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현 l 플래시드웨이브코리아 대표
본캐는 금융맨, 부캐는 패션 CEO! 강승현 대표는 현재 플래시드웨이브코리아 대표 겸 번개장터 공동 대표, 플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PE본부 전무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플래시드웨이브코리아가 투자한 인사일런스를 전개하는 앰비언트의 등기이사로서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검토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금융계와 패션계를 넘나드는 올라운더 강승현 대표를 만났다.
184㎝의 훤칠한 키에 ‘플랙’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강승현 플래시드웨이브코리아(이하 플래시드웨이브) 대표는 올해로 7년째 패션 CEO로서 활약하고 있다. 아직도 ‘패션 CEO’라는 타이틀이 어색하다는 강 대표는 금융계에서는 꽤 유명한 실력가다. “패션업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라는 그는 “금융계 CEO와 패션계 CEO의 자질은 확연히 다르다. 전문경영인이라는 타이틀은 같지만 패션은 아티스트적인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가적인 마인드와 아티스트의 감성이 결합돼야 브랜드 하나가 탄생하지 않나 싶다”라고 운을 뗀다.
카이스트(KAIST) 수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에서 MBA를 이수한 강 대표는 2013년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이하 프랙시스캐피탈)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12년째 PE본부 전무(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이 강승현 대표의 본캐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금융계에 진출한 그는 홍콩 펀드 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투자 전문가로
기업에 투자하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엑시트하는 일련의 업무들이 재미있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가 패션계에 발을 디딘 건 2018년 프랙시스캐피탈에서 플랙을 인수할 당시부터 직접 경영을 맡게 됐다. 펀드 회사에서 직접 경영을 하는 케이스는 종종 있다.
“당시 사모펀드(PEF)에서 패션 기업에 투자한 사례는 플랙이 처음이었어요. 플랙은 법정관리 중인 회사였지만 브랜드 로열티가 아주 높은 편이었고, 브랜드에 ‘찐팬’이 많다는 점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쳤죠. 브랜드 로열티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플랙에 총 300억원을 투자했는데, 100억원을 기업회생 변제 소송 등에 쓰고 200억원은 회사 성장 자금으로 투입해 브랜드를 키웠습니다.”
강 대표는 2022년부터 번개장터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이 역시 프랙시스캐피탈이 번개장터의 대주주가 되면서 경영에 직접 참여한 것이다. 번개장터의 업무 전반은 2020년 CMO로 합류해 2022년 CEO로 선임된 최재화 대표가 이끌고 강 대표는 CFO 기능에 좀 더 가깝다.
플랙과 2018년 인연, 패션 마켓에 도전
2022년 플래시드웨이브가 ‘인사일런스’를 전개하는 앰비언트에 투자하면서 플랙과 인사일런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금 투자는 아니고 주식 교환으로 이뤄져 김수민 · 이휘재 앰비언트 공동 대표가 플래시드웨이브코리아의 주주가 된 형태다.
올해 플랙이 500억원, 인사일런스가 300억원으로 두 회사를 합해 8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번개장터는 2022년 거래액이 2조5000억원을 기록해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플래시드웨이브가 앰비언트를 인수하듯, 번개장터도 시장을 확장하는 개념에서 스니커즈 커뮤티니인 ‘풋셀’ 등 몇몇 추가 인수가 성사됐다. 동종업계 안에서 확장성을 열어두고 계속해서 투자 회사를 물색 중이다.
플랙 500억 · 인사일런스 300억 궤도에
플랙은 M&A 6년 차인 지난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조직력과 상품성, 수익구조까지 확립하며 브랜드 리빌딩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금융계 출신인 강 대표는 소싱과 브랜딩 전문가인 이랜드 ‘티니위니’ 출신 오세은 부사장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면서 플랙 창업자인 박상욱 디렉터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현재 마켓에서 요구하는 브랜드로 변화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플랙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컨템퍼러리한 감성의 여성 라인을 대폭 확대한 점이다. 인수할 당시만 해도 남녀 비중은 8:2 정도였는데 현재는 5:5 비중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주요 점포에는 여성 전문 매장으로 오픈하고, 시장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오프라인에서 여성 제품의 판매량이 많다는 데이터를 얻으며 본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더불어 플랙을 비롯한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를 구성한 편집숍 ‘플레이스’를 선보이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강승현 대표는 “플랙이 성장하려면 브랜드 리빌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확장하고, 팬츠 중심에서 캐주얼 토털로 상품 라인을 넓힌 결과 매출 외형과 이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M&A 6년 만에 턴어라운드, 리빌딩 적중
또 상품 · 생산 전문가인 오 부사장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기존 3040세대에서 2030세대까지 타깃 연령대를 낮추면서 마켓 내 플랙의 포지셔닝이 달라진 것이다. 결국 남성 소비자가 많았던 플랙은 여성 컨템 캐주얼로 피봇팅됐으며, 남성 라인은 계속해서 온라인 베이스로 풀어내며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라는 강 대표는 “여성 라인이 플러스 알파가 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여성 라인이 강한 것이 강점이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강 대표는 플랙의 단독 대표이기 때문에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금융과 패션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기 위해서 시간을 쪼개 쓰는 편이다. 월요일은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로 출근해 회의와 여러 투자회사들의 사항을 훑어본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에서 현재 투자한 회사는 12개다. 비즈니스온(전자세금계산서 및 빅데이터 서비스), 에스앤엘(JTBC 산하 영상 콘텐츠 제작·유통), 비욘드뮤직(음원), 바이포엠스튜디오(IP 빌더) 등이 있다.
이들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투자 회사들 간에 협업할 수 있는 건 없는지,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연결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주일 중 이틀은 플랙에서, 또 다른 이틀은 번개장터와 앰비언트 미팅 등으로 보낸다.
피투자 기업과 윈윈, 러닝 메이트 될 것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좋은 투자란 피투자 기업의 임직원들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투자자는 기업의 러닝 메이트가 돼야 한다는 것이죠. 투자를 받은 기업의 경우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까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느껴야 의미 있는 M&A라 할 수 있습니다. 플랙의 경우도 개인 회사로 운영되다가 펀드가 운영하는 변화를 겪었으며, 그러한 제도 안에서 조직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나이에 한 회사의 대표로서 리더십을 키우고, 투자자로서 일할 때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과 협상을 하다 보니 강 대표는 또래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CEO와 CFO, 사모펀드 매니저로서 여러 기업을 상대하고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각기 다른 산업군의 트렌드와 마켓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커리어를 살려서 현재는 플래시드웨이브와 플랙이 더 크게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강 대표는 “투자를 결정할 때 꼭 보는 것 중 하나는 게임 체인저의 역량을 갖고 있는지를 따져본다”라며 “게임 체인저가 엄청난 게 아니라 밸류체인을 혁신하거나 전통산업을 스마트하게 해서 압축성장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 이끄는 ‘게임 체인저’ 역량 중요
이어서 “투자하는 회사의 가치는 5000억 규모 정도로 미들캡 게임 체인저를 메인 타깃으로 한다”라며 “플랙 역시 동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브랜드 고유의 DNA를 잘 살리면 패션업계가 아닌 다른 분야와도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플랙의 경우도 아티스트 혹은 젠틀몬스터 같은 글로벌 핫 브랜드와 협업한 적이 있다. 이는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강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플랙의 DNA를 더 뾰족하게 만들어야 하며, 지금의 나의 목표는 바로 거기에 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강 대표의 투자 색깔은 확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강 대표가 생각하는 게임 체인저는 고속 성장하거나 사업 모델이 혁신적이거나 기술혁신 등을 통해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회사다. 더불어 기업의 가치를 함께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리스크가 크면 리턴(투자 수익)이 크고, 리스크가 작으면 리턴이 작은 것이 기본적인 투자 원칙이다. 초과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강 대표는 “투자해서 경영을 맡고 있는 회사들은 ‘성장’에 중점을 두고 상생하고 있다. 의미 있는 엑시트를 준비하겠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