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 ‘K실크 왕국’ 드림 완성! 창업자 지혜+2세 열정
‘한국 실크는 끝났다’라고 하지만 모두가 떠난 그 자리에서 살아남아 투자를 확대하고 대를 이어 진화하는 업체가 있다. 세마실크다. 이 기업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표현의 ‘찐’ 의미를 증명해 낸다.
대부분의 터줏대감들이 하나둘 떠나 한국 패션소재의 메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동대문 광장시장에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실크매장을 만들어 주목받는다. 창업자의 꿈과 2세 형제의 열정이 합쳐진 하모니는 퇴색해가는 광장시장 원단상가를 지키며 더 우월한 DNA로 진화한다.
시장이 사라지는 곳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해답이 있음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이 대목에서 국내 섬유산업의 미래 솔루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모두가 떠난 진주에서 살아남은 제직업체 BJ실크와 대를 이어 협력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한국 섬유에 희망을 보여주는 기업 세마실크를 찾아가 본다.<편집자 주>
서울 종로구 청계천 5가 산책로 옆,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상가, 각종 건어물과 잡화가 섞여 있는 시장길을 지나 양복 원단과 맞춤집들이 무질서하게 모여 있는 미로 같은 골목 코너를 돌면 난데없이 예사롭지 않은 느낌의 간판과 문이 등장한다.
이미 대부분의 원단가게들이 떠나 한국 패션소재 산업의 메카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해진 광장시장, 오히려 외국 관광객들의 관광지로 점점 의미가 바뀌어 가는 곳. 호떡과 붕어빵 빈대떡을 사려는 관광객들과 젊은이들의 먹거리 장터로 변해가는 곳이기도 하다.
광장시장은 패브릭 유통의 본거지로 출발해 사시사철 패션 디자이너들이 왕래하는 곳으로 한국 섬유 패션 역사상 큰 의미를 가졌으나 현재는 2층 원단상가들이 나가 거의 비어 있는 실정. 천마, 알파 등 유명 원단 컨버터를 비롯해 패브릭은 이미 오래 전 동대문종합시장으로 넘어가 광장시장은 한복점과 양복지 정도만 조금 남아 있는 상태다.
30대 2세 형제 대표 플래그십 투자 주목
섬유는 한낱 과거로 사라져 가나 싶은 지금, 새삼스럽게 등장한 세마실크(공동대표 박민수 · 박병수) 매장. 실크라는 다소 의외의 업종과 함께 원단치고는 지나치게(?) 넓은 규모, 투자가 적잖았을 쾌적하고 멋진 인테리어는 순간 이곳이 저물어 가는 광장시장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30대의 젊은 형제가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 건물은 대지 115평에 건평 100평, 연면적 340평의 4층짜리로 광장시장을 제외하고 개별 건물로는 가장 크다. 건물의 외관을 벗겨내고 원래의 모습을 복원하느라 리뉴얼하는 데 꽤 큰돈이 투자됐을 법하다. 중소 섬유기업으로서는 시기적으로 보나 경기로 보나 시장 상황으로 보나 무리 아닐까 싶다.
‘신대한 상가’ 23개 가게가 자리잡았던 이 건물은 여러 번 주인이 바뀌고 부침을 겪던 동대문시장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품고 있다(앞 *(주) 참고). 그 과정에서 붙이고 떨어지고를 되풀이하며 형태가 바뀌어 겉으로는 독립된 모양새가 잘 드러나지 않는 복잡한 건물이다. 이 때(?)를 벗겨내고 최초의 모습을 되살리고자 노력한 것이 현재의 세마실크 매장이다.
창업자 박승권 사장, 중동 왕족 상류층에 유명
세마는 창업자인 박승권 사장이 지난해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젊은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그 첫 번째 변신이 이 매장인 셈. 사실 세마는 박 사장 때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기업이다. 이전하기 전 광장시장 내 매장 때부터 요르단의 공주와 두바이 · 아부다비 등 중동 상류층 여성들이 자주 방문하고 오로지 세마실크를 사기 위해 한국을 여행하기도 한다.
의류용 · 선물용 실크원단 구매는 물론 원하는 패턴 디자인을 빠르면 일주일~열흘만에 디지털 프린트해 주고, 여행이 끝날 때 핸드캐리로 가져가기도 한다. 개인 오더를 1억까지 해갈 정도. 러시아 고객도 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대표 모피회사 중 하나인 듀에퍼(DUETFUR)는 매장을 방문해 실크 프린트 안감을 오더했고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많은 실크 회사들이 이미 사라지고 사양화의 길을 걷는 반면 세마는 작년 대비 매출 성장률 15%, 5년 전 연간 10만 야드이던 판매량도 2022년 15만 야드, 지난해 20만 야드로 꾸준히 증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를 잘 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골 거래선을 탄탄하게 유지해온 덕분이다.
전년 比 매출 15%↑, 판매량 5년 전 比 두배
더욱 괄목할 만한 것은 거래선의 숫자다. 내수 시장의 변화로 패션 브랜드들의 실크 사용량이 현저히 준 데다 백화점 중심의 여성복 업계가 신진 디자이너와 온라인 업체로 대거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상황에 세마의 신규 거래선은 최근 2년간 약 50개 늘어났다.
비결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창업자의 노련함과 지혜, 2세들의 젊은 에너지와 열정이 합쳐진 시너지 덕분이다. 1988년 시작된 세마의 전신 실크파크를 포함해 37년 차 되는 회사로 40년 가까운 창업자의 실크인생이 완성을 향해 진일보한 것. 올해 1월 오픈한 실크매장이 그 진일보의 징표다.
청계천 광장시장에 ‘우리나라에 없는 패브릭 공간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세마실크 부자가 원하는 플래그십의 일치된 콘셉트다. 이를 위해 세 부자는 뉴욕 맨해튼에서 B&J FABRICS, ELEGANT FABRICS 등의 실크 매장을 참고하고, 더 쾌적한 공간에 새로운 행잉스타일, 전시용 설비 등 두 아들의 아이디어를 더해서 꿈의 공간을 채워 갔다.
원형 살리고 아이디어 믹스 = 뉴트로 콘셉트
실크 원단을 가장 아름답게 전시하고 고객들에게 쾌적함을 주되 원단창고가 드러나게 전문성을 강조하는 방향이다. 아모레퍼시픽 성수를 만든 건축가 박천강 소장이 인테리어를 맡았다. 최초 건물의 원형을 살리자는 그의 의견으로 건물 외벽 내벽에 붙은 세월의 흔적들을 깨고 부수니 요즘도 보기 드물 정도의 멋지고 단단한 기본 골조와 벽돌, 천정 모습이 드러났다.
일제강정기 시대에 지어진 것이라고 믿기지 않게 잘 지어진 건물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더 눈이 휘둥그레진다. 패브릭 디스플레이 용도로 처음 개발된 도구들도 많다. 매장의 전면 행거에는 그동안 화제가 됐던 소재, 새로 나온 실크 패턴, 다양한 자카드와 명품에 버금가는 화려한 프린트 등이 걸려 있다.
신윤복의 오월단오와 고흐의 풍경화 등 명화를 응용한 소재나 미스지컬렉션, 이상봉 파리 패션쇼, 진태옥 · 설영희 작품에 들어간 소재들도 진열돼 있다. 한쪽에는 납품할 원단의 검단기를 설치했고 납품 대기 원단도 걸었을 때 대각선으로 떨어지게 큰 폭을 보여준다.
미스지컬렉션, 이상봉, 진태옥 쇼피스 소재도
이런 방식은 원단 실루엣은 물론 작은 스와치와 비교불가한 질감을 보여준다. 한약재상들이 사용하는 수납장을 스와치 저장 박스로 응용하기도 하고 남는 실크 원단으로는 실크 에코백과 액세서리를 만들어 걸었다.
실크 가격을 감안하면 이런 행잉 방식들은 큰 투자지만 세마실크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고객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매장을 구성한 것이다. 굳이 이렇게 큰 건물을 빚내서 살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변에서는 만류했지만 아들들이 합류하면서 박 사장은 투자의 생각을 굳혔다.
23개 상점이 있던 공간을 한 개의 매장으로 쓴다고 미쳤냐는 소리도 듣고 비효율적인 공간활용도 이해할 수 없다고들 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1세대에 끝나는 게 아니라 2대, 3대,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한 꿈 때문이다. 이 꿈 안에는 축적된 자신감이 깔려 있다.
3000가지 원단 데이터화 ‘실크 라이브러리’
그 첫 번째 강점은 세마가 보유한 어마어마한 원단 아카이브다. 3000가지 보유 원단의 코드를 만들고 각각의 혼용스펙, 가격, 컬러를 모두 데이터화했다. 2000여종은 러닝스탁으로 상시 보유, 나머지는 오더메이드 시스템으로 보통 한 달 이내 빠르게 생산 가능한 원단이니 가히 ‘실크 라이브러리’로 부를 만하다.
이미 근속연수가 오랜 둘째 박병수 대표가 이 히스토리를 잘 알고 이미 10년 전 직원들과 함께 하나하나 확인해 데이터화했다. 국내 실크가 쇠락해도 품질 경쟁력, 기술 경쟁력, 디자인 경쟁력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다면 이 조닝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창업자의 의지가 바탕이 됐다.
세마실크는 전신인 실크파크 시절부터 개발력이 탁월한 실크 전문업체로 정평이 났다. 부도라는 암초에 걸려 재기를 위해 새 둥지를 튼 광장시장에서 그는 이 강점을 살리되 ‘찾아다니는 영업이 아니라 찾아오게 하는 영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개발력 자본 삼아 ‘작은 오더에 진심 담자’
개발력을 자본 삼아 작은 오더라도 찾아오는 고객을 만족시키다 보니 무용가, 무대의상, 공연하는 고객에게 원하는 것을 거의 맞춤형으로 제조해 준다. 세마가 지금까지 유지돼 온 것은 그 문화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아무리 실크산업이 작아져도 어느 한쪽에서는 소비해야 하는 소재잖아요. 국내 제조가 사라지면 해외에서 공장을 찾아야하는 데 한 축에 남아 있는 수요를 잘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 생각했어요.”
디자이너이자 예술감독인 정구호 씨는 초기 구호 시절 인연으로 이후 영화 미술감독을 할 때 세마실크를 많이 썼고 앤디앤뎁 김석원 대표는 귀국 후 당시 국내에 잘 사용하지 않던 타페타를 찾아 헤매다가 세마에서 구했다. 지금도 타페타 100여 가지 컬러를 가지고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앤디앤뎁을 만나 제품화되면서부터다.
정구호 영화, 앤디앤뎁 타페타 등 오랜 인연
IMF 때 인테리어 업체들이 유럽에서 수입하던 수직실크 가격이 너무 올라 수입할 수 없을 때 선염실크를 짜준 것도, 국내 실크는 솔리드와 날염 프린트밖에 없던 시기에 외국 박람회에서나 구경하던 실크 얀다이드 자카드 원단을 처음 공급한 컨버터도 세마실크다. 이후 패션 브랜드로 시장이 엄청 확대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금도 어디에서 왜 왔다고 얘기하지 않고 원단을 가져가는 공연, 드라마, 영화 의상 관계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NHK방송 의상 제작자도 마찬가지. 뮤지컬, 넷플릭스 드라마 제작에 사극뿐 아니라 현대물, 판타지물, 애니메이션에도 세마실크 원단을 사용하는 오랜 단골들이다.
한복 시장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미인도, 황진이 영화 의상으로 인해 확대된 케이스다. 판에 박힌 원단이 아니라 가져온 그림을 디지털 프린트로 구현해 주다보니 한복소재의 디지털화에 불을 붙이게 된 셈. 한복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며 디지털 날염이 대중화된 데는 세마의 영향이 적지 않다.
철저한 소량 다품종, 롱테일 쌓이고 축적
이런 식으로 오랜 세월 소량 다품종 방식으로 롱테일로 작지만 길게 축적되는, 그래서 시장의 한 파트가 개척되고 만들어지는 그런 길을 걸어왔다. 3000가지 실크 라이브러리는 세월과 함께 그 롱테일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살아 있는 실크 박물관인 셈.
두 번째 이 박물관이 박제화되지 않고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세상의 변화에 잘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미리 개발한 소재의 재고를 가지고 판매하는 세마실크는 이미 10여 년 전에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시장에서는 처음)했고 지금도 2세들 덕분에 디지털화에 주력한다.
저장과 재고 파악을 위한 바코드에 이어 최근엔 핸드폰으로 주문 가능한 시스템으로 갈아탔다. PC, 아이패드, 모바일로 주문 가능하며 매장 내에 키오스크도 설치했다. 거래 내용을 코드화하면 주문과 동시에 재고, 가격확인은 물론 원단이 고객별 데이터로도 저장되고 판매까지 전산화로 이어진다.
데이터화, 디지털화, SNS 등 세상 변화 접목
키오스크 전자 시스템을 만들어 준 개발자는 일본회사 스왓치AI의 히다카 신이치 대표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원단의 종류별 · 컬러별 단가가 뜨고 원하는 양을 저장하면 바로 현장에서 잘라 구매해갈 수 있다.
주문이 접수되면 전화번호 등록과 함께 카카오톡으로 주문 내용이 메시지로 전달되고 재구매시에는 카톡주문도 가능하다. 빠른 신제품 개발정보가 도달할 수 있어 마케팅적으로도 유용하며 점차 해외고객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세 번째 비결은 대를 이은 품질 경쟁력이다. 보통 컨버터들은 디자이너 의뢰를 받아 이를 개발하는데 세마는 90%를 먼저 제안한다. 보유하고 있는 실크 라이브러리는 그 보고인 셈. 거기에 MD 출신 장남 대표의 시장 보는 안목과 차남 대표의 젊은 감각이 더해진다.
프리미엄 & 실용실크 투트랙으로 개발 전략
덕분에 발빠른 개발력을 무기로 한 1세대의 강점이 퇴색하지 않고 소재 제안력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전에 계속 새로운 트렌드를 찾고 먼저 리서치해서 시장조사를 많이 한다. 특히 풍성한 소재개발에는 진주 소재 BJ실크와의 대를 이은 협업이 큰 도움이 된다.
2세들의 활동과 함께 젊은 거래선이 확장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 YCH, 아보아보, 제이류, 민주킴, 예복 맞춤 로드앤테일러, 아치더 등 최근 상승 무드를 타는 디자이너 브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백화점 브랜드로 S&A ‘존스’, SI ‘델라라나’ 등과도 상담 중이다.
개발 소재도 훨씬 젊어지는 추세다. 의외로 프리미엄 원단을 쓰는 신진들이 적지 않고 이들은 실크 특성도 잘 안다. 코드가 잘 맞으면 고급 소재도 다량 오더할 정도로 상품에 적극적이다. 영 디자이너 쪽 오더는 주로 차남이 관리하는데 서로 제품과 트렌드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도움을 주고 받는다.
YCH, 아보아보, 제이류, 민주킴… 거래선 확장
‘세마에 가면 다른 데서 못하는 소재를 다 만들어 준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하는 젊은 디자이너들과 2세대 CEO들이 소통한다. 자유로운 교감으로 얻는 것은 영업만이 아니다. 개발 아이디어의 원천이기 때문.
소재개발 방향은 고급 프리미엄과 물빨래가 가능하고 취급이 용이한 실용성 투트랙 전략. 일례로 에르메스에서나 볼 수 있는 양면 디지털 프린트의 경우 세마가 최초로 제안해 호평을 받았다.
트윌미카도로 명명된 울실크 혼방 소재의 경우 정장용 투피스 재킷이나 코트 같은 용도로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서 많이 쓰는 원단을 개발해 단기간 호응을 얻었다. 두께감 있는 강연사로 탄력이 있고 까슬까슬한 소재다. 현재 연간 10만 야드가 나갈 정도로 핵심 아이템이다.
양면 디지털 프린트, 울실크 핸드워셔블 호평
이 울실크 경우 다양하게 차별화되는 소재로 매 시즌 변형해 새로 개발한다. 요즘 영한 브랜드에서 많이 쓰는 실크 나일론, 실크 폴리 혼방은 내추럴한 외관에 매끈한 느낌을 주는게 특징. 최근 실크가 5% 들어간 울실크 핸드워셔블 원단도 인기다.
정장 느낌의 실크에서 보기 드문 대폭(60인치)인데다 가격이 좋고 구김도 없어 메인 발주가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발주 가능한 아이템이라 대중화가 가능한 유망주다. 일본에 대중화됐으나 국내에 없어 개발한 실크니트의 경우 새롭게 오염방지 가공까지 기능을 추가했다.
트윌미카도, 타페타, 수직실크, 톤얀다이드시폰 등이 롱런 아이템이고 주력인 자카드도 새롭게 매 시즌 제안한다. 장수하는 소재는 디자인 혼용률 등에서 가격을 떨어트리면서 실크 100%의 까다로움을 해결하고 실용성을 높이면서 시대에 맞게 진화시킨다.
박승권ㅣ창업자 겸 사장
“한길 걸으며 버티니 최고가 됐어요”
20대에 진주에서 실크 회사에 재직하다 실크파크를 창업한 후 이 분야에서 작지만 최고로 올라가고 싶다 했는데 오래 버티니까 최고가 돼 있더군요. 동아 신화 중화실크 등 선두주자를 비롯해 조선견직, 유니온실크 등 한국 실크산업은 거의 사라졌어요. 그들도 감히 꿈꾸지 못한 콘셉트로 이렇게 매장을 만들고 또 대를 이어 꿈을 이어 나가고 있네요.
개발 잘 하는 업체로 신뢰를 얻으면서 국내 브랜드는 한섬 바바패션 미샤 등과 다 거래했지요. 쿨 실크를 개발해 코오롱 맨스타에 납품하고 남들이 꺼리는 어려운 소재도 부지런히 개발했어요. 그런 노하우들이 총망라된 것이 이 매장입니다. 실크파크 시절 아카이브에서부터 지금 디오르에서 판매하는 신상 소재에 이르기까지 다 축적돼 있습니다.
“세마에 가면 다 해결돼.” 이런 말을 듣는 게 가장 기뻤어요. 이미 과거의 모든 것이 데이터화됐고 축적 작업은 계속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남들이 하던 거나 사서 파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들고 생산하는 것들이니까 세마의 완벽한 실크 라이브러리입니다.
경영에서는 손을 뗏지만 세마를 사랑하는 디자이너 선생님들과 무대의상 제작자 등 단골 고객이 방문하면 여전히 그건 제몫이죠. 아직도 직접 매장을 찾는 선생님들이 “원단 너무 예쁘게 나왔어요. 프린트가 진짜 맘에 들어요”라며 웃으시면 너무 행복해요.
실크가 비싸서 대중화가 어렵지만 우리는 철저히 그쪽에 방점을 두려 합니다. 섬유 중에서 가장 고급인 실크를 실크답게, 유니크하게, 가격을 지불하고 쓰는 쪽이요. 이 시장의 상투를 잘 잡고 있어야 젊고 실용성있는 시장도 경쟁력을 지킬 수 있어요.
무조건 싸고 대량, 대중화되는 쪽은 망해요. 경쟁해야 하니까. 저는 흔들리지 않고 비경쟁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팔겠다 해서 결국 이 매장이 만들어졌어요. 게다가 ‘장인’이라는 것은 세대가 이어져 나가면서 전수돼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꿈을 이뤘어요.
박민수 대표
“MD 경험 기반 시스템 + 시장 확장”
지오다노와 신성통상의 MD를 거쳐 세마에 입사한 지 2년 차입니다. 전반적인 경영과 함께 패션기업, 브랜드 영업을 병행합니다. MD로서의 경험과 안목을 기반으로 시장을 크게 보고 원단별 데이터 효율성 제고, 가격대 재고관리 등 관리 전반을 맡고 있어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써요.
데이터화가 잘 이뤄지면 온라인으로 실크를 팔 수 있고 안정되는 시기가 단축되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동생이 소망하는 브랜드 만드는 일도 도와주고 싶고요. 아직 완성은 아니지만 아버지 회사 합류는 맞는 결정이었다고 봐요.
이번 매장 공간도 그렇고 세마실크 브랜딩을 위한 BI 컬러 폰트 등에 이르기까지 비주얼적으로도 정리할게 많고 변화를 계속 시도하고 싶어요. 직원들에게도 일하기 좋은 회사로, 고객들에게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플래그십 매장을 만든 것이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사실 실크에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절대 이 일을 하기 힘들죠. 솔직히 저는 처음에 관심이 없어서 MD의 길을 택했는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고 실크에 대한 사명감도 생겼어요. 아버지가 ‘실크’ 하면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분이기도 하고 막상 와서 보니 세마실크가 정통성 있는 업체로 인정받고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명성을 이어 나가자는 생각이 들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실크 시장이 작고 여성복 거래선이 대부분인데 시장 확장도 계획하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품목을 가진 특화된 실크 전문 회사로 세계적 경쟁력도 있다고 봐요. 다양한 믹싱 소재를 개발해서 더 많은 업체들에게 제안하고 마켓을 키우고 싶어요. 내년부터는 글로벌 소재 전시회에 참여하고 3년 안에 프리미에르비종(PV)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실크로 세계 최고가 되고 섬유뿐 아니라 문화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은 게 꿈입니다.
박병수 대표
“세마실크로 옷 만들어 입고 영업해요”
저는 대학 졸업 후부터 이미 10년간 세마에서 재직해 왔어요. 공장 관리와 원단 개발 등을 잘 알고 있고 신진 디자이너 영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공장 가서 소통하고 새로운 정보 얻고, 그러는 과정이 즐거워요.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해야 역시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진주가 멀어서 자주는 못 가지만 경쟁사들 시장조사도 되고 즐기며 일해요.
디자인 센스, 원단 개발, 컬러 셀렉트에서 생산까지 공장을 핸들링해요. 상품 면에서는 디자이너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원단을 개발 제안하려 노력합니다. 혼용률, 재질 등 디자이너가 원하는 것을 제안하니 발주도 많이 들어와요. 그동안 영 디자이너 영업을 안 하다가 지금은 많이 바꾸고 있어요. 디자이너가 성장하는 데 파트너십을 갖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저는 워낙 옷을 좋아해서 새로운 원단이 나오면 직접 상품을 만들어 입고 다니곤 해요. 블라우스나 셔츠를 만들어 입어 보니 실크가 정말 좋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실크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어요. ‘임상(?) 결과’를 소재에 피드백해 단점을 보완하거나 영업에 활용해서 거래선들로부터 신뢰를 얻기도 해요. 다양한 패션을 즐기면서 동시에 영업도 하는 셈인 거죠. 업체들에 이 전략이 먹히고 호감도가 올라가면 행복해요.
올해는 내수 브랜드 영업을 더 활성화하고 실크 블라우스 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온라인 유니섹스 DIY로 만들 아이디어가 있어요. 세마에는 ‘모든 게 다 있다’는 것을 베이스로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계속 새로운 소재를 제안하는 게 목표입니다. 역시 ‘실크는 짱이야’ 하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꿈은 세계 진출이죠. 가족끼리 뉴욕을 다녀왔는데 K-실크가 좋은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제가 일본을 좋아하는데 장인정신으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1차 상하이 인터텍스타일, 2차 PV에 나가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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