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현 대표, 라코스테 한국 매출 전세계 2위 올려 놓은 리더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4.08.02 ∙ 조회수 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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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의 본고장인 프랑스 다음으로 전 세계 2위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국 라코스테는 글로벌에서 주목하는 시장이다. 자체 제작한 아이템들이 연속해서 히트하고 여성복에서 스포츠까지 다양한 복종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9년째 한국 라코스테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배재현 동일라코스테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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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 CEO를 맡은 지 어느덧 9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삼성물산에서 30여 년간 재직하고 이곳으로 옮겨와 벌써 만 8년의 시간이 지났네요. 삼성에서 일할 당시에는 부서 로테이션이 있었기 때문에 길어야 4~5년이었는데, 라코스테에서는 하나의 보직을 9년째 이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을 제외하고 성장 그래프가 한 번도 꺾이지 않았으니 저의 기량은 충분히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배재현 동일라코스테 대표를 본지 패션비즈 ‘클로즈업 인터뷰’로 만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가 라코스테 대표를 맡은 지 1년 남짓 지났던 2017년 6월호에 그의 인터뷰가 실렸다. 당시 배 대표는 “2020년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겠다”라며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의 말대로 라코스테의 한국 매출이 3000억을 돌파했고, 올해 3500억원이라는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배 대표가 처음 라코스테 CEO로 부임할 때 연매출 1960억원(2015년)이었던 브랜드가 2배 가까이 성장해 3000억이 넘었으니 글로벌 본사에서도 그의 경영 능력을 100% 인정할 만하다.


글로벌서 경영 능력 인정, 올해 3500억 목표


한국 라코스테의 글로벌 매출 순위는 본국인 프랑스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와의 매출 격차도 점차 좁아져 프랑스가 100이라면 한국은 99 수준으로 올라섰다. 프랑스에서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한국의 브랜딩 전략을 오히려 글로벌에 전파하는 등 한국의 위상은 대단히 높다.


배 대표가 대표를 맡기 전에도 라코스테는 글로벌에서 2 · 3위를 오가며 좋은 성적을 보여줬지만, 2위 자리는 변동이 잦았다. 미국과 엎치락뒤치락 순위가 바뀌었던 것. 하지만 현재는 2위 자리를 굳혔고, 프랑스 본국과 비등한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에 그의 액티브한 경영 스타일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배 대표는 “라코스테는 기본적으로 ‘슬로 경영’을 지향하고, 당장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롱텀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회사”라며 “여기서 볼 때 내 경영 스타일은 목표지점이 확실하고, 좀 더 파이팅 넘치는 액티브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본국인 프랑스 다음 한국 매출 순위 2위 굳건


1961년생으로 올해 나이 63세인 그는 직장생활만 40년째 이어가고 있다. 한양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패션부문)에 입사해 2014년까지 29년간 삼성물산패션부문에 재직했다. 뼛속까지 ‘삼성맨’이었던 그는 사직하자마자 곧바로 라코스테 CEO에 선임되면서 ‘장수 CEO’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물산에서 뉴욕사무소장, 남성복 전략담당 사업부장, 빈폴 사업부장, 영업총괄 임원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던 배 대표는 기획부터 영업까지 부서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현재의 그가 글로벌 브랜드 CEO 자리라고 해서 본사 매뉴얼대로만 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브랜드 라인 익스텐션을 제안하는 등의 적극성을 보이는 건 삼성 시절부터 몸에 배어 있는 업무 스타일이다.


“한국에서 디자인한 상품이 글로벌 상품보다 더 잘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글로벌 상품은 리오더가 어렵지만 국내 제작 아이템은 리오더가 가능해 한 스타일에 2만5000~3만장까지 대박을 터트리기도 하죠. 예전에는 많아야 5000~7000장이었는데, 이제는 만 단위가 넘는 수량도 꽤 있으니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한국 디자인이 역수출돼 글로벌에서 모디파이(modify)해서 전 세계로 제안하는 경우도 생기니까 자부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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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작 아이템 2만5000~3만장 ‘대박’


국내에서 라코스테는 정상 매출이 75%, 아울렛 비중은 25% 정도다. 미국 등 다른 국가는 아울렛 비중이 50%를 넘어서기 때문에 한국의 수익률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양호하다. 그만큼 브랜드 관리가 굉장히 잘 된 케이스로 손꼽힌다. 배 대표는 아울렛 비중은 맥시멈 30%라고 생각하고, 이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재고 수량과 유통망 수 등을 잘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오리진이 더 가치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브랜딩에 주력한다. 라코스테는 지난 5월 서울 성수동에서 특별한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바로 폴로 컬렉션의 헤리티지를 기념하는 ‘라코스테1933’ 이벤트 행사였다.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1920년대 테니스 레전드였던 르네 라코스테가 세계 최초로 폴로 셔츠를 선보였던 1993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폴로 컬렉션의 헤리티지를 조명한 것이다.


이번 성수 팝업은 브랜드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헤리티지 비주얼과 드로잉 등 기존에 쉽게 만나보지 못했던 브랜드의 탄생과 히스토리를 보여줬다. 이와 함께 쓸모를 잃어버린 의류를 재료로 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는 김은하 작가와 협업한 작품도 선보였다.


1933년부터 이어진 ‘폴로 셔츠’ 명성 이어가


판매가 어려운 라코스테의 폐재고를 활용해 브랜드의 심벌을 모티브로 삼아 현실에 실제 있는 듯한 모습의 아이코닉한 악어 작품을 구현했다. 이날 팝업에서 오픈한 ‘르 카페 라코스테(Le Café Lacoste)’는 2022년 독일 베를린에 한시적으로 열었고, 지난해 일본 도쿄의 라코스테 하라주쿠 플래그십에서 선보였으며, 세 번째로 서울에 오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올해는 파리올림픽 특수도 만끽했다. 라코스테가 공식 스폰서는 아니지만 파리올림픽을 기념하는 올림픽 헤리티지 ‘파리1924’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파리1924는 오랜 시간 스포츠의 역사 속에서 함께해 온 라코스테가 100년 전 파리올림픽을 기념하며 대담함, 페어플레이, 진정성을 바탕으로 올림픽 헤리티지의 가치를 반영해 선보였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탄생한 6번째 올림픽 헤리티지 컬렉션이다. 브랜드의 아이콘인 폴로 셔츠를 포함해 티셔츠와 방수 재킷 등 텍스타일 컬렉션뿐만 아니라 캡 · 모자 · 가방 등 액세서리 컬렉션까지, 다채롭게 구성된 이 컬렉션은 라코스테의 스포츠 정신과 우아함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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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라인 비중 35%로 글로벌 최고 수준


한국에서 라코스테는 남성복, 여성복, 스포츠, 키즈, 풋웨어, 가방, 언더웨어 등으로 라인이 세분화됐다. 전 세계에서 ‘라코스테스포츠’를 단독 매장으로 오픈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디자인 개발과 생산을 직접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자체 기획을 하지만 기본물만 생산하는 정도다. 우먼 라인도 상당히 강해 글로벌에서는 20% 정도인 우먼 라인 비중이 한국은 35% 정도 된다.


그만큼 라코스테는 한국에서 단일 브랜드로 펼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다채롭게 펼치면서 브랜드 DNA를 더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다만 배 대표는 아이템 중심으로 기획하다 보니 풀 착장을 제안하지 못해 객단가가 낮다는 사실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또 상의 위주로 매출이 나와 하의가 약하다는 것도 보완할 점으로 들었다. “바지가 잘 팔리는 집은 매출이 늘어나게 돼 있다”라고 말한 배 대표는 “바지 사러 왔다가 상의까지 구매하는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코스테는 주로 상의를 사러 들어오고 바지 종류가 많지 않아 딱 필요한 것만 사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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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의 앰버서더인 배우 안효섭과 함께 한 화보 컷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 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온라인 판매 시 할인쿠폰을 극도로 자제하고, 10% 정도 차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정도로 가격 정책에 철저하다. 이 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단일 브랜드 3500억, 그리고 인지도와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로 꾸준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라코스테가 전 세계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그만한 가치를 줬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90년 전통이라고 하면 올드한 느낌이 날 수 있는데, 라코스테는 젊고 생기 넘치는 DNA를 간직하고 스포티하고 엘레강스한 분위기로 MZ세대들 사이에도 선호도가 높습니다. 지금의 라코스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한국에서 꽤 오랜 기간 CEO를 지내고 있는 건 매우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배 대표는 앞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아름답게 퇴임하는 그날까지 라코스테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CEO로서 이름이 새겨지길 바라고 있다.


<배재현 대표 프로필>


1961년생

1987년 한양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1986~2014년 삼성물산 패션사업부

(상품기획, 제일모직 뉴욕사무소장, 남성복 전략담당, 전사 영업 담당, 빈폴 사업부장)

2016년~현재 동일라코스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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