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목·서승완ㅣ피스피스스튜디오 공동대표, ‘마르디’ 해외 포함 1500억 도전
서승완 대표가 합류한 지 약 1년. 이제 콘텐츠와 브랜딩 작업은 박화목 대표가, 내부 시스템 구축과 경영 전반은 서 대표가 맡아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듀오 경영인으로 손발이 딱딱 맞고 있다.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이수현 감사까지, 서로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며 업무 사안을 고민하는 모습에서 1년이 채 안 되는 지난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헤쳐오며 쌓인 든든한 동지애를 엿볼 수 있었다.
“올해 가장 중요한 건 해외 시장이에요. ‘마르디메크르디’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쇼룸에 방문한 소비자의 90%가 외국인이거든요. 작년에 방문객 국적을 분석해 직접 전개하는 첫 번째 해외 시장으로 일본을 선정하게 됐어요. 올해는 일본 시장에 집중하면서 다른 아시아 시장은 라이선스나 디스트리뷰터 같은 파트너들과 함께하면서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마르디메크르디가 올해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 확대에 돌입한다. 전개사인 피스피스스튜디오(대표 박화목 · 서승완)는 지난해 생산, 유통, 내부 시스템 등 전반적인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고 올해를 기점으로 마르디메크르디만의 독특한 문화와 퀄리티 높은 상품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박화목 대표와 이수현 감사가 5년간 구축한 마르디메크르디만의 △차별화된 그래픽과 심벌로 구축한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3040세대 여성 소비층의 까다로운 눈을 120% 만족시킨 상품력 △패밀리 중심 카테고리 확장력에 투자와 시스템 구축 전문가 서승완 대표의 힘이 더해져 브랜드의 행보에 속도가 더해진 결과다.
유통 · 투자 파트너에서 손발 척척 찰떡 듀오로
무신사를 중심으로 제조·유통 및 투자 파트너 입장이었던 두 사람이 공동 대표로 손을 잡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서 대표는 마르디메크르디에 대해 ‘매니지먼트’ 능력만 더해지면 함께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무신사파트너스 대표 시절을 떠올리며 “무신사가 K-콘텐츠를 무기 삼아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아웃바운드 플랫폼으로 활약을 시작하면서 100여 개 브랜드에 투자를 진행했어요. 일본 진출을 준비하면서 무신사라는 이름이 아니라 K-패션 브랜드로 활약할 수 있는 힘 있는 브랜드와 협업을 생각했는데 거기에 딱 맞는 브랜드가 마르디메크르디였어요”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당시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몇 년간 계속 생산량이 소비량을 못 따라가는 데 다급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매일 수만 장을 만들어 내도 계속 예약이 걸리던 시기였거든요. 브랜드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던 때였지만, 지분 절반을 뚝 떼어주고 투자를 받아 자주성 잃은 형태로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지 않아서 대형 기업들의 투자도 마다하고 있었습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4월 日 도쿄 다이칸야마 플래그십 오픈
결과적으로 박 대표가 투자를 받기로 결정하고, 서 대표가 피스피스스튜디오로 적을 옮기는 데에는 ‘한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자’라는 공통의 목적이 크게 작용했다. 무신사는 10% 지분 투자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에 내세울 주력 콘텐츠를 얻었고, 피스피스스튜디오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패션 시장에서 함께 상의하고 동행할 ‘내 편’을 얻었다.
핫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브랜드로 첫걸음을 뗀 마르디메크르디. 올해도 소비자와 마켓에 보여줄 재미있는 이슈가 많다. 2월에는 쇼룸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마르디메크르디가 지향하는 문화를 모두 보여줄 4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을 오픈하고, 4월에는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330㎡(약 100평) 규모로 글로벌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선보인다.
태국와 인도네시아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데, 태국에는 마르디메크르디와 ‘마르디메크르디 레쁘띠(키즈)’ 점포를 각각 연다. 아시아 시장은 한국에서의 전개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영향력을 키울 생각이다. 가족이 있는 3040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퀄리티 좋고 핏이 예쁘면서도 편안한 착장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안하는 것. 연예인이나 K-컬처에 의지하는 방식은 지양한다.
3040세대 여성 · 착장 · 패밀리 콘텐츠 공략
다이칸야마 플래그십스토어는 마르디메크르디 여성복 라인을 중심으로 레쁘띠(키즈), 쥬디(펫), 악티프(애슬레저) 등 전 상품을 구성해 선보인다. 추가 매장을 내는 것도 ‘패밀리 브랜드’ 개념으로 하나씩 늘려갈 예정이다. 마르디메크르디가 한남동에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며 상권 부흥에 일조했던 것처럼 다이칸야마에서도 그런 흐름을 만드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최근 마르디메크르디의 적극적이고 일관된 행보의 중심에는 공식 자사몰이 있다. 지난해 11월 무신사 단독 체제를 풀고 다양한 유통 플랫폼으로 진출하면서 콘텐츠 발신지를 자사몰로 집중시킨 결과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 일부 소비자들이 ‘요즘 마르디 고급스러워졌다’는 말을 하는 것도 상품이 아닌 브랜드 자체로 소통하면서 나타난 반응이다. 상품의 감도는 늘 좋았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규모가 상당히 커졌음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무분별하게 확장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브랜딩 전략의 일환이다. 마르디메크르디는 한남동 ‘마르디메크르디 타운’ 외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월드몰점 딱 2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추가 매장 역시 매출 확장보다는 한정된 여행 시간에 한남동 쇼룸에 줄을 서며 시간을 쓰는 해외 소비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사몰 = 콘텐츠 발신지’ 브랜드 감도 높인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소비자들이 더 많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마르디메크르디를 만날 수 있도록 무신사 단독 체제를 풀고 여러 플랫폼에 입점했으며 상품 특성에 따라 카카오 선물하기나 크림(kream) 등 성격이 다른 유통에도 들어가 있다. 앞으로도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움직일 계획이다.
‘일단 입어 보면 또 사게 된다’라는 마르디메크르디의 핵심인 상품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최근 샘플실을 구축했다. 글로벌 브랜드에서 활약하던 전문 패턴사 3명을 포함해 총 15명을 새롭게 투입해 각 패턴사 한 명당 4명의 팀원을 배치해 총 3개의 샘플 전문팀을 구성했다. 5명의 팀 구성원에는 패턴, 그레이딩, 봉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함돼 있다.
또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브랜드의 목소리를 일관되게 낼 콘텐츠 제작을 위한 팀도 짰다. SNS와 자사몰에 활용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마르디메크르디뿐 아니라 신규로 선보인 브랜드들이나 2월 한남동 문화공간에서 보여줄 재미있는 작업이 많을 것이라며 기대해도 좋다는 두 대표의 자신감 있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작년 추정 실적 800억, 올해 1500억 목표
작년 매출은 거래액 기준 800억원, 순 매출액은 7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500억원으로 높게 잡았는데, 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크게 확장하지 않아, 실적 달성의 성패는 해외 매출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마르디메크르디의 성장을 꾸준히 지켜보면 이 브랜드가 단순히 옷 하나 잘 만들어서 우연한 인기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집스럽게 퀄리티 높고 가격은 저렴한 코트를 선보여 브랜드를 접을 위기에 처했던 2018년이나, ‘동사무소에서 나눠준 티셔츠’냐는 희한한 입소문으로 국민 스웻셔츠 브랜드로 떠오른 2021년이나, 시장을 리드하는 브랜드로 우뚝 선 2023년이나, 브랜드 기조는 하나다.
이수현 감사와 박화목 대표가 추구하는 ‘패밀리 기반의 여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것. 서 대표는 “초반에 갖고 있던 초심과 목표를 지속적으로 이뤄 가는 모습, 이 과정 자체가 마르디메크르디의 아카이브가 되고 추후 성장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와 서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냐는 마지막 질문에 “아무래도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시간에 맞춰서 되지도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도 가지 않는 거요. 일본 매장만 해도 작년 12월 오픈 예정이었는데 지금 4월까지 미뤄진 거 보세요”라며 계면쩍게 웃는다. 덧붙여 “우리의 경험을 과대평가했던 적도 있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을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어요. 서로 이해하면서 우리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찾아서 나아가고 있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