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정·류정하·신민욱...패·잘·알 ‘여성 CEO’ 달린다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4.06.18 ∙ 조회수 4,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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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마켓에서 여성 리더들의 활약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여성 임원이 계속해서 확대되는 가운데 패션을 잘 아는 ‘패잘알’ 여성 CEO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각 기업의 구원투수로 지목된 이화정 데코앤에프 대표, 류정하 마하니트 대표, 신민욱 롯데지에프알 대표 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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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데코앤에프 대표


우먼 파워가 특히 강한 패션업계지만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르는 여성 임원들은 사실 극히 드물다. 창업주나 2세 경영인이 아니면 여전히 C레벨까지 올라가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CEO 자리는 재무제표 실적을 관리하고 숫자에 강한 CFO 출신을 선호하거나 영업까지 가능한 MD 출신을 선호한다. 


하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떠오르면서 패션업계에도 C레벨의 여성 임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패션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패션시장의 주 소비층인 여성을 대상으로 빠르게 트렌드를 캐치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조직 융화 능력, 감성적인 마케팅 영역까지 이들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패션플랫폼(회장 박원희)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코앤에프는 이화정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지난 4월 합류한 이 대표는 온라인 1세대 MD 출신으로 GS홈쇼핑 모바일사업부 e-트렌드팀 팀장, 트라이씨클 상품본부장 상무, 카카오스타일 포스티부문 상무 등을 지냈다. 


카카오 출신 이화정 대표, 데코앤에프 합류


그동안 오프라인 중심으로 성장한 패션플랫폼을 이 대표를 통해 온라인 사업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 엿보인다. 온라인과 패션 두 가지 모두 강점을 갖고 있는 이 대표는 카카오스타일 재직 당시 4050 패션 플랫폼 ‘포스티’의 총괄 디렉팅을 맡았으며, 이 회사의 PB ‘잇파인’의 론칭을 주도하는 등 경험이 풍부하다. 


주로 온라인 유통에서 경력을 쌓은 그가 데코앤에프를 맡으면서 패션플랫폼은 오프라인 사업을, 데코앤에프는 온라인 사업을 전담하는 것으로 이원화했다. 패션플랫폼은 현재 ‘더레노마’ ‘보니스팍스’ ‘데코’ ‘르샵’ ‘리에떼’ ‘XIX’ 등 6개의 여성복을 전개하고 있다. 데코앤에프는 또 전 브랜드의 마케팅 홍보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비주얼라이징을 강화해 브랜드 밸류를 높이고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도 제작해 나가겠다고 전한다.  


이 대표는 “데코앤에프는 온라인 비즈니스, 라이선스 브랜드의 디렉팅, 온라인 브랜드 주요 역할 등 다양하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현재 우리 회사 매출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매출을 30%대까지 키우고, 보유하고 있는 ‘나인식스뉴욕(96NY)’ ‘아나카프리’ ‘텔레그라프’ 등의 리론칭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안정화, 내년엔 온라인 브랜드 새롭게


박원회 회장과 친분이 있어 조인하기 전 외부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해오다 인하우스로 들어오게 됐다는 이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서는 안해 본 게 없을 정도로 다 해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라고 전한다. 


브랜드 제조사가 온라인을 제대로 하는 곳은 별로 없는 데다 데코앤에프처럼 온라인 전담 법인을 운영하는 여성복 회사는 전무해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고. 아직 패션플랫폼이나 데코앤에프의 통합 자사몰이 개설되지 않았는데,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올해는 온라인 사업의 안정화, 내년에는 온라인 브랜드 론칭, 그다음은 플랫폼 모델 등 순차적으로 구상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회사에서 밑바닥 실무부터 임원진까지 20년 이상 쉬지 않고 달려온 이 대표는 “이제는 데코앤에프 대표로서 여성복 기업의 뉴엔진을 창출한 기록까지 써 내려가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지난 20년간 한 번도 여성 CEO 밑에서 일해본 적이 없는데, 남성 리더와는 다른 여성 리더의 강점이 더 도드라지도록, 그리고 존경받는 리더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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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하 마하니트 대표


1세대 디렉터 류정하 대표, ‘유닛’ 브랜딩을


국내 니트 프로모션 1위 기업인 마하니트에는 류정하 대표가 합류했다. 1세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다양한 복종에서 근 30년간 활동했던 류 대표는 처음으로 CEO를 맡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마하니트는 여성 니트 ‘유닛’과 남성 니트 브랜드 ‘더니트컴퍼니’를 전개하고 있는데, 류 대표는 유닛의 브랜딩과 신규 사업을 맡았다.


롯데백화점 NPB로 잘 알려진 유닛은 롯데와의 계약이 끝난 상태로 앞으로 다양한 유통채널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올 1월에 합류한 류 대표는 “오자마자 유닛 주요 매장을 돌면서 마켓 상황을 파악하고, 브랜딩할 수 있게끔 맨파워를 구축했다”라고 말했다. 


류 대표와 손발이 잘 맞는 강영균 차장을 유닛 사업부장으로, 김은형 디자이너를 디자인실장으로, 유승준 차장을 영업팀장으로 새로 영입했다. 유닛의 초창기 시절부터 함께해 온 김영식 온라인MD 차장까지 각각 업무를 맡으면서 니트 프로모션 회사의 강점을 살리지만, 브랜드 ‘유닛’만의 차별화된 강점들이 드러나도록 ‘브랜딩’에 힘쓰고 있다. 


캐시미어 등 확대 이어 내년 온라인 니트 선봬 


다행히 유닛은 올 4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9% 성장하는 등 올해 출발이 좋다. 니트 수요가 늘어난 것도 크게 작용했으며, 소재의 고급화와 사이즈 패턴을 다시 손보면서 타깃층에 걸맞게 기획을 다진 것이 주효했다. 


류 대표는 “어떠한 브랜드를 맡더라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소비자 니즈에 맞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라며 “본질에 충실해야 고정 고객층이 늘어나고 이들을 통해서 확장된다고 본다. 현재는 4050세대 여성에게 초점을 맞춰 베이직한 스타일과 패션 코디에 활용도가 높은 니트웨어를 기획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닛은 팝업 포함 33개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F/W 시즌에는 캐시미어 등으로 특화된 팝업 매장을 확대해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아난티 부산점 등 신규 유통채널도 뚫고 있고, 니트 전문 브랜드에 대한 유통업체의 러브콜이 이어져 더 탄탄하게 ‘니트’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이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메인으로 펼칠 신규 니트 브랜드도 구상 중이다. 


한편 류 대표는 폴스튜디오, 트루사르디, 맨스타, 인디안, 헤리토리, 지센옴므, 올포유, 캘러웨어골프웨어, 오프로드 등에서 디자인 디렉터와 사업부장으로 30년 넘게 왕성하게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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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욱 롯데지에프알 대표


롯데GFR 구원투수 신민욱 대표, 비전은?


롯데지에프알은 지난해 9월 ‘해외패션 전문가’라고 불리는 신민욱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했다. 신 대표는 제일모직(현 삼성물산패션부문), 한섬, 프라다 등을 거친 패션 베테랑으로 롯데지에프알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동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신 대표를 선임한 롯데그룹으로서는 아픈 손가락이나 다름없는 롯데지에프알을 새롭게 이끌고 싶은 의지로 보이지만, 신 대표가 짊어질 수익 개선에 대한 부담감이 사실 크기 때문에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신 대표는 “처음 롯데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망설이긴 했다”라면서 “그렇지만 롯데에서 패션사업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롯데니까 할 수 있는 사업들도 많다고 봐서 어렵게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국내 패션 대기업들과 글로벌 패션 기업 등에서 쌓아온 경험치를 잘 활용하면 잠재력이 발휘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조직 재정비 통해 실력 있는 임원진 배치 


그는 당장 매출이나, 예전부터 외쳤던 1조 목표 등의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신 대표는 “현재 회사 매출로 봤을 때 효율과 이익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작지만 단단하게 롯데유통과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콘텐츠를 키우는 데 비전을 두고 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신 대표가 주축이 돼 2025년 상반기에는 신규 브랜드(수입)를 론칭할 계획이며, 이후 계속해서 신규 사업과 기존 사업의 리뉴얼을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롯데지에프알에 부임한 다음 직접 인선 작업에 나서며 업계 내로라하는 주역들로 부문별 임원진을 새로 배치했다. 


조직은 3부문(국내, 영업, 수입사업) 3실(경영지원, 재무기획, 마케팅)로 개편한 가운데 국내사업부문장은 한섬 출신의 임은경 상무, 영업부문장은 한섬 출신의 박광훈 상무, 수입사업부문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출신 공미란 상무가 맡았다. 


2025년 수입 브랜드 론칭 등 ‘차근차근’


신 대표는 “이전에 한 번씩 호흡을 맞췄던 임원들이라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뢰가 있다”라며 “올해는 기존에 전개하던 사업 중 영업 실적이 부진한 브랜드를 정리하고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브랜드 육성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올해를 전략적 체질 개선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퍼포먼스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캐나다구스’의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글로벌 전략에 맞춘 사계절 브랜드로 사업을 전개한다. 프랑스 윈드브레이커 브랜드 ‘까웨’는 수입 라인을 재정비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전개할 예정이다. 여성 컨템퍼러리 패션 ‘나이스클랍’은 핵심 상품 라인 강화 및 고급화 전략 등을 가동하고 있다. 


한편 신 대표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제일모직 해외상품사업부 팀장을 지냈으며, 이후 자리를 옮겨 한섬 해외패션사업부 상무로 경험을 쌓았다. 이어서 프라다코리아 리테일 디렉터 자리를 거치며 경영자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뒤 롯데지에프알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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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 네파 부사장


김정미 네파 부사장, 브랜딩 헤드로


지난해 11월 네파 COO로 새출발한 김정미 부사장도 여성 리더로서 눈길을 끈다. 김 부사장은 패션계에서 잘 알려진 대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일모직에 입사했으며, 삼성그룹 여성 공채 출신 중 최초로 임원 자리에 오르며 이목을 끌었다. 


김 부사장은 삼성물산패션부문 재직 시절에는 ‘구호’ ‘르베이지’ 등 여성복을 주로 맡아 사업부장으로 활약했다. 2017년 휠라코리아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스포츠분야까지 확장, 복종을 넘나들며 총괄본부장 역할을 했다. 2021년에는 글로벌세아의 계열사인 에스앤에이에서 ‘존스’ ‘컴젠’ ‘티리버럴’ 등 다수의 신규 브랜드를 이끌면서 브랜드 전략 수립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김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네파에 새로이 둥지를 틀면서 이 회사의 이선효 대표, 홍정아 상품기획 CD 등 삼성 출신들과 함께 리브랜딩과 고급화를 이끌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김 부사장은 상품기획부터 마케팅과 VMD까지 실질적인 브랜딩 헤드로서 활동 중이다. 


네파는 김 부사장 주도로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조이 오브 네이처’를 실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브랜드로서 친환경 소재를 확장하고, 공식 온라인 채널인 ‘엔플러스’를 전문 아웃도어 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해 아웃도어를 즐기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더불어 MZ세대와 3040세대 여성 등에서 신규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해 소재, 컬러, 핏, 스타일 등을 각 유통채널 특성에 맞게 상품력을 강화해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아웃도어 브랜드로 거듭날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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