진 기업은 40곳에 달했다. 코로나19 전인 2018년과 비교해도 33곳이나 시총 규모가 떨어졌다. 패션기업들의 주가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우하향하면서 2018년 수준으로 주가가 회귀하거나 오히려 더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패션 섹터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내수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기에 민감한 패션 의류를 전개하고 있는 패션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금리 고물가 영향으로 하반기에도 저조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K-푸드, K-뷰티에 이어 K-패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패션상장사들의 기업가치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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