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팬덤 ‘이얼즈어고’ 주목
강우현 기자 (noblekang@fashionbiz.co.kr)|24.03.15 ∙ 조회수 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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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애니멀(대표 이태형)의 ‘이얼즈어고’가 9년째 꾸준하게 성장하며 캐주얼 마켓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론칭한 이 브랜드는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30% 성장했다. 83㎡(약 25평) 규모로 운영하던 자사의 편집숍 ‘어파트프롬댓스토어’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확장 오픈하며 사세를 넓혔다.
기존에 하숙집으로 운영하던 건물을 증축해 총 5층 규모의 사옥으로 리모델링했다. 1층과 2층은 어파트프롬댓스토어의 쇼룸으로, 3층부터 5층은 사무실과 디자인실 등으로 사용 중이다. 올해부터는 자사몰에 더욱 집중해 운영할 계획이다.
유통망을 늘리는 것보다 브랜딩에 힘써 내실을 다지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얼즈어고는 S/S 시즌과 F/W 시즌 2번에 걸쳐 컬렉션을 전개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고, 일 년 동안 총 4번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가 직접 테스트한 E.C.P 호응도↑ 높아
소비자와 좀 더 가까이서 자주 소통하면서 판매 적중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또 제품 출시 전에는 이태형 모던애니멀 대표 겸 상품 총괄 디렉터가 직접 입어 보고 세탁하며 얻은 데이터를 리포트 형식으로 정리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준다. 이얼즈어고는 ‘이얼즈어고(Years Ago)’ ‘이얼즈어고디스탠스(Years Ago Distance)’ ‘와이알에스(Yrs)’ 등 3가지 라인으로 나눠 상품을 전개한다.
이 대표는 “좋아하던 의류가 세탁 후 줄어들어 속상했던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며 “이얼즈어고는 세탁 후 옷이 줄어들어 소비자가 겪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ECP(Easy Care Product) 인증 프로젝트를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디렉터인 이 대표가 컬렉션 출시 전 미리 제품을 입어 보고 세탁하며 의류 수축의 정도, 열 건조 가능 여부, 염색의 견뢰도 등을 직접 확인한다.
그는 “업체에 대행을 맡겨 진행할 경우 불확실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시작했다”라며 ‘E.C.P(Easy Care Produc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일간 직접 착용하고 생활하며 얻은 수축률, 외관 변화율, 염색 견뢰도 등의 정보뿐만 아니라 소재에 따른 적절한 관리법 등을 제품 설명란에 상세하게 적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스토리 담은 SNS 포스팅, 30만명 도달
원단의 부드러운 정도, 두께, 구김 복원력, 탄성, 이염 등을 정리한 그래프도 제공한다. 제품을 먼저 입어 본 이용자의 입장에서 상품 사용 후기를 적어둔 셈.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세탁 후 옷이 줄어드는 정도를 미리 알 수 있으며 의류에 따른 알맞은 관리법을 숙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직접 제품을 테스트하며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지속하고 싶다”라며 “나중에 회사 규모가 커져도 ECP 인증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옥 5층에 ECP 인증 프로젝트를 위한 세탁 장비와 건조 장비를 배치했고, 후에는 더 큰 규모의 ‘ECP 연구소’를 설립해 사전 테스트 리포트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개인 SNS 채널도 이얼즈어고의 성장에 한몫했다. 개인 SNS 계정에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글이 아닌, 이얼즈어고 제품들의 디자인 아이디어의 발전 과정과 본인의 패션 취향 등을 상세하게 공유했다. 그는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좋을 것 같아 시작했다”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가 디자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팔로워 수가 3만명이 채 되지 않는 계정이지만, 콘텐츠는 작년 하반기 기준 도달 수가 30만 계정을 넘었다. 마케팅 효과를 얻고자 SNS를 열심히 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개인 계정을 통해 이얼즈어고로 새롭게 유입되는 사람의 수가 늘었다. 개인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브랜드 홍보에 도움이 된 것. 이 대표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이야기에 공감하고 흥미를 가지면서 이얼즈어고의 디자인 이야기에도 많은 반응을 보였다”라며 “브랜드의 제품만을 포스팅하고 홍보했다면 분명 그만큼의 호응은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형ㅣ모던애니멀 대표
“진정성이 가장 중요, 성장보다 내실”
론칭 초반부터 진정성 있게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고객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높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괜찮은 조건의 회사에서 시작한 첫 번째 사회생활이었지만, 딱딱한 기업문화에 피로를 느껴 퇴사를 결심했다. 이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진로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결국 1년 정도의 준비 끝에 패션 광고 회사에 입사해 그래픽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이어 나갔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오롯이 나만의 작업에 열중하고 싶은 갈증이 생겼고 그렇게 두 번째 진로 고민을 시작했다. 진로의 방향을 몇 번이나 틀었기 때문에 다시 기로에 놓였을 땐 정말 간절했다. 굶어 죽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패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이얼즈어고를 론칭한 후 지금까지 9년간 꾸준하게 성장했다. 올해는 고속 성장을 기대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며 브랜딩에 힘쓸 예정이다. 예전엔 누군가와 경쟁하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경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계별로 몇 배 성장하겠다는 계획도 메모에서 지웠다. 빠른 성장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고, 스스로가 얼마나 건강하게 일하고 일과 삶이 얼마나 잘 융화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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