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의 가치 “최고의 보통을 지향한다” 모리 타케시 l 비샵(Bshop) 사장

조태정 객원기자 (fashionbiz.tokyo@gmail.com)|24.07.19 ∙ 조회수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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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면서 기능적이며 삶에 있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상 생활 용품과 웨어를 전개하는 비샵(Bshop). 

1994년 일본 고베에서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 광고를 하거나 유명 모델을 통해 홍보를 하지 않고 오롯이 매장 중심으로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셀렉트숍이다. 

올해 론칭 30주년을 맞이했으며 다가오는 가을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가치 있는 상품들을 전개하는 비샵이 오랫동안 브랜드를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모리 타케시 사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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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셀렉트숍 비샵(Bshop)은 어떤 매장인가.  


1994년 오픈 당시에는 디자이너 브랜드나 트렌드 아이템 중심으로 아방가르드 패션을 전개하는 매장으로 시작했다. 비샵 오픈 1년 만에 한신 · 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했고, 고베는 아주 큰 피해를 입었다.


지진 이후 비샵은 아방가르드한 상품에서 벗어나 베이직하고 생활에 필요한 일상 용품을 중심으로 전개했다. 어찌 보면 패션보다 생활에 필요한 일상 용품을 주력하게 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주로 시그니처 아이템, 즉 일본어로는 테이방*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했다.


비샵은 평범하지만 매력적인 상품을 전개해 단골 고객이 점점 늘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입을 수 있고 필요한 아이템을 유행에 관계없이 살 수 있는 매장으로 인정받았다. 이때부터 비샵은 삶에 필요한, 타임리스한 테이방 아이템을 전개하는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예를 들어 주로 내의를 취급해 오던 ‘선스펠(SUNSPEL)’이라는 브랜드를 외출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티셔츠로 소개하고, 화이트 · 블랙 외에도 새로운 색상을 오더해서 전개한 것도 비샵이다.


* 테이방(定番) : ‘정번 상품’이라는 약어로, 유행에 관계없이 안정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 혹은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기본적인 상품을 의미함.


Q. 평범한 스타일을 계속 잘 파는 것은 매우 어렵지 않나.


평생 입을 수 있는 옷 같은 보편적인 아이템들은 결국 뿌리, 근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랑 상통한다. 일상 생활에 스며들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즉 근본적인 부분은 흔들리지 않게 지켜 나가야 한다. 한편으로 비샵은 패션 매장이기 때문에 새로움도 보여줘야 한다. 정말 어려운 부분이지만 ‘밸런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샵은 변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밸런스를 지키고 꾸준히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브랜드를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셀렉트숍들이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오리지널 상품을 늘려서 전체적으로 평범해진 인상이 있지만 비샵처럼 평범하지만 패션적으로 잘 소화해서 제안하는 매장은 흔치 않다고 자부한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우리가 해야 할 것인가’ 의미를 부여해서 바잉하고 매장에서 전개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신중하게 고민한다. 


물론 패션의 역사는 만드는 사람들에 의한 수작업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시간과 사람들이 쌓아온 역사다. 이러한 공장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으로 공장에 오더를 넣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위해 테이방 상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획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무엇보다 일본 마켓은 테이방 아이템을 찾는 손님들도 많기 때문에 비샵의 이런 콘셉트는 적중했다.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전국에 33개 매장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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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본을 중시하는 비샵의 지향점은.  


좀 더 생활에 밀착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토 구미하마라는 지역에 있는 창고 옆에 게스트 하우스를 만들었다.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주말에만 여는 카페도 만들었다. 2003년에는 카페, 레스토랑, 매장까지 함께 있는 ‘호텔 홀리데이홈(HOTEL HOLIDAYHOME)’을 시작했다.


작년에는 27년 동안 창고로 사용했던 곳을 리노베이션해서 노스페이스와 공동으로 1층에 노스페이스, 2층에 비샵을 오픈했다. 


우리는 100명 중 100명에게 사랑받기보다 1~2명이 좋아하면 만족한다. 그 한두 명이 계속 와주고 친구들과 가족에게 소개하고 또 와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브랜드를 신뢰하고 믿는다는 증거다. 오랫동안 유행에 관계없이 기본 아이템을 애착을 갖고 추천하는 신념을 결국 고객들이 알아줬다. 비샵이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평생 입을 수 있는 옷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옷장을 열어보면 5년, 10년이 지난 후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이 많다.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근본적인 자세와 미에 대한 감각은 다음 세대들한테 물려주고 계승해야 하는 하나의 문화다.  


Q. 유행에 민감한 한국에 올가을 진출하는 이유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해왔던 일들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이자 시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말 스피드한 나라다. 10년 동안 한국 마켓을 봐왔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굉장히 성숙해졌다. 예전보다 패션이 세분화됐고 섬세해졌음을 느낀다. 


현재 한국은 유행이 빠르게 지나가고 미에 대한 관념이 새롭게 정착되는 시기다. 한국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가 생각하는 베이직한 아이템에 대한 개념들이 한국에서 통용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때야말로 한번 해 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세계관과 철학을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다. 더 좋은 매장을 만들면 고객이 찾아오고 비샵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만족한다. 지속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최고의 보통’을 외치는 비샵의 한국 진출은 새로운 도전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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