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파, 국내 소싱 뉴 웨이브로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4.03.14 ∙ 조회수 6,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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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파(대표 윤순민)가 국내 소싱의 한계를 뛰어넘어 차세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사양산업은 있어도 사양기업은 없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비에파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을 쉬지 않고 공장을 돌리고 있다.

현재 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는 40여 개로, 패턴만 맡기는 브랜드부터 샘플까지 혹은 봉제까지 그리고 전 공정을 의뢰하는 곳 등등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외를 통틀어 다른 공장에서는 할 수 없는 오더를 해결해 주기 때문에 급할 때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곳이 비에파이기도 하다.

비에파는 의류 개발과 메인 생산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의류 생산 하우스다. 이 회사 수석 모델리스트인 윤순민 대표가 전 공정을 직접 관리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2016년 1월에 설립해 만 8년이 됐으며, 1989년생인 윤 대표는 올해 나이 35세로 동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젊은 오너다.

다품종 소량생산 · 까다로운 디테일 척척

비에파는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랩(LAB)과 팩토리(FACTORY)로 나눠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랩은 프로모션 · 소재 · 디자인 · 패턴실 · 샘플실 등 의상 개발을 전담하고, 팩토리는 봉제 라인을 맡는다. 비에파의 강점이라면 개발부터 생산까지 내부에서 진행한다는 점이다. 브랜드들이 내부 개발실이나 자가 공장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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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어떤 스타일이 투입되더라도 수량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20~50장 정도의 소량 생산도 가능하고, 빠른 리오더, 디테일이 복잡한 디자인 등등을 해결해주면서 다양한 업체의 러브콜이 이어진다. 여성복과 남성복 우븐을 주력으로 하지만 협력 공장을 통해 다이마루 기획 및 생산도 가능하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비에파를 거쳐 간 브랜드로는 얼킨, 포터리, 민주킴, 송지오옴므, 기준(KIJUN), 시에, 쓰리타임즈 등이 있으며 패션 기업으로는 코오롱FnC(래코드), 원풍물산(킨록), 에스앤에이(T리버럴, 컴젠), 신원(스테인가르텐) 등이 있다.

8년간 400개 브랜드, 1만 스타일 개발

지난 8년간 400여개 패션 브랜드들과 작업했으며, 약 1만 스타일의 의상을 개발하고 납품하며 탄탄하게 성장 단계를 밟았다. 또한 원단과 부자재 개발에 특화된 부서가 있어 브랜드에서 원하는 소재를 빠르게 찾고 개발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윤순민 대표는 “우리는 근접 생산을 하는 온라인 브랜드, 디테일이 독특해 손이 많이 가는 디자이너 브랜드, 또 개발 단계부터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인플루언서 브랜드 등과 함께하는 작업이 많다”라며 “따라서 분업화된 라인 생산이 아닌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서 하는 셀 생산을 하고 있다. 부티크 브랜드의 제작 형태를 시스템화한 것이라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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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방식은 숙련된 베테랑들만 할 수 있어, 대량 생산이 주력인 공장들에서는 하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다. 비에파는 국내 공장 만의 특화된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비에파는 월 100스타일 개발, 재킷 기준 월 4000장을 생산할 수 있는 캐파다.

재킷 기준 월 4000장 생산 캐파 갖춰

신구의 조합을 중시하는 윤 대표는 50~60대 이상의 생산 인력과 젊은 보조 인력이 손발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인 나를 비롯해 개발 인력들이 젊기 때문에 감각 있고 젊은 브랜드의 니즈를 파악하고 구현하는 데 장점이 있다”라는 윤 대표는 “생산파트에는 숙련된 장인들이 복합한 구성을 해결해줘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한다.

비에파는 또다른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바로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브랜드와 생산업체의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2020년 론칭한 여성복 ‘이아(EAAH)’는 윤 대표의 아내인 황혜영 실장이 주축으로 전개하는 브랜드다. 황 실장은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대기업에서 VMD로 활동하다가 비에파에 합류해 브랜드 사업을 펴고 있다.

2020년 여성복 ‘이아’ 론칭, 신사업 확장

이아는 온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하며 패턴은 윤 대표가, 디자인은 황 실장이 맡아 전문성을 높였다. 소재와 봉제 퀄리티에 비해 가격대가 합리적이고 유행을 타지 않는 ‘올드머니룩’ 스타일이 많아 다양한 연령층에서 고른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66㎡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 중인데 국내 고객뿐 아니라 중국 등 외국인 고객들도 늘어나 올해 해외 수출도 일부 시작하게 됐다.

윤 대표는 “이아를 론칭하면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으로는 원가를 맞추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라며 “당연히 개별 아이템으로 보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원가가 더 높지만 온라인 브랜드는 모든 아이템이 골고루 팔리기 보다는 특정 아이템에 치중해서 팔리는 경향이 높고, 재고가 발생하면 오프라인 브랜드보다 재고 처리가 어렵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아는 재고 회전율을 극단적으로 높히는 방법을 적용했다. 자체 공장에서 여러 SKU를 소량으로 만들어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 방식을 구현했고, 비에파는 다년간의 노하우로 이런 방법이 가능했기에 직접 적용하고 있다. 비에파는 앞으로 매출 기준으로 볼 때 생산 공장 70%, 이아 브랜드 30% 비중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아를 통해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노하우를 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윤 대표의 말에서 비전이 느껴진다.

윤순민 l 비에파 대표
디자이너 겸 모델리스트 4명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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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파의 강점은 우리 회사 수석 모델리스트인 나를 포함해 4명의 패터너가 근무하고 있는 점이다. 우리 회사의 모델리스트는 다른 회사의 패터너와 다르게 디자이너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소재부터 디자인, 패턴, 제작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패션 브랜드 산업은 궁극적으로 제조업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디자이너의 감성을 옷으로 표현하고 구현하는 것은 모델리스트나 비에파 같은 회사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의 ‘피어오브갓’이나 일본의 ‘꼼데가르송’ 같은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나라의 생산기반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모델리스트가 된 계기는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옷을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디자인, 패턴, 봉제, 소재 등 구성에 관련된 모든 것을 파고 들었다. 당시에는 모델리스트가 되겠다는 것보다는 그저 옷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관련 공부를 하다가 패턴이 옷을 만드는 데 중요한 설계가 된다는 것을 알아 패턴 공부를 더 열심히 했고, 대학교 재학 시절 서울 모델리스트 콘테스트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LF의 테크니컬 디자이너에 지원해 취업했으며 (1년 6개월가량 일했다.)

이후 직접 패턴을 제작하고, 원단을 만지면서 옷 만드는 것에 더 흥미를 느껴서 회사를 그만 두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서울 중구 소공동에 수제 양복 공장 한 켠을 빌려 옷 만드는 공부에 몰두했다. 그러다 우연히 학교 선배의 서울컬렉션 의상 패턴을 맡았고, 그 일이 매우 재밌어서 비에파를 창업했다. 당시 비에파는 1인 기업 형태의 작은 패턴실로 시작해 점차 영역을 넓혀 샘플도 진행했고, 규모를 늘려 메인 생산까지 하게 된 것이다.

비에파는 설립한 지 8년 동안 400여개 브랜드의 패턴과 메인 생산을 맡았으며, 수많은 국내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옷을 만들 수 있게 지원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산업자원통상부에서 봉제유공부문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국내 생산공장은 사라지고 있고, 나처럼 30대 오너가 운영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 그만큼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하는 분들 대부분이 60대로 고령화돼 있기 때문에 전망이 밝지 않다. 그래서 비에파는 더더욱 국내에서도 생산이 활성화될 수 있고 생산공장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 패션 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지속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고, 새로운 브랜드들이 옷을 개발하고 만들기 쉬워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온라인 브랜드가 많아지는 흐름을 봤을 때 소(小)로트 생산도 가능한 공장은 필요하다. 브랜드 론칭 초기에 업체를 잘 못 만나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며 옷을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일부 프리랜서 디자이너나 프로모션 회사는 그런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이제는 비에파가 전면에 나서서 K-브랜드의 성장을 돕고 싶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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