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플랫폼도 가품 무법지대, 배송비부터 살펴보자?
국내 대형 오픈마켓과 패션 플랫폼도 가품 안전지대는 아니다. 쿠팡, 네이버쇼핑, 에이블리 등 패션 소비자들이 자주 애용하는 플랫폼에서도 ‘샤넬’ ‘펜디’ ‘셀린’ ‘스투시’ ‘MSGM’ 같은 해외 브랜드는 물론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예일’ ‘아이앱스튜디오’ ‘피스마이너스원’ 등 국내 브랜드까지 각 분야의 카피 상품이 포착되고 있다.
개인이 등록해 판매할 수 있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에이블리에서 특히 자주 발견된다. 각 브랜드 자체적으로는 물론 지적재산권 보호 대리인을 통해 가품 판매자 발견 시 바로 삭제 요청을 하고 있다. 브랜드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지그재그 등이 비교적 적극 대응하는 것 대비 에이블리는 가품 이슈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특허청에서 에이블리 측에 위조 상품 방지 협조를 위해 오래 전부터 위조상품유통방지협의회에 가입 요청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공개한 적도 있다. 이에 에이블리는 “가입 거절 의사를 밝힌 적은 없고, 아직 내부적으로 가입을 검토 중이다. 가품 판매 대응 및 해결을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교환 반품 배송비·상품정보·가격 필수 확인
문제는 여전히 국내외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가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사이트 가격 비교를 통해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 노력하는 소비자는 정품 대비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과 동일한 디자인에 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도 브랜드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가품을 판매하는 판매 사이트의 상세 페이지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과도한 교환 및 반품 배송비 △상품 정보 제공 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미흡하게 제공 △같은 플랫폼 내 동일 상품을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먼저 배송비의 경우 최소 편도 3000원에서 8000원 심하면 3만원까지 과도하게 책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상품가격보다 편도 교환 배송비가 더 비쌀 경우 소비자들이 굳이 교환이나 반품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 자사몰 혹은 공식 플랫폼 사용
상세 페이지에는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 제공에 관한 고시’를 준수하기 위해 의류의 경우는 소재, 색상, 치수, 제조국, 세탁방법 등을 각각 표기해야 한다. 가품 판매자의 대부분은 이를 지키지 않거나 미흡하게 표기한다.
동일 상품이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팔리는 경우도 눈 여겨 봐야 한다. 국내 온라인 시장이 안정화되고 성장하면서 브랜드들은 가격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온라인 판매처에서도 정가와 할인가를 모두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를 심하게 벗어나거나, 심지어 같은 플랫폼에서 다른 가격으로 여러 개가 잡히는 경우는 의심해야 한다. 동일한 도매업자로부터 물건을 떼와 각각 다른 쇼핑몰이 팔기 좋은 가격으로 올리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숍인숍 매장이나 팝업 사업자로 인해 백화점에서도 거르기 쉽지 않아졌지만, 그래도 백화점과 백화점몰의 경우 브랜드에서 공인한 판매처로 신뢰도가 높다. 무신사, 29CM, 웍스아웃, 엠프티, 센스, 미스터포터, 파페치 등 기업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도 브랜드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각 브랜드의 자사몰에는 입점한 오프라인 및 온라인 판매처를 명기하고 있다. 물론 자사몰이 가장 안전하다.
‘오마주’ ‘모티브’? 로고 및 디자인 ‘도용’
공식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면, 오마주 상품 혹은 모티브 제품이라 표현하는 아이템은 그저 정품 브랜드의 로고와 디자인을 도용한 카피, 가품일 뿐이다. 최근 유명한 방송인이나 연예인들이 무감각하게 선보이는 오마주 아이템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여러 브랜드의 로고나 시그니처 디자인을 무단으로 써놓고 ‘직접 만들었다’ ‘핸드메이드’다 라며 본인의 창작물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잦다.
실제로 가품 판매자들은 카피 기사에 항의하면서 “우리가 그 브랜드 디자인을 카피한 거라면, 전체 같은 디자인을 파는 남성복 슈트 브랜드는 전부 짝퉁 판이냐?”라거나 “초기에는 그 브랜드 레퍼런스를 참고하긴 했지만 지금은 우리 디자인으로 어레인지해 더 많은 신상품도 내고 있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대형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가품 판매자들에게 정품이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모티브(오마주) 상품이다”라고 대답한다.
한국 내 위조상품 삭제 규모 3조7000억원
한편 AI 분석 기술 고도화로 지적재산권 및 브랜드 보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마크비전에서는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위조 상품 및 무단 판매로 적발된 건수가 1년 만에 2.3배 규모로 증가했다고 전했다(자체 기술 고도화 영향도 있음). 한국에서만 연간 27억 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위조 상품과 무단 판매 리스트를 삭제한 것이다.
또 C커머스에서 올해 상반기 동안 탐지된 위조 상품 및 무단 판매 리스트도 전년동기대비 76% 증가했다. 건수로는 약 33만6000건으로 지난해 연간 탐지 규모의 80%를 넘어선 상황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티셔츠가 가장 많았으며 가방, 선글라스, 목걸이 등 패션 제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 제재 건수도 지난해 연간 제재량의 85%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규모가 커질 수록 가품 판매를 제재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에 대해 한태근 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디자인을 복제 당한 브랜드 측에서는 '저작권·지적재산권·디자인출원 등을 통해 특허청에서 권리범위확인심판을 받을 수 있다. 카피 상품이 브랜드의 원 권리 범주에 속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으려면 그것을 증명하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미리 꼭 보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용 당한 브랜드나 창작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보다 국내에서 '부정경쟁방지법' 내 '상품형태모방행위'를 부정행위로 인정하고 있지만, 최초 상품이 나온 뒤 3년 내로만 인정을 하기 때문에 브랜드나 창작자는 3년 내에 빠르게 지적재산권 등 권리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저작권 협약'에 따라 국제적 보호가 가능한 저작권과 달리 디자인 권리는 각 나라별로 등록하고 보호하도록 돼 있어 국내에서 먼저 등록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특허청에서도 기존 등록자가 진정한 권리자인지 아닌지 파악을 못 하는 경우도 있어, 모방 업체가 먼저 등록을 했다 해도 이미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디자인이나 상품이라면 되돌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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