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패잡] 이재경 변호사 · 건국대 교수
명품백 리스크, 중고백 리스크, 샤넬과 WGACA
명품백은 항상 뜨거운 감자다. 명품백을 구매하려는 많은 여성의 ‘로망’이기도 하고, 그것을 사서 구애하려는 많은 남성의 ‘폭망’이기도 하다. 남녀 모두에게 리스크다. 최근 명품백은 또 다른 리스크를 낳고 있다. 대통령 영부인을 둘러싼 명품백 리스크가 정치판을 뒤덮었다.
덩달아 명품백의 본고장 샤넬은 ‘중고백 리스크’마저 동일선상에 올려놓았다. 2018년 3월 상표권 침해와 짝퉁 판매 혐의로 미국의 럭셔리 빈티지 숍 WGACA(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를 고소하면서 최고급 백은 리스크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샤넬이 WGACA에 제기한 혐의는 허위광고, 부정경쟁, 허위보증 등 광범위했다. WGACA가 샤넬과 마치 제휴를 맺고 있고, 인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샤넬의 브랜드 신뢰와 호감을 판매했다는 주장이었다. 나아가 WGACA가 SNS에 샤넬의 마케팅 자료, 제품 이미지, 광고와 상표를 사용하고 #WGACAChanel 해시태그로 진품 보증한 점도 혐의에 들어갔다.
워낙 브랜드 가치가 높은 만큼 샤넬은 상표 및 브랜드 가치 보호에 투철하다. 이번 분쟁은 빈티지 소매업체에 대한 첫 대응조치라서 큰 관심을 끌었다. 중고품의 판매가 상표권 침해인지 모든 촉각이 곤두섰다. 이어 샤넬은 미국의 인기 리세일 사이트 ‘더리얼리얼’까지 동일 혐의로 고소했다.
더리얼리얼은 판매 제품들이 100% 진품이라고 주장했지만, 샤넬은 더리얼리얼이 판매하는 샤넬 핑크 페이턴트 플랩백 등 7종이 시리얼 번호와 일치하지 않는 위조품이라고 주장했다. 더리얼리얼은 샤넬 제품 인증을 위해 전문가를 훈련시켰다고 홍보했지만, 샤넬은 자사 정품의 인증 훈련은 오직 샤넬에서만 가능하다면서 반박했다.
2024년 2월, 브랜드 명예를 지키려는 샤넬의 총공세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뉴욕 연방법원의 배심원들은 샤넬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표권 침해, 가품 판매 등에서 샤넬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에 따라 WGACA는 상표권 침해로 400만달러(약 54억원)의 배상금을 샤넬에 지급해야 한다.
WGACA의 필사적 반격이 예상되지만, 한번 꺾인 전세는 쉽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 물론 이 판결은 미완성 과제들을 남겼다.
예를 들어, ‘빈티지’에 대한 법적 정의, ‘위조품’ 용어의 과도한 확장 등은 패션 실무와 학계에서 계속 다투어질 전망이다. 나아가 환경 등 ESG의 증진 차원에서 중고 시장이 성장해야 하는 당위성에 의문의 1패를 안겼다는 점도 아쉽다. 리셀, 수리(repair) 인프라의 혼돈과 위축이 불러올 폐해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쯤해서 우리는 상표법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상품 출처의 오인·혼동에 따른 판매자와 수요자의 피해를 방지하려는 상표법의 목적과 취지가 그것이다. 진품과의 유사성을 떠나 소비자가 혼동하지 않는다면 상표권의 침해가 아니라는 대명제는 패션 과소비를 막을 수 있는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수요자의 마인드와 제조자의 이익이 다르게 움직이는 중고 시장에서만은 상표권 침해의 범위를 좁힐 실효성이 분명 존재한다.
다음 판결은 달라져야 할까? 대통령 영부인의 명품백 리스크는 잘 알지 못한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명품백이 지니는 브랜드 가치 감소에 대한 리스크는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줄일 수 있다. 샤넬은 이번 판결로써 리스크를 줄였다. 이에 반해 상표권 등을 중고시장에 엄격하게 적용할수록 중고백 리스크는 더 커진다. 명품백 리스크와 중고백 리스크 중 어느 것을 줄여야 할까? 법만으로는 모두 줄일 수 없다. 상생 - 제휴 가이드 라인이 리스크를 리셋할 수 있을까?
■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profile
- 건국대 교수 / 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 패션산업협회 법률자문
- 무신사 지식재산권보호위원회 위원
-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위원 / 케이옥션 감사
- 국립극단 이사 / T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자문위원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수석부회장
-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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