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드 베제롱 레포시 CEO "수작업으로 완성한 모던 럭셔리"
“우리는 작은 브랜드이지만 특별하다. 예술과 건축, 전통적인 과정에서 얻은 영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차별화된 디자인의 럭셔리로 제안한다. 채굴부터 마감까지 전 과정은 윤리의식과 장인정신을 갖고 이뤄지며, 100% 핸드메이드로 제작한다. 주얼리를 착용했을 때 주얼리보다는 착용한 사람의 룩과 취향을 돋보이게 해주는 브랜드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 지난달 방한한 앤 드 베제롱(Anne de Vergeron) 레포시 CEO가 한 말이다.
LVMH그룹(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에 속한 하이엔드 주얼리 ‘레포시(REPOSSI)’가 한국에 상륙한 지 반년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아 웨스트에 공식 매장을 오픈한 이 브랜드는 국내에서 ‘베르베르’ ‘앙티페’ ‘세르티 수르 비드’ 등 대표 상품을 속속 알리며 취향이 확실한 럭셔리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넓혔다.
베제롱 CEO는 레포시의 대표 하이엔드 라인인 ‘세르티 수르 비드(Serti sur Vide)’ 컬렉션의 10주년 기념을 축하하고, 새로운 컬렉션과 작품을 한국 시장에 직접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서울은 전통적인 문화가 남아 있는 공간 속에 더 없이 현대적인 건축물과 예술이 들어선 곳으로, 레포시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소비자들 역시 장인 정신과 예술에 높은 이해도를 가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라며 한국과 서울에 대한 첫인상을 전했다.
아트 피스 같은 주얼리, 조용한 럭셔리 끝판왕
한국 소비자들에게 레포시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 베제롱 CEO는 “레포시를 소개할 때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을 빼놓을 수 없다. 파리 최고의, 클래식과 럭셔리를 대표하는 그 공간에서 레포시는 3대째 독보적인 주얼리를 제작하고 있다. 레포시의 모든 작품은 비유나 재해석,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방돔과 이탈리아의 하이엔드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완성한다. 클래식한 과정을 통해 더없이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레포시만의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레포시의 주얼리는 화려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눈으로만 봐도 아름답지만, 직접 착용해 보면 그 매력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라며 인터뷰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직접 이어커프를 착용해 보여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레포시는 가장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기법을 통해 색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시그니처 라인인 세르티 수르 비드의 경우 보석 세공사와 장인들이 반지의 중앙을 장식하는 보석을 고를 때, 손가락을 붙인 채 손가락 사이 위에 보석을 올려놓는 모습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었다. 보석을 중앙에 놓지 않고 손가락 사이에 올려진 그대로 라인을 잡아 마치 밴드 없이 다이아몬드가 떠 있는 듯한 모습을 완성했다.”
클래식 = 전통? NO, 정체성은 재해석과 혁신
물론 전통을 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슬슬 인기를 얻고 있는 레포시의 이어커프는 원석을 아래로 주렁주렁 매단 클래식 샹들리에 디자인에 반전을 줘 귀 형태를 따라 위로 타고 오르는 스톤의 모습이 특징이다. 럭셔리 브랜드라는 전통에 묶이지 않고 그 아이디어를 재해석하고 반전을 주는 혁신적인 방식을 취한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에는 가치나 퀄리티, 전통성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잣대도 엄격한 편이다. 레포시는 어떨까. 베제롱 CEO는 “궁극적으로 최고의 주얼리를 완성해 가는 과정도 브랜드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포시가 사용하는 모든 원석과 재료는 추적 가능하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자원을 최대한 올바르게 사용하고,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윤리적인 노동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레포시가 사용하는 금의 50%는 재활용 금이다. 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순도 높게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재활용 금의 사용 비중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원석 채굴은 땅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간단한 도구와 손을 사용하며 보석 원산지인 아프리카의 땅을 해치지 않기 위해 광산에 폭발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재활용 금 · 추적 가능한 원석만 사용
또 아프리카의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레포시의 원석 중 대부분이 여성이 소유한 광산에서 채굴된다. 레포시는 아프리카에서 여성이 운영하는 사파이어 광산과 협업해 세르티 수르 비드 라인 컬렉션을 제안하기도 했다. 단 추적 가능한 방법으로 소싱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와 보석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랩 그론(연구실에서 인공적으로 제작한) 다이아몬드는 사용하지 않는다.
베제롱 CEO는 “화려한 고가품이어서 럭셔리가 아니라 레포시의 상품을 만드는 모든 순간의 윤리적인 과정과 장인 정신까지 명품이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높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의 의미가 더욱 깊다”라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레포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그는 의외로 투자 전문가 출신이다. 전통적인 주얼리 기업 경영인이 아니라 레포시를 맡기 전 16년 동안 투자 은행에서 경력을 쌓았고, LVMH그룹에서도 사업 개발 업무를 맡아왔다. 이런 특별한 경험이 하이엔드 주얼리 시장에서 남들과 다르게 레포시를 성장시키는 데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사람이 레포시를 알고,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날, 특별한 일을 축하하기 위해 소비를 해야 할 때 생각나는 브랜드가 레포시였으면 한다. 취향이 있는 소비자들이 사랑하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앞으로 서울에서도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공간을 찾아 새로운 매장을 확장하고 싶다. 일본을 거쳐 서울에 왔고, 앞으로 서울을 시작으로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레포시를 소개하려고 한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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