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팔로워 얼마? 패션마켓 '팬덤' 경쟁 뜨겁다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4.03.25 ∙ 조회수 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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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패션업계에 ‘팬덤’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아이돌 팬들 사이에 인기의 척도로 여겨지는 팬덤이 패션 브랜드에서도 팬덤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브랜딩의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팬덤이 곧 매출이고, 팬덤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마케팅이 되는 현실이다. 패션 마켓에 불고 있는 팬덤 현상, 업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상품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제조원가는 정해져 있고,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브랜드의 수익성, 효율성 면에서 매우 중요해졌어요. 미디어나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우리 브랜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우리 브랜드와 어울리는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와 손잡는 게 가장 집중도가 높죠.”

“젊은 세대일수록 TV나 패션잡지를 보지 않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잖아요. 브랜드 입장에서 마케팅을 하려면 SNS 팔로워, 즉 팬덤이 확보된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게 비용대비 피드백이 좋아요. 영상 광고도 TV에 하는 것보다 유튜브에 태우는 게 낫구요.”

10만 인플루언서 잡기! 가장 빠른 피드백 '효과'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툴이 이미 SNS 채널로 넘어갔다. '조중동'에 광고한다는 브랜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시선과 라이프가 휴대폰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을 따라가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존재하는 패션업계에서는 고정고객을 넘어 팬덤으로 만들어야 하는 미션이 하나 더 생겼다.

몇몇 패션 회사에서는 디렉터를 뽑을 때도 팔로워 수가 얼마인지 체크한다. 디렉터 자체가 영향력 있는 셀럽이길 원하는 것이다. 디렉터가 입고 스타일링하는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구매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하나의 마케팅인 셈이다. 이제 디렉터의 팬덤 규모가 디자인 실력이나 커리어 보다 높게 평가받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플루언서 브랜드로 가장 성공한 브랜드는 단연 '마뗑킴'을 꼽을 수 있다. '블로그 마켓의 신화'라 불리는 마뗑킴은 2015년 론칭해 10여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만큼 영향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이 브랜드의 창업자이자 디렉터였던 김다인 대표가 사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지만 투자사인 하고하우스에서 DNA를 유지하면서 일본 시장까지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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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팬덤 '다이닛'에 몰려 3.4만 팔로워 확보

김다인을 추종하던 팔로워들이 마뗑킴을 이탈할 수 있지만, 마뗑킴 자체가 1000억대의 볼륨 브랜드로 이미 대중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제는 마뗑킴에서 김다인을 빼는 노력을 하고 있다. 김다인의 마뗑킴이 아니라 마뗑킴 자체를 브랜딩하면서 영캐주얼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마뗑킴과 결별한 김다인 대표는 지난 2월23일 새출발을 알리며 뉴 브랜드 '다이닛'을 공식 론칭했다. 그리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와 협업한 ‘DEINET and ASICS’ 스니커즈를 선보이며 팬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김다인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는 15만2000명, 다이닛 공식 계정은 3만4000명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다이닛 계정은 오픈한 지 한 달만에 3만명을 돌파하며 '김다인' 팬덤의 화력을 보여줬다. 김다인 대표는 3월 중순 출산 전후로도 고객들과 소통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필요성 보다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구매욕

김다인 대표는 팬덤 브랜드의 성공 요소가 브랜드의 디렉터이자 대표인 본인이 직접 고객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듯하다. 고정고객과 팬덤의 차이점이라면 고정고객은 제품의 '필요성'에 의해 브랜드 구매가 이뤄진다면, 팬덤은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당장의 필요성 보다는 무조건 사야한다는 구매욕에서 이뤄진다.

다시 말해 디자이너 브랜드는 ‘디자이너 색깔’이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면, 인플루언서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의해 움직이는 브랜드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대표는 “TV에 광고를 하고 잡지에 광고를 내는 건 공급자 마인드,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들이 하는 마케팅 활동은 광고인 줄 알면서도 소비자 마인드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다르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인플루언서들이 어느 정도 팬덤이 확보된 다음에 자기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건 전문 디자이너는 아니더라도 소비자 마인드를 읽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론칭해서 지속적으로 운영되거나 성공 궤도에 오르는 데는 많지 않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인플루언서 브랜드 러시, 오래 가진 못해

인플루언서 브랜드의 ODM을 많이 맡고 있다는 프로모션 업체 대표는 “컬렉션 사진 하나를 들고와 샘플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옷 제작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서 브랜드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10차 리오더에 몇 천 장씩 판매되는 걸 보고 시장이 바뀌었다는 걸 감지했다. 일본 패션 시장처럼 소규모의 개성 있는 오타쿠 브랜드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오히려 제도권 브랜드들은 물량이 줄어들고 리오더가 적은데, 핫한 인플루언서 브랜드는 예상치 않게 물량이 몇 천 장씩 오더가 들어와 놀랐다”고 덧붙였다. 패션 시장의 판을 흔드는 팬덤의 파워, 그 흐름이 결코 잔잔하지 않다. [패션비즈=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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