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마켓 상반기 매출 '휘청' 속 선방한 브랜드 어디?
패션 시장 경기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패션 중견기업들의 매출이 휘청이고 있다. 경기불황과 소비 감소, 그리고 실종된 봄 시즌까지 삼중고를 겪으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상반기 내내 찬바람이 불고 있는 패션업계는 하반기 반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1~4월 패션 중견기업들의 매출을 살펴볼 때 전년대비 보합세 정도라면 매우 우수한 성적표다. 그만큼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한 브랜드가 손에 꼽힐 정도로 줄줄이 역신장을 면치 못했다. 역대급으로 옷이 안팔린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엄살이 아니다.
경기 침체나 소비 위축, 날씨 요정이 도와주지 않은 환경적인 요소도 물론 있지만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요구하는 니즈에 얼마나 가깝게 갔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업계 내 토종 브랜드, 볼륨 브랜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추세는 좋지 않는 신호다.
패션대기업들이 외형 확장과 효율화를 위해 점차 수입 브랜드를 늘리는 상황에서 제조 기반의 의류회사들이 위축된다면 내수 패션 시장의 성장성은 한계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상반기 다소 부진했던 패션기업들은 하반기에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타이트한 예산관리와 비효율적인 구조는 과감하게 개선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도 곳곳에 포착된다.
역대급 옷이 안팔린 시즌 '적신호' 곳곳에
이 가운데서도 성장한 브랜드들이 눈에 띈다. 먼저 여성 어덜트 마켓은 인동에프엔(대표 장기권)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쉬즈미스'는 1~4월 매출이 전년대비 10.2% 성장하며 업계 톱을 찍었다. 이 회사의 '리스트'도 같은 기간 12.8% 성장하며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품질대비 합리적인 가격대와 시즌 트렌드를 놓치고 않고 다양하게 제안하면서 볼륨 여성복의 표본모델을 만들었다.
신원(대표 박정주)의 '베스띠벨리'와 '씨'는 2년 전 반등의 기회를 잡고 유통망을 넓히고 물량을 늘린 결과 베스띠벨리는 14.2%, 씨는 11.9%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가두상권에서 숙녀복의 틈새시장을 뚫고 매출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뉴포티 타깃의 캐주얼 룩과 세미 정장류를 강화하는 등 4050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상품기획이 적중했다.
세정(회장 박순호)의 '올리비아로렌'과 위비스(회장 도상현)의 '지센'도 선방했다. 여성 어덜트 마켓의 강자로 자리를 굳힌 올리비아로렌은 한층 트렌디한 디자인과 소재 고급화 등을 실현한 것과 300여개 매장 점주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고객들과 밀착 대응하도록 한 현장영업력이 힘을 발휘했다.
쉬즈미스
쉬즈미스·베스띠벨리·올리비아로렌·지센 선방
지센 역시 젊은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대, 그리고 상품 라인을 다양화해 연령대별 취향에 맞추고 남성 라인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전년대비 5.5%의 성장률을 이룰 수 있었다. 지센은 또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55% 성장해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패션그룹형지(부회장 최준호)의 '크로커다일레이디' '올리비아하슬러' '샤트렌' 등은 전년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올 하반기를 기해 보다 상품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고, 각각의 브랜드가 자기 색깔을 내는데 보다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우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어덜트 캐주얼 마켓은 상대적으로 매출 하락이 두드러졌다. 세정의 '웰메이드', 한성에프아이(대표 김영철)의 '올포유', 신한코리아(대표 김한철)의 'JDX' 등은 전년대비 2~8%대의 역신장세를 보였다. 반면 독립문(대표 김형건)의 '피에이티'는 3.2% 성장하며 계속해서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볼륨존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시장 자체가 침체되면서 브랜드들 역시 역신장폭이 깊었다. 에스씨지코리아(대표 지철종)의 '와이드앵글'과 한성에프아이의 '레노마골프' 등은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보이며 주춤했다. 이들 브랜드들은 최근 리브랜딩을 진행하며 다시 한번 고삐를 조이고 있다. 한편 한성에프아이는 뉴엔진 브랜드인 '테일러메이드어패럴'이 전년대비 7.3% 성장률을 보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노스페이스' 거침없는 매출 독주에 주목
비교적 순탄한 매출 파워를 가져가는 아웃도어 업계도 올 상반기는 난항을 겪었다. 다만 영원아웃도어(대표 성기학)의 '노스페이스'는 올 1~4월 매출이 전년대비 16.2% 성장한 3118억원을 기록,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코오롱FnC부문(대표 유석진)의 '코오롱스포츠'와 에프앤에프(대표 김창수)의 '디스커버리'도 전년대비 각각 3.4%, 0.2% 등 소폭 신장하며 순항 중이다.
반면 케이투코리아(대표 정영훈)의 '케이투', 비와이엔블랙야크(회장 강태선)의 '블랙야크', 네파(대표 이선효)의 '네파',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대표 배정원)의 '컬럼비아스포츠웨어'는 전년대비 역신장률을 보이며 전통 아웃도어 전반의 매출 상황은 잠잠했다.
남성 캐릭터 조닝은 계속해서 캐주얼라이징과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신규 라인 론칭 등으로 실적 개선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예복 수요 증가 등으로 슈트 판매도 회복되고 있지만 예년 만큼의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며 전체적으로 역신장폭이 크게 나타고 있다.
지오송지오
지오송지오·지이크·리버클래시, 성장 우세
올 1~4월 가장 신장률이 높았던 브랜드는 지오송지오인터내셔널(대표 송재우)의 '지오송지오'로 전년대비 무려 33.2%가 올라간 수치다. 아직 외형 면에서는 톱 클래스는 아니지만 '송지오' 특유의 디자이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등 차별화한 것이 주효했다.
더불어 신원의 '지이크', 파스토조(대표 박용수)의 '리버클래시' 등이 컨템퍼러리한 감각으로 꾸준히 캐주얼 라인을 확장하면서 성장세로 돌아섰으며, 원풍물산(대표 이두식)의 '킨록앤더슨'의 경우도 3040 남성들을 위한 비즈니스 캐주얼 착장과 트렌디한 요소를 접목해 좋은 반응을 일으켰다.
반면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지오지아'와 '앤드지'는 매출 외형 면에서는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신장률에서는 마이너스를 보였다. 신성통상은 지오지아, 앤드지 외에도 '올젠' '에디션센서빌리티' 등 4개 브랜드가 공히 합리적인 가격대와 셔츠·팬츠·재킷 등 남성 기본물에서 강했던 데에서 나아가 디자인력 보강과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새롭게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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