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제국 완성 LVMH 통해 배운다 ➊] 명품 제국 = 영원한 것에 투자한다

선원규 (wonq1004@gmail.com)|24.07.05 ∙ 조회수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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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브스지가 발표한 2023년 전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패션, 와인, 화장품, 시계, 면세점과 백화점 등 명품 제국을 건설한 프랑스 LVMH그룹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이 2110억달러(약 280조원)의 재산을 보유해 1등을 차지했다. 2위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로 1800억달러, 3위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로 1140억달러였다. 전 세계 억만장자 부호들이 대부분 미국 IT기업 창업자들인 데 반해 유럽에서 전통산업을 경영하는 아르노가 1등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더구나 아르노는 압도적인 1등을 더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혹자는 LVMH가 마치 아주 오랜 옛날부터 럭셔리 제국으로 존재해 온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LVMH는 아르노가 그룹회장이 된 지 35년밖에 안 된 회사이고, 그 이전의 프랑스 럭셔리 산업은 많은 기업들이 파산위기에 몰릴 만큼 취약한 상태였다. 아르노는 방치돼 있는 역사가 오래된 회사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럭셔리 브랜드로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 냈고, 럭셔리 산업이 프랑스의 중심 산업이 되도록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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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포브스 전 세계 부자 순위 1위 아르노 회장 


아르노는 럭셔리 가문 출신이 아니다. 그의 할아버지가 건설업을 시작해서 아버지가 경영하고 있는 건설회사에서 7년 정도 경영 수업을 받은 후 29세가 되던 1978년 건설회사 대표가 됐다. 3년 후 건설회사는 친구에게 맡기고 미국 플로리다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자본을 축적하게 된다. 


미국을 여행하던 중 뉴욕의 한 택시기사가 현재의 프랑스 대통령은 모르지만 크리스찬 디올은 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가 엄청난 가치가 있음을 깨닫고 명품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당시 법정관리하에 있던 부삭(Boussac)그룹을 정부가 매각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해서 부삭그룹을 인수할 계획을 세운다. 부삭그룹이 크리스찬 디올과 봉 마르셰 백화점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노는 가족들의 돈을 끌어모아 인수자금 1500만달러를 마련하고 은행에서 4500만달러를 빌려서 부삭을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 부삭을 인수한 후 2년 동안 크리스찬 디올과 봉마르셰를 제외하고 나머지 브랜드들과 섬유사업을 매각해 투자액의 20배가 넘는 5억달러의 자본을 축적하게 된다. 이 자본으로 미래 명품 제국을 만들어 갈 비전을 갖게 된다. 


아르노의 인사이트 : 명품 제국 = 영원한 것에 투자한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르노 회장과 대화를 나눈 일화는 유명하다. 아르노 회장의 “30년 후에도 아이폰이 존재할까요?”라는 물음에 스티브 잡스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반대로 스티브 잡스의 “30년 후에도 명품이 건재할까요?”라는 물음에 아르노 회장은 “글쎄요, 모르긴 해도 사람들은 30년 후에도 돔페리뇽을 마시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고 잡스도 동의를 했다고 한다. 


 아르노 회장의 인사이트가 빛나는 대화다. 아르노 회장은 영원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자산에 투자하고 싶어 했다.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명품 브랜드다. 명품은 인류가 갖고 있는 자산 중에서 지키고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장인들과 그 재능에 기반을 둔 브랜드다. 아르노는 인류가 보존해야 할 소중한 기술과 재능을 ‘셰비어 페어(Savoir Faire, 장인정신)’라고 하고 LVMH 그룹의 미션 중 하나는 이러한 인류의 지적 자산을 개발하고 보존하고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일은 영원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곳에 투자하는 것만큼 가치로운 것은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최근의 신기술에 투자하려는 미국 중심의 투자자들과 정반대의 인사이트를 가졌다.  


LVMH의 창업 역사


사실 엄밀하게 LVMH를 만든 사람은 베르나르 아르노가 아니다. 1987년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대표인 앙리 라카미에(Henry Racamier)와 모에 헤네시(Moet Hennessy)의 대표인 알랭 슈발리에(Alain Chevalier)가 두 회사를 합병해 LVMH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운이 좋게 이러한 합병 과정에 아르노도 일부 참여해 소액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합병 후 두 경영자는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툼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1987년 블랙 먼데이로 주가가 폭락할 때 지분을 많이 확보해 놓은 아르노가 LVMH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는 전설적인 은행가 앙투안 베른하임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결국 합병 후 2년이 된 1989년 베르나르 아르노가 LVMH의 회장으로 취임한다. 당시 나이 40세였다. 


젊고 비전이 있고 야심이 많은 경영자 아르노는 3~4년간 LVMH 경영 구조를 혁신하고 자본을 확충한 후 거침없는 M&A를 시작해 인수한 회사를 모두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놀라운 수완을 보여 줬다. 1993년 명품 구두 브랜드 벨루티와 겐조를 인수한 후 매년 2~3개 회사를 인수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M&A 전략 때문에 일각에서는 불편한 시각과 함께 비판도 많았다. 


1999년엔 GUCCI의 지분을 34.4%까지 확보해 인수를 시도했으나 여론의 압력으로 지분을 케어링그룹으로 넘겼고, 2013년엔 명품 중의 명품이라고 하는 에르메스(Hermes) 지분을 23.1%까지 확보했으나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브랜드 가치가 높지만 경영이 어려운 회사들을 인수해 성공시키는 역량은 시간이 갈수록 강화돼 현재 75개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재산 280조원의 세계 최고 명품 제국이 됐다. 이처럼 LVMH의 역사는 곧 M&A와 A&D(Acquisition & Development)의 역사였다. LVMH는 라이선싱 사업이나 자체 브랜드를 론칭해서 육성해 본 적도 없다. 오로지 저평가된 가치와 역사를 가진 브랜드를 인수해서 명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전략으로 현재의 명품 제국을 만들었다. 명품 브랜드 인수는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가리지 않고 인류가 보존하고 남길 만한 브랜드라면 인수를 시도했다. 최근에는 ‘L캐터톤아시아’라는 PEF를 통해 중국과 아시아에서 가치 있는 브랜드를 찾아 투자하고 인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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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제국 완성 LVMH 통해 배운다 ➋] 영원할 수 있는 가치를 찾는 전략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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